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엑스포츠뉴스 잠실, 김근한 기자) 최후의 1차 지명이 진짜 돌아왔다. 두산 베어스 투수 이병헌이 최고 구속 151km/h를 찍으면서 올 시즌 들어 가장 빼어난 구위를 선보였다.
올 시즌 초반 뿔뿔이 흩어졌던 병·지·택(이병헌·최지강·김택연) 필승조도 다시 뭉쳐 승리를 합작했다.
이병헌은 올 시즌 초반 8경기 등판 뒤 1군에서 말소됐다. 평소보다 확연히 낮아진 구속과 함께 지난해와 같은 위력적인 투구가 나오지 않았다.
1군 말소 뒤 이병헌은 약 2개월 동안 퓨처스팀에서 구위 회복과 재조정 기간을 보냈다. 사실 이병헌은 퓨처스리그에서 20경기 등판, 3승 1패 4홀드 평균자책 5.75, 12탈삼진, 12볼넷으로 안정감 있는 투구를 보여주지 못했다.
이병헌은 지난 15일 1군으로 돌아와 17일 대구 삼성 라이온즈전에서 복귀전을 치렀다. 이병헌은 복귀전 등판에서 1이닝 3피안타 1실점으로 다소 흔들렸다.
하지만, 이병헌은 지난 21일 잠실 LG 트윈스전에서 반등했다. 이병헌은 21일 경기 6-4로 앞선 7회 말 마운드에 올랐다. 이병헌은 선두타자 박해민과 8구 풀카운트 승부 끝에 136km/h 슬라이더로 루킹 삼진을 이끌었다.
이병헌은 후속타자 신민재에게 좌전 안타를 맞았지만, 후속타자 김현수를 2루수 땅볼로 유도해 아웃 카운트를 늘렸다.
두산 벤치는 2사 1루 상황에서 이병헌을 최지강으로 교체했다. 최지강은 오스틴에게 볼넷을 내줬지만, 문보경을 유격수 땅볼로 유도해 이닝을 매듭지었다.
이병헌은 이날 최고 구속 151km/h를 찍으면서 구속과 구위를 완연히 회복한 투구로 시즌 두 번째 홀드를 달성했다. 팀도 6-5 한 점 차 리드를 지켜면서 2연승에 성공했다.
두산 조성환 감독대행은 이병헌의 쾌투에 대해 "지금 시점에서 이병헌 선수에게 필승조 역할을 맡길 수 있을까 고민했는데 어제(21일)는 믿고 맡겼다. 그런데 선두타자 초구 공이 크게 빠지길래 그다음 투수를 빨리 준비하려고 했었다. 다행히 첫 타자 상대 결과를 보고 최소 3명까지는 가도 되겠단 확신을 느꼈다. 사실은 한 이닝을 다 맡아줬으면 좋겠다는 바람으로 올리긴 했다"라고 바라봤다.
이어 조 대행은 "어제 투구는 우리가 알던 이병헌 선수의 모습이라 너무 좋았다. 앞으로는 더 큰 믿음으로 중요한 상황에 계속 올리려고 한다"라고 만족감을 내비쳤다.


이병헌 본인도 만족감을 분명히 느낀 하루였다.
지난 22일 잠실구장에서 만난 이병헌은 "던질 때는 경기에만 집중해서 몰랐는데 구속도 잘 나왔더라. 올해 들어 가장 만족스러운 공이었다"면서도 "(최)지강이 형 앞에 주자를 남기고 내려간 게 아쉽긴 하다. 그래도 나와 지강이 형이랑 (김)택연이까지 오랜만에 3명이 함께 홀드와 세이브로 승리를 합작한 점은 기뻤다"라고 전했다.
이병헌은 퓨처스팀으로 내려간 뒤 구속을 다시 끌어올리기 위한 고민을 거듭했다. 그 결론은 팔 스윙을 짧게 가져가는 해법이었다.
이병헌은 "타자들과 제대로 상대하기 어려울 정도로 구속이 떨어져 있어서 계속 고민이 컸다. 운동을 더 많이 하면서 왔다 갔다 했는데 지강이 형이 팔 스윙을 짧게 해보는 게 어떻겠냐고 제안했다. 코치님들께서도 비슷한 얘기를 하셔서 한번 해보자 했는데 그때부터 구속이 조금씩 올라오기 시작했다"라고 설명했다.
이병헌은 지난해 77경기(65.1이닝) 등판을 소화했다. 이는 SSG 랜더스 투수 노경은과 리그 최다 등판 공동 1위 기록이었다. 2023시즌 36경기 등판이 최다 등판 기록이었던 이병헌이 그 두 배 이상의 등판을 소화한 것에 우려의 시선도 분명히 있었다.
그는 "솔직히 지난해 등판 숫자보다는 발목 수술로 스프링캠프 훈련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은 여파가 더 크다고 생각한다. (홍)건희 형이나 (김)명신이 형도 보면 몇 년 동안 정말 많은 경기와 이닝을 소화했는데 그래도 꾸준히 잘 던졌지 않나. 나는 고작 1년 정도 그렇게 던진 것뿐이라 핑계를 댈 이유가 없다"라고 강조했다.
이병헌은 조금 더 깔끔한 투구 내용과 결과를 남은 시즌 보여주겠다고 다짐했다.
"1~2점 차 빡빡한 상황에서 실점하거나 주자를 남기지 않고 깔끔하게 다음 투수에게 공을 넘기고 싶다. 그렇게 팀이 한 경기라도 이길 수 있는 상황을 더 수월하게 만들어 주는 게 남은 시즌 목표"라는 그는 "2개월여 만에 1군에 올라왔다. 그래도 구속과 구위가 좋아진 걸 두산 팬들에게 보여드릴 수 있어서 다행이다. 기다려 주셨던 만큼 더 좋은 공으로 보답해 드릴 것"이라고 힘줘 말했다.


사진=엑스포츠뉴스 잠실, 김근한 기자/두산 베어스
김근한 기자 forevertoss88@xports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