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엑스포츠뉴스 윤준석 기자) 유럽 챔피언이 남미 챔피언에게 충격적인 패배를 당했다.
압도적인 점유율과 슈팅 수에도 불구하고 2024-2025시즌 유러피언 트레블(한 시즌에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 자국 1부리그, 자국 FA컵을 모두 석권하는 일)을 일궈낸 파리 생제르맹(PSG)은 브라질의 남미 최강 보타포구가 기록한 선제골 이후 무기력한 경기력으로 패했다.
이번 대회 최대 이변의 희생양으로 이름을 올렸다.
PSG는 20일(한국시간) 미국 캘리포니아 패서디나의 로즈볼 스타디움에서 열린 2025 국제축구연맹(FIFA) 클럽월드컵 B조 조별리그 2차전에서 보타포구에 0-1로 무릎을 꿇었다.
1차전에서 스페인 강호 아틀레티코 마드리드를 4-0으로 대파해 해당 대회 강력한 우승후보의 저력을 여실히 보여준 PSG는 보타포구를 맞아선 180도 다른 팀이 됐다. 슈팅 수 16-4, 볼 점유율 74%-24%, 코너킥 10-1 등으로 경기 전반을 지배했지만, 후반전까지 골망을 흔들지 못한 채 충격적인 패배를 받아들여야 했다.

루이스 엔리케 감독이 이끄는 PSG는 이날 4-3-3 포메이션을 들고 나왔다. 잔루이지 돈나룸마 골키퍼가 골문을 지킨 채, 아슈라프 하키미, 루카스 베랄두, 윌리안 파초, 뤼카 에르난데스가 수비라인을 구축했다. 미드필드에는 세니 마율루, 비티냐, 워렌 자이르-에메리가 나섰고, 최전방 스리톱에는 데지레 두에, 곤살루 하무스, 흐비차 크바라츠헬리아가 선발 출전했다.
지난 경기 페널티킥으로 오랜만에 골맛을 본 이강인은 이번 경기에서도 벤치에서 경기를 시작했다.
이에 맞선 보타포구는 4-5-1 포메이션으로 나섰다. 존 빅토르가 골키퍼 장갑을 꼈고, 비티뉴, 자이르 쿠냐, 알렉산데르 바르보사, 알렉스 텔리스가 백4를 구성했다. 아르투르, 말론 프레이타스, 알란 마르케스, 그레고리, 제페르손 사바리노가 중원에 배치됐고, 최전방 원톱으로는 이고르 제주스가 나섰다.
경기 초반부터 흐름은 PSG가 쥐었다.
크바라츠헬리아와 하무스, 두에가 번갈아 가며 보타포구 수비를 흔들었다. 비티냐 중심의 중원도 공세를 주도했다. 보타포구는 침착하게 수비로 맞섰고, 역습 기회를 노렸다.
전반 6분과 11분 크바라츠헬리아는 각각 오른발과 왼발로 상대 골문을 노렸으나 마무리가 아쉬웠다.

전반 35분 경기 균형이 깨졌다.
중원에서 보타포구의 사바리노가 재치 있는 스루패스를 찔러줬고, 제주스가 수비 사이를 절묘하게 파고들었다.
제주스는 타이밍을 빼앗는 재치있는 드리블로 베랄두와 파초를 제친 뒤, 오른발 슈팅을 때렸다. 해당 슈팅이 수비의 발에 맞고 돈나룸마의 예상을 벗어난 방향으로 흘러 그대로 골문 오른쪽 아래를 정확히 찔렀다.
PSG는 실점 이후 공세의 강도를 더욱 높였다. 하지만 보타포구의 조직적인 수비와 골키퍼 존 빅토르의 안정적인 플레이에 막혀 이렇다 할 기회를 만들지 못했다.
후반전 시작 직후인 후반 3분 보타포구는 텔리스의 슈팅과 프레이타스의 전진 패스를 통해 추가 득점을 노렸으나 득점으로 이어지진 않았다.
결국 엔리케 PSG 감독은 후반 10분, 대대적인 교체를 감행했다. 마율루, 자이르-에메리, 하무스, 에르난데스를 빼고 바르콜라, 파비안 루이스, 주앙 네베스, 누누 멘데스를 투입하며 반전을 꾀했다.

이어 후반 34분 두에 대신 이강인을 집어넣으면서 마지막 교체 카드까지 사용했다.
교체 투입된 이강인은 투입 직후부터 왕성한 활동량으로 측면 돌파와 세트피스 상황에 적극 가담했다.
PSG는 후반 35분 바르콜라가 골망을 가르는 데 성공했으나, 앞선 장면에서 크바라츠헬리아가 오프사이드 위치에 있었던 것으로 판정되며 득점이 무효 처리됐다.
이어지는 세트피스 상황에서 크바라츠헬리아의 프리킥은 아쉽게도 크로스바를 넘겼고, 비티냐의 중거리 슈팅도 골문 위로 솟구쳤다.
후반 45분 비티냐가 마지막 기회를 맞았지만 역시 마무리가 되지 않았다. 결국 보타포구의 1-0 승리로 경기가 끝났다.

보타포구는 제주스의 결승골을 끝까지 지키며 유럽 챔피언 PSG를 꺾는 이변을 만들어냈다.
후방에서는 바르보사와 쿠냐가 PSG 공격진을 철저히 봉쇄했고, 골키퍼 존 빅토르의 안정감도 돋보였다.
보타포구는 2024년 코파 리베르타도레스(남미 클럽대항전) 우승을 통해 이번 대회 출전권을 획득한 전통의 명문 구단이다.
2021년 세리에B(2부) 우승을 통해 브라질 1부에 복귀한 뒤 가파른 상승세를 타며 2024년에는 세리에A 우승까지 차지, 브라질에서 '더블'을 이룬 팀이다.
조별리그 첫 경기에서 MLS 챔피언 시애틀 사운더스를 1-0으로 꺾은 보타포구는 PSG마저 잡아내며 2연승을 달리고 토너먼트 진출을 조기 확정했다. 결승골의 주인공 제주스는 지난 경기에 이어 이번 경기까지 공식 '맨 오브 더 매치(MOM)'로 선정되고 팀을 승리로 이끌었다.

반면, 이번 패배로 PSG는 1승 1패(승점 3)에 머물며 B조 2위로 밀렸다.
PSG는 오는 24일 앞선 두 경기 모두 패하며 조기 탈락이 확정된 시애틀과의 조별리그 최종전에서 승리해야만 토너먼트 진출을 확정할 수 있다.
이번 패배는 PSG에게 단순한 패배 그 이상이다.
챔피언스리그 우승과 함께 트레블 이뤘던 시즌을 마무리하며 세계 최고의 클럽으로 거듭나려는 팀이 클럽월드컵에서 남미 팀 상대로 치른 조별리그에서 미끄러졌다는 점에서 충격이 크다.
사진=연합뉴스
윤준석 기자 redrupy@xports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