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노구교 사건 계기 항일전쟁 집중 조명…대만 정부는 침묵
연합뉴스
입력 2025-07-08 11:09:22 수정 2025-07-08 11:09:22
日 731부대 만행 추가 증거 제시·유물 전시…시진핑, 승전지 방문
中 '단결·투쟁으로 위기 극복' 메시지…대만엔 '독립 불가' 경고


"300명 생체실험" 자백하는 일본 731부대 해부학자[홍콩 명보 캡처.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연합뉴스) 인교준 기자 = 중국이 1937년 7월 7일 일본의 도발로 인한 루거우차오(盧溝橋) 사건(7·7사변)을 계기로 시진핑 국가주석까지 나서 항일전쟁을 집중 조명한 반면 대만은 침묵으로 일관해 눈길을 끈다.

8일 중국 인민일보·신화통신·환구시보, 대만 연합보 등에 따르면 최근 며칠 새 시 주석은 항일전쟁 승리 유적지를 방문했는가 하면 중국 당국은 7·7사변일에 대규모의 항일전쟁 문화유물 전시 행사를 시작했다.

바이퇀 전투 기념비 광장 찾은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신화통신 캡처. 재판매 및 DB 금지]

중국 당국은 전날부터 베이징 부근 중국인민항일전쟁기념관에서 사진 1천525점과 관련 유물 3천237개를 8개 구역으로 나눠 전시했다.

올해가 항일전쟁 및 세계 반파시스트전쟁 승리 80주년임을 기념할 목적으로, 중국 내에서 통상 항일전쟁의 기점으로 여기는 7·7사변의 88주년을 전시 개시일로 잡았다고 관영 매체들은 전했다.

루거우차오 사건은 일본군 도발로 촉발된 중·일 양국 군대 충돌로, 중국과 대만에선 이 사건 이후 1945년 8월 15일 일본 항복 때까지를 '8년 항전기'로 부른다.

중국 당국은 매년 7·7사변일을 기념해왔으며, 중·일 관계가 심상치 않았던 해엔 행사 규모를 키워 항일 의식을 강조해왔다.

올해 눈에 띄는 대목은 중국 당국이 지난 6일 제2차 세계대전 당시 일본군 731부대의 생체실험 만행을 입증하는 추가 증거를 공개했다는 점이다. 731부대는 만주에 주둔했던 일본 관동군 소속 생화학 부대로 세균전을 목적으로 반인륜적인 생체실험을 자행했던 곳이다.

공개된 추가 증거는 하얼빈 소재 731부대 죄증진열관이 수집한 것으로, 전(前) 731부대 해부학자인 쿠루미자와 마사쿠니(胡桃沢正邦)의 83분 분량 증언 영상이다.

여기엔 자신이 한국인과 중국인 등을 포함해 300명가량을 생체실험했다는 내용이 담겼으며, 전쟁 당시 일본군의 만행을 부각한 자료라는 점에서 일본을 겨냥한 기색이 역력하다.

이와 함께 시 주석은 전날 산시(山西)성 양취안시를 시찰하고, 항일전쟁 당시 1940년 8월 공산당의 대대적인 승리로 귀결된 바이퇀(白團) 전투 기념비 광장을 찾아 참배해 주목됐다.

대만 타이베이 민진당 본부 앞 친중 시민단체 시위[글로벌타임스 캡처. 재판매 및 DB 금지]

중국 당국의 7·7사변 계기 항일전쟁 집중 조명과 시 주석의 항일 유적지 방문 행보는 우선 일본의 침략으로 누란의 위기 때 중국 공산당이 인민과 함께 일치단결한 투쟁으로 이겨냈다는 점을 강조하려는 의도로 해석됐다.

아울러 도널드 트럼프 미 행정부가 중국을 겨냥해 경제·외교·안보 등 전 분야에서 압박 공세를 펴면서 중국이 적지 않은 타격을 받는 가운데 단결·투쟁의 전 국민 대응 체제로 작금의 위기를 극복해가자는 메시지도 담고 있어 보인다.

또 중국 당국이 대만 민진당 세력을 겨냥해 항일전쟁 때의 '한마음'으로 돌아가 독립 시도를 멈추고 통일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고 압박하려는 의도도 묻어난다.

실제 친중 성향의 대만 시민단체들은 전날 타이베이 민진당 본부 앞에서 "'하나의 중국' 원칙을 위반하고 양안(兩岸·중국과 대만)의 위험한 대립으로 몰아가는 집권 민진당은 대만 독립 시도와 탈중국화 정책을 포기하라"고 촉구했다.

이런 가운데 대만 연합보는 이날 "7·7사변 88주년을 맞아 대만 당국은 정부 차원의 행사를 개최하지 않았으며, 라이칭더 총통 역시 공개적인 연설은 물론 관련 언급조차 하지 않는 등 침묵으로 일관했다"고 지적했다.

친미·독립 성향인 라이 총통의 민진당 정부는 중국 당국의 하나의 중국 원칙 수용 요구를 거부하고 있다. 7·7사변을 계기로 대만에서도 항일 투쟁이 이어졌지만 대만 정부는 이와 관련한 기념행사를 거의 하지 않아 왔다.

이와는 달리 대만 야당인 국민당은 7·7사변에 대해 중국과 궤를 같이한다.

국민당 소속의 마잉주 전 대만 총통은 지난해 4월 9일 베이징 항일전쟁 기념관 방문 기념 연설을 통해 루거우차오 사건을 언급하면서 "이를 교훈 삼아 자립 자강으로 중화를 부흥시켜야 한다"고 강조하고, 루거우차오 사건 현장을 직접 찾기도 했다.


kjihn@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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