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원한 삶의 모순' 다룬 피터 팬과 유사…호러 연극, 한국과 잘 맞을 것"
주연 권슬아 "짝사랑이 진짜 사랑으로 이뤄져"…내달 3일 국립극장서 개막
주연 권슬아 "짝사랑이 진짜 사랑으로 이뤄져"…내달 3일 국립극장서 개막

(서울=연합뉴스) 임순현 기자 = "오랫동안 삶을 유지하면 지극히 외롭고 슬픈 삶을 살게 된다는 것을 보여주는 작품이에요. 관객이 나이 듦을 받아들이는 것에 자부심을 느끼기를 바라요."
뮤지컬 '원스'와 연극 '해리포터와 저주받은 아이'로 토니상을 받은 세계적인 연출가 존 티파니의 연극 '렛미인'이 9년 만에 국내 무대에 오른다. 동명 소설과 영화를 원작으로 한 연극 '렛미인'은 뱀파이어 소녀 일라이와 학교 폭력에 시달리는 소년 오스카의 사랑 이야기를 담은 작품이다.
흡혈귀와 소년의 '슬픈 사랑 이야기'라는 외관을 갖춘 작품이지만, 오리지널 연출자인 존 티파니는 불멸의 삶을 사는 존재의 슬픔과 불행을 다룬 작품이라고 소개했다. 티파니는 24일 서울 종로구 '렛미인' 연습실에서 진행된 온라인 인터뷰에서 "'렛미인'은 '죽음과 불멸'이라는 주제를 담고 있는 작품"이라며 "죽은 자들이 오히려 영원한 생명력을 가지고 있다는 것이 작품이 말하고자 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티파니는 영원한 삶의 모순을 다룬다는 점에서 '렛미인'이 동화 '피터 팬'과 유사하다고도 강조했다. 그는 "영생을 누리는 일라이는 피터 팬, 일라이를 사랑하는 오스카는 피터 팬을 기다리는 웬디와 같다"면서 "늙은 웬디가 돌아온 피터 팬에게 초라한 모습을 보여주기 싫어서 불을 켜지 말라고 하는 장면이 '렛미인'의 결말 부분과도 일맥상통한다"고 설명했다.

사뭇 심오한 주제를 다룬 작품이지만 볼거리도 풍성하다. 우선 보기 드문 호러 장르의 연극이기 때문에 무더위에 지친 연극 팬에게 긴장감 높은 재미를 선사할 것으로 기대된다. 티파니는 "호러라는 장르는 연극보다는 영화에 더 잘 어울리지만, 연극 무대에서도 최대한 관객들이 깜짝 놀랄 수 있도록 작품을 연출했다"면서 "출연진과 스태프들도 관객들이 깜짝 놀라 겁에 질릴 수 있도록 공연해달라"고 당부했다. 이어 "영화 '괴물'과 '부산행' 등 호러 장르의 전통이 강한 한국에 잘 들어맞는 연극이 될 것"이라고 자신했다.
춤과 율동으로 감정을 전달하는 배우들의 안무에도 주목해야 한다. 일라이와 오스카의 2인무, 오스카와 친구들의 군무 등 연극에서는 좀처럼 보기 힘든 안무가 공연 중간중간 펼쳐진다. 이에 대해 티파니는 "안무를 통해 타인과 교감을 쉽게 하지 못하는 인물의 소통 욕구나 감정선을 표현하고자 했다"며 "이 때문에 캐스팅 과정에서도 무대 위에서 얼마나 매력적인 모습을 보여줄 수 있는지를 고려했다"고 말했다.

두 번의 도전 끝에 주인공 일라이 역으로 무대에 오르게 된 배우 권슬아에게도 관심이 집중된다. 권슬아는 지난 2020년 재연 때 350대 1의 경쟁률을 뚫고 일라이 역으로 뽑혔다가, 코로나 팬데믹으로 공연이 취소되면서 끝내 무대에 오르지 못했다.
티파니의 온라인 인터뷰 이후 진행된 기자간담회에 참석한 권슬아는 "5년 전 데뷔 작품으로 출연하려다 무산되면서 '렛미인'은 제게 짝사랑과도 같은 작품이 됐다"며 "고민 끝에 다시 오디션에 지원했고, 이제 곧 짝사랑이 진짜 사랑으로 이뤄지게 될 것 같아 설렌다"고 소감을 밝혔다.
2016년 국내 초연 후 9년 만에 재연을 앞둔 연극 '렛미인'은 7월 3일∼8월 16일 서울 국립극장 해오름극장에서 상연된다.
hyu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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