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울=연합뉴스) 최재석 선임기자 = 경제학에서는 소득 불평등과 세대 간 계층 이동성을 설명하는 이론으로 '위대한 개츠비 곡선'을 종종 인용한다. 캐나다의 마일스 코락 교수가 두 가지의 상관관계를 분석한 그래프를 도출했고, 여기에 미국 경제학자 앨런 크루거가 이 이름을 붙이면서 유명해진 이론이다. 스콧 피츠제럴드의 소설 '위대한 개츠비'의 주인공이 가난한 농부의 아들로 태어나 막대한 부를 일궈 상류층에 진입하려 했으나 거대한 기득권의 벽에 부딪혀 실패한 것에 착안해 이렇게 명명한 것이다.
이 이론은 소득 불평등이 클수록 세대 간 이동 가능성(부모 세대의 경제적 지위가 자녀 세대에 대물림되지 않고 변화할 가능성)이 작아지는 경향을 설명한다. 즉 개인의 노력이나 재능보다 부모의 경제력이 자녀의 미래를 결정짓는다는 의미다. 불평등한 사회일수록 가난한 부모의 자녀가 부유해지기 어렵다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세대 간 이동성 저하는 경제성장을 저해한다고 지적한다. "저소득층 자녀가 양질의 교육을 받지 못하면 잠재력을 충분히 발휘하기 어렵다. 이는 사회 전체의 인적 자본 축적을 저해해 총체적 생산 능력과 기술 진보를 지연시킨다"(신관호 고려대 경제학과 교수)는 것이다.
소득과 세대 간 이동성에 관한 국제 연구에서는 대체로 스웨덴을 비롯한 북유럽 국가들의 세대 이동성이 높은 것으로 나타난다. 이들 국가는 누진적인 세금 제도와 포괄적인 사회보장 시스템을 갖추고 있을 뿐 아니라 양질의 공교육이 제공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런 정책들을 통해 소득 불평등을 완화해 세대 간 이동 가능성을 높인다는 것이다. 특히 공교육은 사회, 경제적 배경에 상관없이 누구나 양질의 교육을 받을 기회를 보장해 각자의 잠재력을 발휘할 수 있게 하고, 그것은 경제 성장의 주요 동력이 된다.
우리 사회에서 교육이 더 이상 계층 상승의 사다리가 되지 못하고 있다. 오히려 경제력에 좌우되는 교육이 계층 세습의 통로가 되고 있다. 이는 사회에 대한 불신과 결속력 약화를 낳기 마련이다. 교육 기회의 불평등을 해소해 계층 사다리를 복원하는 것이 성장의 열쇠라는 점은 주지의 사실이다. 이를 위한 균등한 양질의 교육이 가능하기 위해선 우선 공교육이 제 역할을 해야 한다는 데 동의하면서 다만 그 방법론을 두고 갑론을박하는 것이다.
이재명 정부의 첫 교육부 장관 지명자는 어떻게 보면 공교육을 '회피한' 사람이다. 이진숙 후보자는 두 딸 모두 국내 공교육 대신 미국의 기숙형 사립학교에 보냈고 이후 자녀들이 미국 사립대를 다녔다. "엄마의 마음으로" 조기 유학을 보낼 순 있지만 공교육을 바로 세워야 하는 교육 수장의 자격을 논하는 자리에선 걸림돌이 될 수 있다. 그가 학부모 입장에서 자녀를 공립 중학교와 고등학교에 보내보고 대입도 치렀다면 공교육에 대해 고민할 기회가 더 있었을 것이다.
이 후보자는 청문회 과정에서 '이공계의 특수성'을 거론하며 논문 표절 의혹을 어느 정도 해명했고, 자녀 조기 유학도 사과했지만 논란은 여전하다. 그는 국민 앞에 각종 교육 현안에 대한 뚜렷한 소신이나 철학을 분명히 밝히지 못했다. 특히 초중고 교육에 대해선 기본적인 교육관이 있을까 하는 생각마저 들게 한다. 이러니 '이런 사람은 어디선가 좋은 이야기 듣고 정책을 갑자기 추진하는 경우가 있을 수 있다'는 걱정마저 나오는 것이다. 전임 정부 초대 교육부 장관이 초등학교 입학 연령을 5세로 낮추는 걸 추진하다 취임 35일 만에 사퇴한 알을 일깨우며 하는 우려다.
이 후보자는 충청권 출신으로 지방 국립대를 나온 최초의 국립대 여성 총장이라는 상징성이 있고, 소위 '서울대 10개 만들기 공약' 추진의 적임자라고 한다. 그러나 그는 후보 지명 후 여러 논란을 잠재울만한 교육부 장관으로서의 자질과 능력을 충분히 보여줬다는 생각이 들지 않는다. 여전히 이재명 대통령이 왜 이 후보자를 지명했는지 그 이유를 알기 어렵다. 국민들이 모르는 것이 있다면 지금이라도 소상히 알려주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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