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엑스포츠뉴스 김환 기자) 이강인이 올여름 파리 생제르맹(PSG)을 떠날 수 있을까.
한동안 이강인에게 관심을 보이던 이탈리아 세리에A 챔피언 나폴리 이적설이 사그라든 시기에 프리미어리그의 중소 구단인 크리스털 팰리스가 이강인을 원한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지난 시즌 잉글랜드 FA컵에서 우승을 차지하며 다음 시즌 유럽축구연맹(UEFA) 유로파리그 출전 티켓을 따낸 크리스털 팰리스는 이강인 영입에 3000만 유로(약 480억원)를 투자할 생각이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강인이 크리스털 팰리스 이적을 선택할 경우 다음 시즌 유로파리그 출전과 더불어 현재 프리미어리그를 넘어 유럽 축구계에서 주목받는 젊은 지도자 중 한 명인 올리버 글라스너 감독의 지도를 받을 수 있을 전망이다.
프랑스 매체 '스포르트'는 1일(한국시간) "PSG에서 벤치로 밀려난 이강인은 짐을 싸고 있을지도 모른다"며 "크리스털 팰리스는 이강인에게 큰 영향력을 발휘하고 싶어하며, 이미 경쟁자보다 앞서가고 있다"고 보도했다.
언론은 "지난 시즌 UEFA 챔피언스리그 우승을 차지한 루이스 엔리케 감독은 핵심 선수진을 유지한 채 변화를 주고 싶어한다. 팀을 떠날 수 있는 후보에는 이강인도 포함되어 있다"면서 "2026년 월드컵 1년을 앞두고 주전 자리를 노리고 있는 24세의 이강인은 더 이상 공격형 교체 자원에 만족하지 않을 것"이라며 엔리케 감독과 이강인 모두가 변화를 원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크리스털 팰리스가 이강인 영입을 노리고 있다. 크리스털 팰리스는 이번 시즌 6골 6도움을 기록한 이강인에게 거액을 투자하고 싶어한다"며 "여러 포지션을 소화할 수 있는 이강인은 크리스털 팰리스 관계자들의 마음을 사로잡았으며, 구단은 PSG가 요구하는 3000만 유로를 지불할 준비도 되어 있다. 복수 구단 소유 문제에 따른 유로파리그 출전 불확실성에도 불구하고 크리스털 팰리스는 이강인 영입을 위해 강력한 의지를 보이는 중"이라고 했다.
지난 시즌 후반기부터 PSG에서 입지가 줄어든 이강인은 시즌 막바지부터 PSG가 처분할 가능성이 높은 선수로 분류됐다. 이강인은 흐비차 크바라츠헬리아, 우스망 뎀벨레, 데지레 두에, 브래들리 바르콜라 등 다른 PSG 선수들과의 주전 경쟁에서 밀려 출전 시간이 눈에 띄게 줄어들었고, 여름 이적시장에서 선수단을 정리하려고 하는 PSG가 이강인을 매각 대상으로 생각하고 있다는 것이었다.
프랑스 유력 매체 '레퀴프'와 '르 파리지앵' 등에 따르면 PSG는 이강인을 비롯한 몇몇 후보 선수들과도 재계약을 맺으려고 했으나, 기존 계획을 바꿔 이들을 이적시장에 내놓기로 결정했다. PSG가 이강인에게 책정한 이적료는 2500만 유로(약 400억원)에서 3000만 유로로, 이는 다른 구단들이 이강인을 영입할 생각이 있다면 충분히 감당 가능한 금액이었다.
이제 20대 중반이 된 이강인은 특정 팀에서 꾸준히 출전 시간을 늘려 주전으로 활약해야 하는 나이다. 지난 시즌 PSG에서 후보로 밀려났던 것과 같은 상황이 반복되면 자신의 커리어에도 타격을 입을 수밖에 없다. 이미 지난 시즌을 통해 루이스 엔리케 감독이 이전처럼 이강인에게 눈길을 주지 않는다는 것을 확인했기 때문에 지금으로서는 이적이 이강인에게 더 나은 선택일 수 있다.

이런 상황에서 이강인을 영입하겠다고 나선 구단이 바로 나폴리였다.
지난 시즌 세리에A 정상에 오른 나폴리는 리그와 챔피언스리그를 병행해야 하는 다음 시즌을 대비해 여름 이적시장에서 미드필드를 강화하려고 했다. 미드필드 전 지역을 커버할 수 있는 이강인은 나폴리 입장에서 상당히 매력적인 선택지였고, 나폴리는 이강인을 영입하기 위해 움직이기 시작했다.
이강인은 이적설이 나온 와중에도 PSG와 함께 미국에서 열린 2025 국제축구연맹(FIFA) 클럽 월드컵에 참가해 두 경기 연속 교체로 활약하며 페널티킥으로 득점을 터트리는 등 이적설이 없는 선수처럼 지냈지만, 이탈리아에서는 꾸준히 나폴리가 이강인 영입을 준비하고 있다는 소식이 전해지고 있었다.
그러나 이강인이 나폴리로 이적할 것 같았던 분위기는 순식간에 바뀌었다.

이탈리아 유력 기자인 잔루카 디 마르지오에 따르면 나폴리는 이강인 대신 PSV 에인트호번의 측면 공격수 노아 랑과 합의를 마쳤고, 랑 외에도 제이든 산초와 단 은도예, 그리고 페데리코 키예사를 영입 리스트에 올려뒀다고 전했다. 나폴리의 영입 명단에서 이강인의 이름이 사라진 것이다.
이강인의 계약이 아직 남아 있기 때문에 이적 제안이 오지 않는다면 이강인은 다음 시즌에도 PSG에서 벤치를 달궈야 할 수도 있는 상황. 이때 이강인에게 손을 뻗은 구단이 바로 크리스털 팰리스다.
이전에도 이강인과 연결된 적이 있었던 크리스털 팰리스는 지난 시즌 FA컵 트로피를 들어올린 뒤 다음 시즌 더 높은 성적을 기대하고 있다. 프리미어리그는 물론 유로파리그를 포함한 컵 대회에서도 좋은 성적을 거두겠다는 의지가 가득하다. 빅클럽에서 주전 경쟁을 경험했던 이강인을 영입하려는 이유다.
또한 크리스털 팰리스는 팀의 에이스인 에베레치 에제의 이탈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있다. 에제는 현재 손흥민의 소속팀인 토트넘 홋스퍼와 강하게 연결되고 있는데, 에제가 팀을 떠난다면 크리스털 팰리스는 에제의 공백을 메워줄 수 있는 높은 수준의 선수가 필요한 게 사실이다. 사실상 에제를 대체할 선수로 이강인을 낙점한 셈이다.

이강인이 크리스털 팰리스 이적을 선택할 경우, 다음 시즌 유로파리그 출전과 함께 글라스너 감독의 지도를 받는 걸 기대할 수 있다. 글라스너 감독은 아인라흐트 프랑크푸르트(독일) 사령탑 시절 유로파리그 우승 경험이 있는 유망한 지도자로 평가받는다.
크리스털 팰리스가 이강인에게 책정된 이적료를 지불하기로 결정한 이상 PSG가 이를 받아들일 일만 남았다. 이강인 역시 크리스털 팰리스로 이적하려면 어느 정도의 연봉 삭감도 감수되어야 할 것으로 보인다.
사진=연합뉴스
김환 기자 hwankim14@xports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