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공지능(AI)이 게임 아트와 그래픽 디자인의 새로운 지평을 열고 있다. 넥슨코리아의 최가운 발표자가 2025년 6월 25일 NDC25에서 진행한 세션 “<메이플스토리 월드> 이미지 생성 AI R&D, 내 딸을 메이플 캐릭터로?”는 AI를 활용한 이미지 개인화의 가능성과 실무 적용의 현실을 생생히 보여줬다. 발표자의 개인적 목표인 ‘딸을 메이플 캐릭터로 만들기’에서 시작된 이 여정은 AI 기술의 잠재력과 한계를 탐구하는 실험의 장이었다. 아울러 이 세션에서는 그래픽 생성 Ai를 기획자나 디자이너가 아닌 프로그래머(플머)가 맡으면서 생긴 일화를 다루고 있다.
AI 이미지 생성의 작동 원리와 진화
AI 이미지 생성은 ‘지시하기’와 ‘그리기’ 두 단계로 구성된다. 지시하기는 프롬프트를 통해 원하는 이미지를 설명하는 과정이고, 그리기는 AI가 이를 시각화하는 단계다. 최가운씨는 이 두 과정이 확률 기반 AI 모델로 작동하며, 일반적인 요청(예: “한국 여자 성인”)은 평균적 이미지를 생성하지만, 특정 스타일이나 개인화된 요구(예: 메이플 스토리 스타일의 딸 캐릭터)는 프롬프트만으로는 부족하다고 설명했다.
이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컨트롤넷, IP 어댑터, 로라(LoRA) 같은 보조 모델이 활용된다. 컨트롤넷은 포즈와 구도를 정밀히 조정하고, IP 어댑터는 말로 표현하기 어려운 시각적 특징을 학습한다. 로라는 특정 스타일을 학습해, 예를 들어 메이플 스토리 공식 홈페이지의 직업 소개 이미지를 바탕으로 해당 스타일에 맞춘 이미지를 생성할 수 있다. 발표자는 이 모델들을 부품처럼 조합하고 교체하며 원하는 결과를 도출하는 과정을 소개했다. 이는 AI가 단순한 도구를 넘어 창작의 협력자로 기능할 수 있음을 보여준다.
실무 적용의 도전 과제....기본기 없이 AI 이미지 생성은 힘들어
AI를 <메이플스토리 월드>에 적용하려는 시도는 흥미롭지만, 실무에서는 예상치 못한 장벽에 부딪혔다. 첫 번째는 도메인 지식의 필요성이다. 발표자는 메이플 스토리 테마의 탑다운 경기장 배경을 생성했지만, 디자이너의 피드백—“전장이 집중되어야 하고, 톤을 단순화해야 한다”—를 반영하려다 미술 기초 지식 부족으로 어려움을 겪었다. 결국 서양 미술사 책을 읽으며 기본기를 쌓아야 했다는 일화는 AI가 전문 지식 없이 바로 활용될 수 없음을 드러낸다.
두 번째는 AI 모델과 아티스트의 작업 방식 간 괴리다. 현재 AI는 설계 의도를 이해하거나 창작 과정을 실시간으로 반영하지 못한다. 예를 들어, AI가 생성한 이미지에 불필요한 요소(파란 바지)가 포함되면, 이를 수정하려면 머리와 몸통을 분리해 학습하거나 마스킹을 적용해야 했다. 이는 AI가 아티스트의 창작 흐름에 완전히 통합되지 않았음을 보여준다.
마지막으로, AI 기술의 빠른 발전은 양날의 검이다. 발표자는 작년 연구가 몇 달 만에 구식이 되는 경험을 했다. 새로운 모델이 나올 때마다 파이프라인을 재구축해야 하는 피로감은 실무 도입의 걸림돌이다. 하지만 이를 해결한 방법은 재사용 가능한 파이프라인 구축이었다. 모델을 부품처럼 교체하며 작업 흐름을 유지하는 방식은 생산성을 높이고 빠른 기술 변화에 적응하는 열쇠였다.
라이브 스케치의 꿈: AI와 아티스트의 협업...담당자는 프로그래머?
AI 그래픽 디자인의 미래는 아티스트와의 협업 강화에 있다. 최가운씨는 비디오 모델의 등장이 그림 그리는 과정을 학습하는 AI로 이어질 가능성을 언급했다. 이런 AI는 아티스트가 스케치를 시작하면 스타일을 분석해 채색이나 수정 방향을 제안할 수 있다. 이는 프로그래밍의 라이브 코딩처럼 ‘라이브 스케치’나 ‘라이브 채색’으로 발전할 수 있다. 발표자는 <메이플스토리 월드> 같은 플랫폼에서 AI가 크리에이터의 창작을 돕는 도구로 자리 잡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러나 이 비전을 실현하려면 몇 가지 과제가 남아 있다. AI는 아티스트의 의도를 더 깊이 이해하고, 실시간으로 피드백을 주고받는 모델로 진화해야 한다. 또한, 게임 기획자와 디자이너 간 소통을 돕는 워크플로우가 필요하다. 발표자는 AI가 단순히 이미지를 생성하는 데 그치지 않고, 메이플 스토리 세계관의 용어(예: “시그너스 캐릭터”)를 이해하고 변형 작업을 지원하는 방향으로 발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AI는 이미 메이플 스토리 스타일의 아바타, 배경, 동작 애니메이션을 생성하며 게임 아트의 가능성을 확장했다. 하지만 도메인 지식, 프로세스 최적화, 기술 변화 적응이라는 과제를 해결해야 ‘바이브 스케치’ 세상이 열릴 것이다. 최가운씨의 세션은 AI와 아티스트가 함께 그리는 미래를 구체적으로 상상하게 하는 계기였다. 이 기술이 <메이플스토리 월드>처럼 창작자 중심의 플랫폼에서 어떻게 꽃피울지 기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