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익위, 유사·반복민원 간주해 즉시종결…법원 "법령상 종결처리 대상 아냐"

(서울=연합뉴스) 이미령 기자 = 국민권익위원회에 수백 차례 정보공개청구를 신청한 민원인이 자신의 청구 내역을 알려달라며 또 정보공개청구를 냈다.
권익위는 이를 유사·반복 민원으로 보고 거부했지만, 법원은 이 처분이 위법하다고 판단했다.
6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행정법원 행정11부(김준영 부장판사)는 지난 5월 민원인 A씨가 국민권익위원장을 상대로 낸 정보공개거부처분 취소 소송에서 원고 일부승소로 판결했다.
A씨는 권익위에 자신의 2022년, 2023년 정보공개청구 민원 내역(접수일자, 직무수행자, 기안시간·결재시간 등)을 알려달라며 지난해 2월 21일 정보공개청구를 신청했다.
그러나 권익위는 이틀 뒤 해당 정보공개청구를 "질의성 유사·반복 민원에 해당한다"며 즉시 종결했고, A씨는 이에 불복해 행정소송을 냈다.
정보공개법상 공개 청구의 내용이 진정·질의 등으로 정보공개청구로 보기 어렵고 민원처리법상 민원으로 처리 가능한 사안인 경우 민원으로 처리할 수 있다. 또 민원처리법은 같은 내용의 고충 민원을 정당한 사유 없이 3회 이상 제기하는 경우 조사 없이 즉시 종결 처리할 수 있도록 정하고 있다.
법원은 그러나 "이 사건 공개청구는 선행 민원 처리 과정에 관한 진정 내지 민원이 아니라 정보공개청구로, 이번 공개청구가 종전 민원 처리된 것과 같은 청구를 반복한 것이라고 볼 자료도 없다"며 "법령상 종결처리 대상에 해당하지 않음에도 즉시 종결한 처분은 위법하다"고 판단했다.
A씨는 이번 공개청구 전에 권익위에 '민원 담당 공무원들의 근무시간·통화내역·출장내역, 권익위 공무원에 대한 주의 및 경고 처분 일자 및 종류' 등에 대한 정보공개청구를 수백건 신청했는데, 법원은 이 점을 들어 "권익위 소속 공무원들이 심리적 압박이나 불편을 느낄 수 있다고는 보인다"고 인정했다.
A씨는 권익위 소속 공무원들에게 수십 차례 전화 통화를 시도하다가 연락이 되지 않자 해당 공무원의 근무 내역이나 징계 기록에 관한 정보공개청구를 신청하기도 했다.
법원은 그러나 "이 사건 청구는 A씨가 자신의 정보공개청구 내역에 대한 정보를 알려달라는 것이고 A씨는 자신의 민원이 적정하게 처리됐는지 확인하고자 할 수 있다"며 권익위가 해당 정보의 비공개 사유 여부를 검토해 가능한 범위 내에서 의문 사항을 해소해주는 것이 타당하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A씨가 오로지 권익위 소속 공무원들을 괴롭힐 목적으로 정보공개청구를 한 것이라고 단정하기 부족하다"며 "A씨의 정보공개청구가 정보공개청구권 제도의 내재적 한계를 일탈했다거나 사회 통념상 용인될 수 없는 권리남용에 해당한다고 볼 수 없다"고 덧붙였다.
법원은 다만 A씨가 공개 청구한 정보 중 기안자를 비롯한 '직무수행자' 부분은 이미 A씨에게 공개된 정보로 소의 이익이 없다고 보고 각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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