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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분투칼럼] '생생 아프리카'는 도시…MZ세대 정치 세력화

연합뉴스입력
김광수 한국외대 아프리카연구소장
김광수 소장[김광수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 편집자 주 = 연합뉴스 우분투추진단이 국내 주요대학 아프리카 연구기관 등과 손잡고 '우분투 칼럼'을 게재합니다. 우분투 칼럼에는 인류 고향이자 '기회의 땅'인 아프리카를 오랜 기간 연구해온 여러 교수와 전문가가 참여합니다. 아프리카를 다양한 시선으로 바라보고 분석하는 우분투 칼럼에 독자 여러분의 많은 관심을 기대합니다. 우분투는 '당신이 있어 내가 있다'는 뜻의 아프리카 반투어로, 공동체 정신과 인간애를 나타냅니다.]

김광수 소장[김광수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아프리카 도시는 역동적이고 활기찬 아프리카인의 삶을 가장 실감 나게 마주할 수 있는 공간이다. 도시에 들어서는 순간 매연과 먼지 그리고 교통체증 속에서 마치 거대한 심장이 박동하듯 분주하고 빠르게 움직이는 사람들을 볼 수 있다. 거리는 끊임없이 오가는 사람과 차량 소음으로 가득하다. 시장에는 물건을 사고파는 외침과 흥정이 이어진다. 골목 곳곳에서는 주변과 어울리지 않게 한껏 멋지게 차려입은 사람들이 어딘가를 향해 분주히 가고 있다.

나이로비, 캄팔라, 다르에스살람, 키갈리 등 동아프리카의 도시는 저마다 차이는 있지만 아프리카가 지닌 모든 가능성과 문제를 동시에 마주할 수 있는 축소판이라 할 수 있다. 이들 도시에는 고층 빌딩과 고속도로뿐 아니라 멋진 쇼핑몰이 있다. 하지만 여전히 길가와 하수구에 쓰레기가 쌓여 있는 빈민가가 공존한다. 휴대폰으로 돈을 보내는 청년 곁에는 길가에서 하루 벌어 하루 먹는 장사꾼과 구걸하는 걸인을 만날 수 있다. 발전과 가난, 혁신과 낙후, 기회와 도전, 좌절과 혼란 등 무질서와 '질서'가 뒤섞인 도시에서 사람들은 삶을 이어간다.

도시는 아프리카의 오늘을 가장 집약적으로 보여주는 살아 있는 이야기가 넘쳐난다. 많은 사람이 길에 쏟아져 나와 '질서'를 지키면서 걷는다. 자전거, 오토바이 택시인 보다보다와 피키피키, 3륜 오토바이 택시인 바자지 또는 툭툭, 우리의 봉고차인 미니 택시, 화려한 그라피티 아트를 하고 마구잡이로 달리는 마타투, 국경을 넘나드는 대형버스 그리고 정말 느리게 이동하는 많은 종류의 트럭들이 마구잡이로 섞여 자신의 목적지를 향해 달리고 있다.

화려한 그라피티로 장식한 나이로비 시내의 마타투[김광수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아프리카의 도시는 세계에서 가장 빠르게 성장 중이며 가장 젊다. 1990년 이후 아프리카 도시 수는 3천300개에서 7천600개로 두 배가량 늘었다. 누적 인구는 5억명 증가했다. 2050년 아프리카 인구는 약 25억 명으로 예상된다. 이 중 약 3분의 2인 16억 명이 도시에 거주할 것으로 전망된다

2025년에는 사하라 이남 아프리카의 143개 도시가 국내총생산(GDP)의 50%를 담당하고 성장을 주도할 것으로 예측된다. 이러한 이유로 도시의 발전은 경제적으로 매우 중요한 의미를 지닌다. 도시는 국가와 지역 공동체의 힘과 문화가 집중된 곳으로 정치·경제·사회·문화적 권력이 만들어지는 곳이다. 도시는 기업의 집중과 경제 활동이 진행되는 장소다. 또 투자와 혁신의 중심지이기도 하다.

이밖에 각 국가 혹은 지역사회의 역사, 문화, 목표, 자부심과 자존심이 투영된 공간으로 그들의 정체성과 대표성을 드러낸다. 한편으로 자유, 경제발전, 사회정의, 문화적 다양성, 새로운 창조가 적극적으로 발생하는 역동적인 공간이다. 아프리카는 도시를 중심으로 급격한 사회 변화와 발전을 통해 빠르게 변화하고 있다. 따라서 아프리카 도시는 아프리카의 과거와 현재를 이해하고 미래를 예측하기 위한 중요한 공간이라고 할 수 있다.

화려한 그라피티로 장식한 나이로비 시내의 마타투[김광수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아프리카 도시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다음과 같은 점을 살펴볼 필요가 있다.

첫째 아프리카 도시 중 특히 수도는 노예무역, 식민 지배, 독립 후 국가 건설 등 역사적·정치적으로 형성됐다. 독립 이후에는 정치체제와 국가·국민 의식의 발전을 경험하며 다양한 변화를 겪으며 발전했다.

둘째 아프리카 도시에는 역사·지리, 인종·민족·언어 다양성이 존재한다. 이에 따라 다양한 문화와 전통, 그리고 새로운 변화와 창조가 지속해서 나타난다. 이는 국내외 이주와 난민의 유입이 빈번하게 발생했기 때문이다. 나이로비에서는 독립 이전부터 이주해 정착한 인도인과 콩고민주공화국(민주콩고)·남수단·소말리아·에티오피아 난민이 공동체를 형성하고 있다. 소말리아 난민 공동체는 나이로비에서 큰 규모의 사업을 하는 사람들로 알려져 있다. 우간다의 굴루에서는 남수단 난민 공동체가 소비를 주도하고 경제발전에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

셋째 아프리카 도시에는 여전히 가족 및 지역사회의 영향력이 크게 작용한다. 이는 서구의 여느 도시와 다른 점이다. 그러나 사회적 불평등과 빈곤의 영향으로 거주 지역이 분리되고 경제적 격차가 커지면서 사회 안정과 발전에 도전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아프리카 도시는 빈곤, 불평등, 질병, 기반 시설의 부족, 취약한 지역사회 등 다양한 문제를 겪고 있다. 자원 소비, 대기 오염, 폐기물 처리 등 환경적 도전에도 직면해 있다. 특히 도시 빈민촌의 형성은 또 다른 암울한 모습이다. 나이로비에는 약 25만명이 살고 있는 아프리카 최대 슬럼가 키베라가 있다. 또 마타레, 코로고초, 무쿠루 등 다른 빈민가도 있다.

키베라는 필자도 여러 차례 방문했지만, 인간의 삶에 대한 깊은 회한을 갖게 할 정도로 최악의 환경을 보였다. 캄팔라에는 60여개의 슬럼가가 있다고 알려져 있다. 대표적으로 키불리 킬롬베, 카무오이아, 카냔야, 엠부야 등이 있다. 탄자니아 경제수도 다르에스살람에는 키고고, 부구루니, 탄달레, 만제세 등이 대표적 빈민가로 알려져 있다.

르완다의 키갈리는 공식적인 빈민가는 없으며 비교적 깨끗한 도시로 알려져 있다. 현재 키갈리는 비공식 정착촌 개선 프로젝트를 운영하고 있다. 이를 통해 도시 빈민가를 해소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이들 지역은 기반 시설 부족과 홍수 및 질병 등으로 고통받고 있다.

필자는 지난 8월 19일부터 20일까지 우간다 캄팔라를 방문했다. 캄팔라는 이틀에 걸쳐 비가 내렸다. 그런데 시내 중심가 저지대 도로가 물에 잠기는 '홍수' 현상이 현지 방송을 통해 보도됐다. 이는 배수시설이 제대로 정비되지 않은 상황에서 약간의 비에도 도로 위 쓰레기가 배수구를 막아 발생하는 것이었다. 이러한 물난리는 생각보다 빈번하게 도시에서 반복되고 있다.

우간다 캄팔라 시내의 모습[김광수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아프리카 도시의 정치행태는 아프리카 민주주의 발전을 잘 보여준다. 최근에는 젊은 엠지(MZ)세대가 정치세력으로 부상하고 있다. 아프리카 도시민은 권위주의 정권, 부패, 부정선거, 빈부격차, 인플레이션 및 경제 위기에 미흡한 정부 대응에 대항해 변화와 적절한 대책 마련을 요구하고 있다. 이는 능동적이고 적극적인 정치참여 행태를 보여준다. 이들은 급속한 도시화와 청년 인구의 폭발적 증가라는 시대적 변화 속에서 디지털 기술과 글로벌 네트워크를 바탕으로 정치·경제·사회·문화 전반에 걸친 복합적 역동성과 발전을 주도하고 있다. 더 나아가 이들의 활동은 국가와 지역적 맥락을 넘어 글로벌 담론과 연결된다.

2024년 6월 케냐에서 가장 주목받은 정치적 사건은 금융법안에 대한 반대 시위였다. 이 법안은 부가가치세(VAT) 인상, 자동차세 도입, 모바일 머니, 주요 생필품에 대한 과세 등 광범위한 세금 인상안을 담고 있었다. 케냐 정부는 이 법안을 통해 국가 채무를 줄이고 재정적 안정을 꾀하려 했다. 그러나 젊은 세대, 특히 MZ세대가 중심이 돼 이를 반대하는 해시태그(#RejectFinanceBill2024, #RutoMustGo)를 다는 등 소셜미디어를 통해 온라인에서 반대 여론을 확산했다. 이들은 거리로 모여들어 이 법안에 대해 항의하는 시위를 벌였다. 결국 윌리엄 루토 대통령이 법안을 거부함으로써 갈등은 봉합됐다.

2024년 케냐의 시위는 단순한 세금 반대 운동을 넘어 경제적 불만, 세대 간 갈등, 디지털 정치 참여, 그리고 정부의 강경 대응과 민주적 요구를 디지털 사회에서 MZ세대가 어떻게 직접적인 정치적 영향력을 발휘할 수 있는지 보여준 상징적 사건이었다.

현재 나이로비 시내 곳곳에서 MZ세대들이 모여 활동하는 모습을 흔히 볼 수 있다. 이러한 활동은 특정 기관이나 단체의 주도 없이 문자 메시지(SMS), 왓츠앱(WhatsApp), SNS 메시지 등을 통해 이루어진다. 청년들은 자발적으로 모여 서로의 사진을 찍어주고 틱톡이나 인스타그램 등에 공유할 콘텐츠를 제작한다. 매일 모이지만 특히 주말에는 더 많은 인원이 모인다. 이는 도시의 공공성과 디지털성이 결합한 청년 주도 문화 공간이라고 부를만하다. 이 모임은 비공식적이고 창의적인 청년 중심 도시문화 현상이다. 이 현상은 디지털 기기, 소셜미디어, 비정형적 거리 공간이 만나 만들어낸 독특한 청년문화다. 이를 통해 MZ세대의 자기표현 욕구와 디지털 네트워크 기반의 소통방식을 보여준다.

우간다 캄팔라 시내의 모습[김광수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필자가 확인한 바에 따르면 현재까지 특정 단체나 공식 커뮤니티에 의해 조직된 정황은 없다. 공식적인 명칭도 존재하지 않는다. 즉 유동적이고 자유로운 참여, 실시간 연결, 표현 중심의 소통 방식인 MZ세대 디지털 세대의 특성이 두드러진다고 볼 수 있다. 중요한 점은 비공식성과 자율성 속에서도 분명한 어떤 흐름과 방향이 있다는 것이다. 이들은 공동체의 문제를 비롯해 경제발전, 국가 정책, 민주주의와 인권 등 모든 문제에 대해 의견을 표출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러한 상황은 단순히 케냐 나이로비의 현상을 넘어 아프리카 도시 MZ 문화가 얼마나 빠르게 새로운 환경에 적응하고 재창조되고 있는지 보여주는 대표적 장면이기도 하다.

동아프리카의 도시는 단순한 물리적 공간이 아닌 변화의 중심이다. 그리고 그 변화를 주도하는 것은 다름 아닌 MZ세대다. 이들의 에너지, 창의성, 정치적 감수성은 도시의 문제를 넘어 아프리카의 미래를 형성하는 핵심 동력이 되고 있다.

나이로비 시내 중심가에 매일 모이는 케냐 MZ 세대 청년들[김광수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외부 필진 기고는 연합뉴스의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나이로비 시내 중심가에 매일 모이는 케냐 MZ 세대 청년들[김광수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 김광수 교수

현 한국외대 아프리카연구소장, 남아프리카공화국 노스웨스트대 박사, 저서 '서아프리카 역사 이해' 등 45권 집필, 한국연구재단·한국국제협력단(KOICA)·문체부·외교부 등 각종 기관의 강의·연구자로 활동.

afrikaans@hufs.ac.kr

(끝)

나이로비 웨스트랜드에서 바라본 시내 전경[김광수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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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이로비 웨스트랜드에서 바라본 시내 전경[김광수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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