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자치경찰 구분 모호…업무 중복 등 비효율 부작용
지역 맞춤형 정책 성과도…지자체 권한 강화엔 찬반 팽팽
지역 맞춤형 정책 성과도…지자체 권한 강화엔 찬반 팽팽

(서울=연합뉴스) 이동환 장보인 기자 = 자치경찰제가 시행 4주년을 맞이했지만, 현장 경찰 사이에선 제도 실효성에 대해 회의적 평가가 지배적인 분위기다.
2021년 7월 도입된 자치경찰제는 시민 생활과 밀접한 '생활안전', '교통', '여성·청소년' 분야의 경찰권을 지방자치단체에 부여하는 제도다.
이를 계기로 경찰 조직은 지자체의 '자치경찰위원회'가 지휘·감독하는 자치경찰과 국가수사본부의 지휘를 받는 수사경찰, 그리고 기존의 국가 경찰로 나뉘었다.
그러나 자치경찰을 통한 지역 맞춤형 서비스를 제공하겠다는 취지가 체감되지 않는다는 게 대체적인 평가다.
이런 가운데 이재명 대통령이 지난 3일 기자회견에서 검찰개혁에 따른 경찰 비대화 문제와 함께 자치경찰제를 거론하면서 제도 개선 논의에 다시 불이 붙을지 주목된다.

◇ 시민도 모르는 국가·자치경찰 구분
현행 제도는 국가경찰과 자치경찰의 권한과 역할이 명확히 구분되지 않는 게 가장 큰 문제로 꼽힌다. 제도가 복잡해 둘의 차이를 구별하는 시민들도 흔치 않다.
일선 경찰서에서 여성·아동 보호, 가정폭력 예방, 방범 활동, 교통 단속 등 자치경찰 사무를 담당하는 경찰관의 신분은 여전히 경찰청 소속의 국가직 경찰관이다. 그러면서 자치경찰위의 지휘·감독을 받게 돼 있는 이중적인 상태인 것이다.
반면 시민과 실제 피부를 맞대는 파출소와 지구대 경찰관은 자치경찰이 아닌 국가경찰의 112종합상황실 소속이다. 자치경찰위가 지휘·감독권을 행사할 수 없다. 비효율이 불가피해 보이는 지점이다.
서울에서 근무하는 한 경찰관은 6일 연합뉴스에 "국가경찰과 자치경찰이 그냥 버무려져 있는 느낌"이라며 "제도의 원래 취지를 생각하면 지금의 자치경찰제는 50점을 주기도 어렵다"라고 했다.
자치경찰위의 지휘·감독 역할도 사실상 자문 수준에 그치고 있다는 평가다. 경찰 인사에 대한 권한이 한정적인 데다, 예산 편성권도 제한적이다. 경찰 관계자는 "말은 자치경찰이지만, 실권이 없으니 국가경찰에 종속될 수밖에 없는 구조"라고 말했다.
물론 성과가 없는 것은 아니다. 가령 서울시 자치경찰위가 자체 추진한 '반려견 순찰대'는 지역주민이 치안 활동에 참여하는 모델로 전국에 확산됐다. 한 경감은 "자치경찰을 안정적으로 정착시키려면 범죄예방, 여성청소년, 교통 등을 자치경찰위 아래로 소속 변경해 독자적인 지휘권과 예산권을 줘야 한다"고 말했다.

◇ "지자체 권한 강화" vs "치안력 저하 우려"
자치경찰 실질화를 놓고 여러 방안이 제시됐지만 녹록지 않다. 그중 하나가 지자체가 독립적인 자치경찰을 두는 방식인데, 막대한 비용은 물론, 치안 현장 대응에 혼선이 일 수 있다는 지적이다.
이런 자치경찰 이원화가 일부 적용된 유일한 곳이 제주도다. 하지만 경찰청 소속 자치경찰과 독립적인 제주자치경찰단이 현장에 중복 투입되는 일이 종종 빚어진다고 한다. 한 경정은 "살인, 가정폭력, 교통사고 등의 초동 조치 대부분을 지구대가 하는데 지자체 소속이 돼 별도 업무가 된다면 엄청난 혼란과 장벽이 생길 것"이라고 말했다
지자체장의 영향력에서 자유로울 수 없는 자치경찰위의 권한이 강화될 경우 정치적 중립성이 훼손될 수 있다는 우려도 꾸준히 제기된다. 현재와 같이 자치경찰의 신분이 국가직 경찰관인 이중적 모델이 도입된 것도 이러한 점 때문이다.
이재명 정부의 자치경찰제 개혁 방안은 아직 공개되지 않고 있다. 검찰개혁 속도에 맞물려 논의가 시작될 것으로 보인다. 경찰의 수사권 강화와 자치경찰제는 밀접하게 연계돼있다. 문재인 정부 때 검찰 수사권 중 일부가 경찰로 넘어가며 커진 경찰의 권한을 지방정부로 분산하자는 게 자치경찰제 도입 취지 중 하나였다.
앞서 윤석열 정부는 자치경찰권 강화를 국정과제로 내세웠지만, 국무총리 소속 경찰제도발전위원회에서 논의만 이어가다 실질적 대안을 내놓지 못한 바 있다.
dhle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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