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야별 전문팀 꾸려 보이스 피싱…'로맨스팀' 앞세워 5억 뜯어내(종합)
연합뉴스
입력 2025-07-18 12:29:29 수정 2025-07-18 12:29:29
대검팀·해킹팀 등 기업형 구조로 운영…구직난 겪는 MZ 조직원 포섭
정부 합수단, 캄보디아 거점 '한야 콜센터' 18명 구속하고 잔당 추적


금융사기(PG)[제작 이태호, 조혜인, 최자윤] 사진합성, 일러스트

 

(서울=연합뉴스) 정윤주 기자 = 캄보디아에 거점을 둔 보이스피싱 조직이 정부 합동수사단에 적발됐다.

이른바 '마동석'으로 불리는 외국인 총책이 만든 이 조직은 범죄 수법에 따라 전문팀을 구성하는 등 기업형 구조로 운영된 것으로 드러났다.

서울동부지검 보이스피싱 범죄 정부합동수사단(합수단)은 범죄단체 가입 및 활동 등의 혐의로 '한야 콜센터'의 팀장 A(32)씨 등 조직원 18명을 구속하고 이 중 16명을 재판에 넘겼다고 18일 밝혔다.

한야 콜센터는 '마동석'의 대규모 자본을 바탕으로 각종 보이스피싱 범죄 수법을 담당하는 7개 전문팀을 구성했다.

이는 ▲ 대검팀(수사기관·금융기관 사칭) ▲ 해킹팀(악성 프로그램 설치) ▲ 몸캠피싱팀(음란 영상 협박) ▲ 로맨스팀(성매매 조건만남 사기) ▲ 리딩팀(주식 투자정보 사기) ▲ 쇼핑몰팀(리뷰 포인트 사기) ▲ 코인팀(가상자산 투자 사기) 등이다.

여기에 조직 자금 관리·세탁을 담당하는 '이체팀'과 인력 공급·관리를 담당하는 '모집팀'을 별도로 구성해 기업 같은 형태를 갖췄다.

팀원들은 또 '신사임당', '허준', '장금이', '유관순' 등 유명 위인의 이름이나 '여포, '초선', '제갈량'과 같이 삼국지 인물의 이름을 딴 별칭을 썼다.

팀 명칭과 별칭은 조직에서 자체적으로 붙인 것으로 파악됐다.

홍완희 합수단장은 이날 동부지검에서 연 브리핑에서 "사실상 현재까지 밝혀진 보이스피싱 수법을 망라한 형태"라며 "이 조직은 각 팀들이 계열사 형태를 띠었고, 전형적인 기업형의 모습"이라고 말했다.

'핵심 사업부'는 로맨스팀이었다. A씨가 팀장을 맡은 로맨스팀은 성매매 여성을 사칭해 "성매매 코스 비용과 신원 확인에 필요한 인증 비용을 보내달라"고 속여 2024년 10월부터 2025년 4월까지 피해자 11명으로부터 총 5억2천700만원을 뜯어냈다.

이들은 캄보디아에 거점을 두고 조직을 운영했으며, 발각 위험이 있을 때 거점을 옮기면서 활동했다. 범행을 위해 별도의 사이트를 개발하는 팀도 있었고, 보이스피싱을 의심한 피해자가 전화를 걸면 성매매 여성인 척하며 상대를 속였다.

이들은 일자리를 찾기 어려운 MZ세대를 대상으로 고수익을 보장하며 조직원을 영입한 것으로 조사됐다. 실제로 구속된 18명 중 대부분이 20∼30대였다.

'한야콜센터' 조직원이 피해자에게 추가 인증 비용을 요구하는 텔레그램 대화 [보이스피싱 범죄 정부합동수사단 제공]

수사는 국정원 국제범죄정보센터의 첩보를 바탕으로 시작됐다.

합수단은 현재 '마동석'과 한국인 부총괄 등 나머지 조직원을 추적 중이다.

홍 합수단장은 "수사권은 대한민국 국경을 넘을 수 없는데 해외에서 벌어지는 범행이 많다"며 "여권 무효화나 범죄인 인도 등 국제 공조를 통해 검거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 범죄조직에는 한국인 48명이 관리자 또는 상담원으로 가담한 것으로 조사됐다.

다만, 대다수 조직원이 캄보디아에 있기 때문에 범죄 규모는 약 두 배 이상으로 늘어날 수 있다고 합수단은 설명했다.

합수단은 "가담 기간과 상관없이 단 1명도 빠져나갈 수 없도록 철저한 수사를 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2022년 7월 29일 출범한 합수단은 현재까지 보이스피싱 조직의 국내외 총책 등 총 829명을 입건하고 345명을 구속했다.

합수단의 활동 기한은 오는 29일까지다. 기간 연장 여부에 대해 홍 합수단장은 "대통령실이나 국무조정실에서 연장 여부를 검토하고 있다는 말만 들었다"면서 "보이스피싱 대응에 기관별 노력은 한계가 있고, 효과적인 수사를 위해 검찰·경찰·금감원·국세청 등이 모인 정부합동기관 합수단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jungle@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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