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포츠뉴스 윤준석 기자) 손흥민이 토트넘 홋스퍼와의 10년 여정에 종지부를 찍을 가능성이 짙어지고 있다.
잉글리시 프리미어리그를 넘어 전 세계적인 상징성을 갖는 아시아 최고의 축구 스타이자, 토트넘 구단의 새로운 전설이 된 그가 이제 북런던 떠날 채비를 하고 있다는 다수의 정황과 보도가 쏟아지고 있다.
손흥민의 이적 여부는 올 초부터 이번 여름 이적시장의 가장 큰 이슈 중 하나로 떠올랐다. 계약 기간은 1년밖에 남지 않았고, 팀은 세대교체의 분기점에 서 있기 때문이다.
유럽축구연맹(UEFA) 클럽대항전 우승이라는 대기록을 세우며 커리어의 정점을 찍은 상황에서, 더 나은 미래 혹은 새로운 도전을 원하는 손흥민의 선택지가 다양하게 펼쳐지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손흥민은 2024-2025시즌 UEFA 유로파리그 결승에서 주장으로서 팀을 우승으로 이끌었다. 팀에 17년 만의 UEFA 클럽대항전 우승, 그리고 개인적으론 토트넘 입단 후 첫 우승이라는 위대한 성취였다.
토트넘 구단 역시 공식적으로 그 업적을 인정했고, 과거 앨런 멀러리(1972년), 스티브 페리먼(1984년)과 함께 구단의 유럽 트로피 캡틴 계보에 그의 사진을 올려 역사적인 선수로 예우했다.
하지만 이 우승은 동시에 이별의 신호로도 해석되고 있다.
영국 유력지 '텔레그래프'의 맷 로 기자는 25일(한국시간) 팟캐스트 '라스트 워드 온 스퍼스'에 출연해 "손흥민은 결승전 후 선수단과 스태프에게 이별을 암시하는 듯한 분위기를 풍겼다"며 작별 가능성을 언급했다.
토트넘, 아스널, 첼시 등 런던 소재 클럽 소식에 높은 공신력을 보유한 것으로 알려진 로 기자는 영국 축구계에서 신뢰받는 정보통 중 한 명으로, 그의 발언은 상당한 무게감을 가지기 때문에 손흥민이 토트넘을 떠날 가능성이 높아진 상황이다.
이와 같은 분위기는 다른 언론의 분석과도 일치한다. '풋볼런던'의 토트넘 전문 기자 알레스데어 골드는 최근 "손흥민은 이번 여름, 토트넘에 온 이래 가장 이적에 열려 있는 자세를 보이고 있다"며 "적절한 제안이 들어올 경우 이적 가능성은 과거보다 훨씬 높다"고 밝혔다.
영국 'TBR 풋볼' 역시 "손흥민은 자신의 커리어 중 가장 성공적인 시즌을 마치며 토트넘에서의 여정을 긍
정적으로 마무리하려는 생각을 하고 있다"고 주장하면 이별 가능성에 힘을 보탰다.
토트넘 구단 역시 손흥민의 매각을 준비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이미 장기 재계약은 무산되었으며, 올 초 1년 연장 옵션만을 행사한 것이 구단의 입장을 단적으로 보여준다
이는 손흥민을 끝까지 붙잡기보다, 이적료를 받을 수 있는 마지막 기회를 활용하고자 하는 현실적인 전략이라는 해석도 가능하다.
영국 축구 전문 매체 '풋볼 인사이더'는 "손흥민은 이번 여름이 마지막으로 현금화가 가능한 시점이다. 구단 입장에서도 이적을 막을 명분이 부족하다"고 분석했다.
실제로 사우디아라비아 클럽들은 손흥민에게 거액의 오퍼를 제시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으며, 유럽 내 다른 팀들도 경험과 브랜드 가치 측면에서 매력적인 카드로 보고 있다.
특히 손흥민의 브랜드 가치와 팬층은 단순한 전술적 자산을 넘어, 구단 수익구조에 깊게 연결돼 있다. 다수의 스폰서십, 아시아 시장 내 유니폼 판매, 투어 수익 등 손흥민의 존재 자체가 구단에게는 막대한 간접 수익을 안겨준 적이 있다.
손흥민의 거취 논의가 최근 들어 더욱 가속화된 데에는 토트넘이 새로운 시즌을 앞두고 안지 포스테코글루 감독을 경질하고 브렌트퍼드의 토마스 프랑크 감독을 선임했기 때문이라는 해석도 나온다.
프랑크 감독은 세대교체와 함께 팀 리빌딩을 지향하고 있으며, 이 과정에서 손흥민의 입지 역시 변화가 불가피하다는 관측이 제기된다. 일부 현지 보도에 따르면 프랑크 감독은 손흥민에게 로테이션 자원 혹은 '제한된 역할'을 부여할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관련해 토트넘 전문 매체 '스퍼스웹'은 "프랑크 감독이 손흥민에게 주전 보장을 하지 않겠다는 의사를 명확히 전달할 것"이라며 "이는 그에게 이적을 결심할 동기를 줄 수 있다"고 보도했다.
또한 손흥민의 체력과 경기력 문제도 일부에서 제기되고 있다. 전 토트넘 미드필더 제이미 오하라는 "프리미어리그는 이제 손흥민에게 너무 빠르다. 그는 더 이상 예전처럼 수비수를 제치는 플레이를 하지 못한다"고 지적하며, "레전드로 남기엔 지금이 떠나기 가장 적기"라고 주장했다.
한편, 손흥민의 거취 결정이 될 현실적인 시점은 바로 토트넘의 아시아 투어 종료 후로 예상된다.
토트넘은 프리시즌인 7월 31일 홍콩에서 아스날과의 친선전을 시작으로, 8월 3일에는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뉴캐슬 유나이티드와 격돌한다.
이 투어에서 손흥민은 출전 의무 선수다. 실제로 다수의 계약 조항에 손흥민의 출전이 명시되어 있을 가능성이 높다. 방송 중계권, 스폰서 계약, 입장권 판매 등 수익 구조가 손흥민의 출전 여부에 크게 좌우되는 만큼, 구단은 그를 최소한 아시아 투어까지는 붙잡아둘 계획이다.
영국 '토트넘 홋스퍼 뉴스'는 이와 관련해 "해당 투어로 다니엘 레비 회장이 100만 파운드(약 17억 원) 이상의 수익을 올릴 예정"이라며 "이런 상황에서 손흥민의 조기 이적은 사실상 불가능하다"고 보도했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토트넘이 손흥민 매각을 위해 위약금을 지불하고서라도 계약을 파기할 것이라는 주장도 제기된다.
토트넘 커뮤니티 '릴리 화이트 로즈'의 운영자 존 웨넘은 최근 "손흥민은 여러 클럽과 연결돼 있다. 사우디아라비아로 간다면 이적료는 5000만∼6000만 파운드(930억원~1116억원) 정도가 될 것"이라면서 "좋은 제안이 오면 토트넘은 손흥민이 한국 경기에 뛰지 않아 발생할 수 있는 위약금을 내고서라고 거래할 거로 확신한다"고 주장한 것이다.
웨넘의 주장대로라면, 손흥민은 한국 팬들과 만나지도 못하고, 손흥민이 직접 이끈 UEFA 슈퍼컵 일정에도 토트넘 선수로서 참여하지 못하게 된다.
토트넘은 8월 13일 UEFA 슈퍼컵에서 파리 생제르맹(PSG)과 단판 승부를 치른다. 유로파리그 우승팀 자격으로 진출한 토트넘은 챔피언스리그 우승팀 PSG와 유럽의 챔피언 자리를 두고 대결을 펼칠 예정이다.
당초 손흥민과 이강인의 맞대결로 기대를 모았지만, 두 선수 모두 이적설에 휘말리면서 '코리안 더비'가 무산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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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준석 기자 redrupy@xports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