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엑스포츠뉴스 잠실, 김지수 기자) 김태형 감독이 이끄는 롯데 자이언츠가 '안방마님' 유강남의 활약을 앞세워 2025시즌 후반기 첫 승을 신고했다. 외국인 투수 터커 데이비슨의 부활투도 소득이었다.
롯데는 19일 서울 잠실야구장에서 열린 2025 신한 SOL Bank KBO리그 LG 트윈스와의 팀 간 10차전에서 6-1로 이겼다. 전날 1-2 석패를 설욕하고 2연패 탈출에 성공했다.
롯데는 이날 선발투수로 나선 데이비슨이 5이닝 5피안타 2볼넷 5탈삼진 1실점으로 제 몫을 해줬다. 지난 6일 KIA 타이거즈를 상대로 나섰던 전반기 마지막 등판에서 승리투수가 된 데 이어 이날 시즌 8승을 손에 넣었다.
롯데 타선에서는 6번타자 겸 포수로 선발출전한 유강남의 방망이가 빛났다. 유강남은 2루타 2방을 터뜨리면서 LG 선발투수 엘리에이저 에르난데스를 무너뜨리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해줬다.

롯데는 여기에 최근 꾸준히 선발 출전 기회를 얻고 있는 4년차 내야수 한태양이 8회초 승부에 쐐기를 박는 2타점 적시타를 쳐내면서 팀 승리에 힘을 보탰다.
반면 LG는 에르난데스가 6이닝 3피안타 3볼넷 3탈삼진 3실점으로 퀄리티 스타트(6이닝 이상, 3자책점 이하 투구)로 최소한의 몫은 해줬지만 패전투수가 됐다. 게임 후반 추격조가 제구 난조 속에 무너진 것도 패인이었다.
LG 타선도 신민재가 1안타 1볼넷 1도루 1득점, 문성주 2안타 1타점, 박동원 1안타, 구본혁 1안타 1도루 등으로 분전했지만 결정타가 부족했다.
■전민재 선발 제외 롯데, 이호준 선발 유격수 가동
롯데는 이날 황성빈(중견수)~박찬형(3루수)~빅터 레이예스(좌익수)~전준우(지명타자)~윤동희(우익수)~유강남(포수)~나승엽(1루수)~한태양(2루수)~이호준(유격수)으로 선발 라인업을 구성했다. 선발투수는 터커 데이비슨이 출격했다.

눈에 띄는 건 이호준의 선발 유격수 기용이었다. 올해 주전 유격수 자리를 꿰차고 올스타까지 선정됐던 전민재는 최근 체력 저하와 타격 부진 여파 속에 벤치에서 게임을 시작했다.
전민재의 2025시즌 성적은 74경기 타율 0.300(253타수 76안타) 3홈런 25타점 OPS 0.722다. 다만 6월 이후에는 31경기 타율 0.189(111타수 21안타) 1홈런 6타점 OPS 0.450으로 슬럼프에 빠져 있다.
김태형 감독은 전민재가 현재 타격 컨디션으로 무리한 출전이 더 독이라고 판단, 선발 제외를 결정했다. 대신 2년차 내야수 이호준이 선발 유격수로 라인업에 이름을 올렸다.
■ 연승 노리는 LG, 2선발 에르난데스 '부활투' 기대
LG는 신민재(2루수)~문성주(우익수)~김현수(좌익수)~문보경(3루수)~박동원(포수)~이주헌(지명타자)~구본혁(유격수)~김주성(1루수)~박해민(중견수)으로 이어지는 타선을 꾸렸다. 선발투수는 에르난데스가 마운드에 올랐다.
LG는 지난 18일 2-1 신승을 거두면서 기분 좋게 후반기에 돌입했다. 3위 롯데와 격차를 2경기로 벌리면서 단독 2위 수성에도 성공했다. 기세를 몰아 연승과 위닝 시리즈를 노렸다.

LG는 선발투수 에르난데스의 역할이 중요했다. 에르난데스는 2025시즌 11경기에 나와 51이닝 4승3패 평균자책점 4.24의 성적을 기록 중이었다. 높은 평균자책점과 짧은 평균 이닝 소화로 기대에 못 미치고 있는 상태다.
염경엽 LG 감독은 일단 "에르난데스가 투심 패스트볼을 줄이면서 포심 패스트볼 스피드가 올라갔다"며 "앞선 2경기에서 투심 패스트볼을 많이 안 던졌다. 타자의 몸쪽 정도를 던질 때만 투심을 던지고, 나머지는 포심을 던지는 게 좋다"고 조언을 건넸다.
■초반은 투수전, 데이비슨 vs 에르난데스의 쾌투 행진
게임 초반은 투수전이 펼쳐졌다. LG 선발투수 에르난데스는 1회초 선두타자 황성빈을 3루수 땅볼, 박찬형을 삼진, 레이예스를 좌익수 뜬공으로 삼자범퇴와 함께 출발했다.

에르난데스는 2회초 2사 후 유강남에 2루타를 허용, 득점권 위기에 몰렸지만 흔들리지 않았다. 나승엽을 1루수 땅볼로 잡아내면서 실점을 막아냈다. 3회초에도 한태양과 이호준을 3루수 땅볼, 황성빈을 좌익수 뜬공으로 처리하고 이날 게임 두 번째 삼자범퇴 이닝을 만들었다.
데이비슨은 뛰어난 위기 관리 능력을 보여줬다. 1회말 선두타자 신민재를 내야 안타로 출루시킨 여파로 2사 2루 위기를 맞았지만 LG 4번타자 문보경을 1루수 땅볼로 솎아 내고 고비를 넘겼다.
데이비슨은 2회말 선두타자 박동원과 이주헌을 연속 삼진으로 잡고 기세를 올렸다. 2사 후 구본혁에 안타, 김주성에 몸에 맞는 볼을 내주면서 흔들렸지만 빠르게 안정을 찾았다. 박해민을 3루수 직선타로 잡고 실점을 허락하지 않았다.
데이비슨은 3회말에도 1사 후 문성주가 내야 안타로 출루했지만 공격적인 투구로 아웃 카운트를 늘려갔다. 김현수를 유격수 뜬공, 문보경을 2루수 땅볼로 처리하고 무실점 행진을 이어갔다.

■윤동희가 깨뜨린 '0'의 균형, 유강남의 장타 폭발로 앞서가는 롯데
팽팽하던 '0'의 균형은 롯데의 4회말 공격에서 꺠졌다. 롯데는 1사 후 레이예스와 전준우가 LG 에르난데스를 상대로 연속 볼넷을 골라내면서 주자를 모았다. 이어 윤동희가 깨끗한 좌전 안타로 2루에 있던 레이예스를 홈으로 불러들이면서 1-0으로 먼저 앞서갔다.
롯데는 계속된 1사 1, 2루에서 유강남의 방망이가 불을 뿜었다. 유강남은 에르난데스를 상대로 좌중간을 깨끗하게 가르는 2타점 2루타를 작렬, 스코어를 3-0으로 만들었다.

유강남은 1볼 2스트라이크의 불리한 카운트에서 에르난데스의 4구째 137km/h짜리 슬라이더를 공략했다. 스트라이크 존 바깥쪽 낮은 코스에 형성된 공을 배트 중심에 정확하게 컨택, 장타를 터뜨렸다.
롯데는 다만 계속된 1사 2루에서는 나승엽이 2루수 땅볼, 한태양이 3루수 땅볼에 그치면서 점수 차를 더 벌리지는 못했다.
■반격 나선 LG, 그러나 결정적 주루사로 끊긴 흐름
LG도 재빠르게 반격에 나섰다. 5회말 1사 후 신민재가 볼넷으로 출루하면서 모처럼 공격이 활기를 보였다. 이어 문성주가 좌중간을 완전히 꿰뚫는 장타를 생산, 1루에 있던 신민재가 2루, 3루를 거쳐 홈 플레이트를 밟아 만회 득점을 얻었다.

그러나 타자 주자 문성주가 3루까지 노린 게 문제였다. 롯데 야수진의 매끄러운 중계 플레이 속에 3루에서 아웃, 추격 흐름이 한번에 끊겼다.
LG는 2사 후 김현수가 볼넷으로 출루한 뒤 문보경의 타석 때 2루 도루 성공, 데이비슨의 보크로 득점권 찬스를 이어가기는 했지만 문보경이 3루수 땅볼에 그쳐 점수 차를 더 좁히지 못했다.
■불펜 가동 롯데, 필승조의 '지키는 야구' 성공
롯데는 6회말 이닝 시작과 함께 불펜을 가동, 2점의 리드를 지켜내겠다는 의지를 드러냈다. 정철원이 선두타자 박동원을 좌익수 뜬공, 이주헌을 유격수 땅볼, 구본혁을 좌익수 뜬공으로 처리하면서 삼자범퇴로 LG의 추격을 봉쇄했다.
롯데는 7회말에도 마운드에 오른 정철원이 선두타자 천성호에게 우전 안타를 허용하자 곧바로 좌완 파이어볼러 홍민기로 투수를 교체했다. 홍민기는 박해민을 삼진으로 처리한 뒤 신민재에 내야 땅볼을 유도, 1루 주자를 2루에서 포스 아웃 처리하면서 날카로운 구위를 뽐냈다.

홍민기는 문성주의 타석 때 투수 견제로 1루 주자 신민재를 잡을뻔 했지만 1루수 정훈의 2루 송구 실책 속에 2사 2루 득점권 위기에 몰렸다. 하지만 문성주를 삼진으로 돌려세우고 실점 없이 롯데의 7회말 수비를 종료시켰다.
롯데는 8회초 확실하게 승기를 굳혔다. 2사 만루에서 전민재가 LG 사이드암 박명근을 상대로 볼넷을 골라내면서 밀어내기로 한 점을 추가, 4-1로 달아났다.
롯데는 계속된 2사 만루 추가 득점 기회에서 한태양이 클러치 본능을 발휘했다. 박명근에게 2타점 적시타를 때려내고 스코어를 6-1로 만들었다. 게임 흐름은 롯데 쪽으로 급격히 쏠렸다.
롯데는 이후 불펜진이 LG의 마지막 저항을 실점 없이 잠재우고 승부에 마침표를 찍었다.

사진=롯데 자이언츠/엑스포츠뉴스 DB
김지수 기자 jisoo@xports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