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엑스포츠뉴스 황수연 기자) "이제 정말 '오징어 게임'은 끝인 거네요."
3일 오후 서울 종로구 삼청동의 한 카페에서 넷플릭스 시리즈 '오징어 게임' 시즌3의 주역인 배우 이정재의 인터뷰가 진행됐다.
'오징어 게임' 시즌3는 자신만의 목적을 품고 다시 참가한 게임에서 가장 친한 친구를 잃고만 기훈(이정재 분)과, 정체를 숨긴 채 게임에 숨어들었던 프론트맨(이병헌), 그리고 그 잔인한 게임 속에서 살아남은 참가자들의 마지막 운명을 그린 이야기.
이정재는 3년 전 게임에서 456억을 받은 뒤 딸을 만나러 미국에 가려던 중 프론트맨의 목소리를 듣고 복수를 다짐한 '456번 참가자' 성기훈 역을 맡았다. 죽음의 게임을 끝내기 위해 다시 '456번'이 됐지만 자신이 주도한 반란의 실패로 가장 친한 친구 정배(이서환)와 동료 참가자들을 잃은 뒤 망연자실하게 된 인물이다.
이날 이정재는 약 5년간의 '오징어 게임' 대장정을 마지막을 마무리하는 인터뷰 자리에 "아직 실감이 안 난다. 워낙 오래 했던 작품 아닌가"라며 "무엇보다도 큰 경험을 했다고 사랑을 많이 받았다. 그런 면에서는 너무 감사한 일이다. 그래서 (시즌3의) 반응을 조금 더 찬찬히 봤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갖고 있다. 앞으로 내가 '오징어 게임'에 대해 더 이야기할 기회가 있을까 싶다. 이제 정말 끝인가? 어떻게 되는 거지 싶다"고 아쉬움을 내비쳤다.
이어 "항상 작품을 할 때마다 느끼지만 초반에는 캐릭터 잡기가 어렵고 고민이 많다. 시간이 지나면서 캐릭터에 익숙해지고 그 작품에 내가 많이 빠져있구나 느끼면서부터는 애정이 생길 수밖에 없다. 그러다 보면 드라마는 4부, 6부 더 찍었으면 좋겠고, 영화는 2편이 나왔으면 싶다. '오징어 게임'도 마찬가지였다. 떠나보내서 시원하다는 마음은 잘 안 들고 끝인가 아쉬움이 더 많다"고 털어놨다.
이정재는 '오징어 게임' 시즌2,3 촬영을 위해 10kg를 감량했다. 그는 혹독한 다이어트에 대해 "감독님이 시즌2, 3을 집필할 때 '오징어 게임 시즌1'을 좋아하는 팬분들을 생각하면서 글을 쓰고 찍지 않았겠나. 저도 전 세계적으로 이렇게까지 많은 사랑을 받은 적이 없었다. 지지를 받은 만큼 저도 최대한의 노력을 하고 싶었고, 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그 때문에 무엇이든 하려고 했고, (체중 감량은) 그 무엇 중의 하나로 외형적인 변화를 조금이라도 보여드리는 게 좋지 않을까 싶었다. 그래서 그 즐거운 회식도 마다하고 점심시간에 세트장에 있는 밥차도 거의 못 갔다"고 회상했다.
다이어트 방법으로는 "식단 준비해 주시는 분에게 그날 반찬 나오는 야채만 쪄달라고 했다. 스티로폼 도시락 용기에 세 끼를 싸주시면 그걸 점심에 받아서 하나 먹고, 저녁때 하나 먹고, 그다음에 숙소 가져가서 아침에 조금 먹었다. 그러다가 촬영 중반부터는 하루에 세 개를 두 개로 줄이고, 나중에는 하나로 줄였다. 마지막 신 두 달 전부터는 도시락 하나를 세 끼로 나눠서 먹었다"고 설명했다.

이정재는 그렇게 성기훈이 됐다. 그는 "'오징어 게임'의 기본 룰이 '밥은 먹인다'이지 않나. 극 중에서 보면 김밥도 나눠주고 철제 도시락도 준다. 그런데 기훈이 과연 먹을까? 난 안 먹을 것 같다 싶었다. 또 스트레스받고 패닉에 놓이다 보면 신체가 마른 오징어처럼 쪼그러들지 않을까 생각했다. 그런 것들이 화면에 잘 묻어나길 바랐다"고 강조했다.
과거 영화 '암살' 때 준비 없는 혹독한 다이어트 부작용을 겪었다는 이정재는 이번에는 더욱 신경을 썼다고 밝혔다. 그는 "제가 '암살' 때 다이어트를 세게 했다. 그때는 무작정했다. 탈모도 심하고 위장 장애도 있었다. 그때 다이어트를 잘못하면 나오는 현상이구나 알게 됐다"며 "그래서 이번엔 그 정도는 아니었다"고 털어놨다.
이정재는 성기훈을 어떤 인물이라고 생각했을까. 그는 "이 작품을 찍으면서 가장 많이 들었던 생각이 '누구나 다 죽는데 나는 어떤 죽음을 선택할 것인가'였다. 내가 부귀영화를 누리고 죽든 아니든 결국 죽는 건 마찬가지 아닌가. 어쩌면은 잘 죽기 위해 사는 것이 아닌가 생각도 들었다. 내가 나를 돌아봤을 때 내 양심의 가책이 없는 편안한 마음이 잘 죽는 것이라고 한다면 게임장 안에서의 기훈의 선택은 양심에 거리낌 없이 살다가 죽기를 원한 것이 아닐까 싶었다"고 말했다.
극중 대호(강하늘)를 끊임없이 노려보는 대목에는 "살면서 가끔 그럴 때가 있다. 내 잘못이 분명한데 그냥 도망가고 싶고 남에게 떠넘기고 싶은 때들이 있다. 그런 심정이 아니었을까. 그러다 보니 기훈도 그런 상황을 만든 자신의 자책이자 죄책감을 누군가에게 돌리고 싶지 않았을까. 기훈의 좋은 인간성만 보여주고 싶지 않았던 것 같다. 착한 인간이라도 도망가고 싶은 인간의 내면을 성기훈의 그런 모습으로 표현한 것 같다"고 자신의 생각을 전했다.

모두가 죽는 '오징어 게임'의 꽉 닫힌 엔딩에서도 언급했다. 이정재는 "첫 시즌이 워낙 큰 성공을 하면서 이후에 (시즌 2,3을 제작하게 되면서) 몇 년 더 프로젝트를 끌고 가게 됐다. 그런데 그런 성공의 결과를 누리는 것보다 작품의 완결성을 위해 이런 선택을 하는 용기에 놀랐다. 이 사람은 물질적인 것이나 미래에 대한 연장선 등 성공보다 작품성에 더 치중하고 애정을 갖는구나 느꼈다"고 황동혁 감독의 결정에 존경심을 전했다.
이어 "그렇다면 내가 아이디어를 이렇게 저렇게 내기보다는 이 작가가 원하는, 어쩌면은 본인도 아쉬움이 있을지 몰라도, '오징어 게임'을 마무리 짓겠다는 결정에 저도 많이 힘을 실어야겠다는 마음이 컸다. 최대한 맞춰주려고 했다"고 밝혔다.
성기훈이 살아남는 엔딩은 없었을까. 이정재는 "성기훈이 사는 엔딩에 대해서는 들어봤다. 여러 버전으로 돌려보면서 그중에 고르는 과정이 있었고 고심이 있었던 걸로 알고 있다"면서 "만약 감독님이 성기훈이 사는 쪽으로 선택했어도 좋았을 것 같지만 지금 엔딩이 더 잘 선택한 것이 아니지 않나 싶다"고 말했다.
시청자들의 호불호 반응에는 황동혁 감독이 이미 예상했을 거라고 했다. 이정재는 "성공과 실패를 많이 경험한 사람들이 이 결정에 함께하지 않았겠나. 어떤 선택을 했을 때 대중들이 좋아하는지 모르는 사람은 없다고 생각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시즌의 대미를 이렇게 남겼으면 좋곘다고 한 건 작가주의적인 생각인 것 같다. 황동혁 감독이 느끼기에 가장 좋은 선택이었다고 본다"고 짚었다.

'오징어 게임' 시즌3는 공개 첫 주, 단 3일 만에 글로벌 TOP 10 시리즈(비영어) 부문 1위는 물론, 공개 첫 주 TOP 10 93개국 1위 석권한 넷플릭스 첫 작품으로 기록되며 전 세계의 이목을 끌었다.
이정재는 "기록 경신에 대해서는 잘 생각 안 해봤다. 굳이 이야기하자면 한국 콘텐츠가 이렇게 할 수 있는 것 자체가 큰 의미가 있다고 본다. '오징어 게임'을 안 봤다고 해도 이런 작품이 있다는 걸 알지 않나. '오징어 게임'으로 시작해서 한국 콘텐츠를 접하는 사례도 있으니까. 한국에 대한 관심이 나날이 높아지는 게 산업적으로 가장 큰 의미가 아닐까 싶다"고 말했다.
'오징어 게임' 이후 작품 선택도 많이 달라졌다는 이정재는 "이제는 가능하면 많은 나라 혹은 많은 문화권에 계신 분들도 쉽게 이해하고 재밌게 보실 수 있는 내용과 캐릭터로 뵀으면 좋겠다는 생각이다. 콘텐츠를 만드는 사람으로서 '오징어 게임' 같은 성공보다는 계속해서 관객이나 시청자들의 폭을 넓히고 싶다는 마음이다. 우리가 예전에는 할리우드 가는 게 꿈이었는데 지금은 할리우드를 안 가도 잘 만들고 그 이상으로 꿈같은 일들을 만나지 않나. 계속해서 이런 현상이 이어지길 바란다"고 전했다.
이어 이정재는 "'애콜라이트' 같은 해외 작품 제안도 많이 받고 있다. 제안받은 작품들 중에서 고민하고 있다. 아직 결정할 단계가 아니라 지켜보는 중"이라며 "지금은 매일 tvN '얄미운 사랑' 촬영을 하고 있다. 어떻게 하면 조금 더 완성도 있게 찍으려고 고민 중이다. 그러고 보면 이제 '오징어 게임'은 진짜 끝인 것 같다. 아쉬워만은 할 수 없다"고 시원섭섭한 마음을 드러냈다.
'오징어 게임' 시즌3는 지난달 27일 넷플릭스를 통해 공개됐다.
사진 = 넷플릭스
황수연 기자 hsy1452@xports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