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로마=연합뉴스) 신창용 특파원 = 헝가리 수도 부다페스트에서 매년 열리는 성소수자 권익 보호 행사인 프라이드 행진을 앞두고 중앙 정부와 지방 정부 간의 대립이 정점으로 치닫고 있다.
19일(현지시간) AFP·로이터 통신에 따르면 헝가리 경찰은 이날 "최근 통과된 법률에 따라 오는 28일로 예정된 부다페스트 프라이드 행진을 금지한다"고 발표했다.
지난 3월 헝가리 의회는 오르반 빅토르 총리가 이끄는 극우 여당인 피데스당의 주도로 성소수자의 권익을 옹호하는 거리 행진을 금지하는 법안을 통과시켰다. 부다페스트에서는 매년 성소수자 권익을 지지하는 거리 행진인 프라이드 행사가 열리는데 이를 금지한 것이다.
법안은 또한 안면 인식 도구를 활용해 금지된 성소수자 행사에 참석한 사람들을 식별하고, 벌금을 최대 500유로(약 79만원)까지 부과할 수 있게 했다.
그러나 진보 성향의 커라초니 게르게이 부다페스트 시장은 경찰의 금지 조치는 아무런 의미가 없다며 행사는 예정대로 진행될 것이라고 즉각 반박했다.
그는 이날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서 "프라이드 행진은 부다페스트시가 주최하는 공식 시 행사인 만큼 경찰의 허가 자체가 필요 없다"며 "프라이드 행진은 그대로 열린다. 끝"이라고 밝혔다.
커라초니 시장은 이달 초 경찰이 프라이드 행진 개최를 불허하자 이에 대응해 지난 17일 프라이드 행진을 시가 주최하는 공식 행사로 지정하겠다고 발표했다.
그는 당시에도 프라이드 행진을 시가 주최하는 공식 행사로 지정하면 경찰의 사전 허가 없이도 행사를 개최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2010년부터 4 연임하며 장기 집권 중인 오르반 총리는 최근 몇 년간 이민자·성소수자에 대한 억압 정책을 강화해 왔다.
그간 선거에서 난민·이민에 대한 강경 대응으로 성공을 거뒀지만, 이 문제에 대한 정치적 관심이 약해지자 보수 지지층을 결집하기 위해 성소수자로 의제를 옮겼다는 분석도 나온다. 헝가리는 내년 4월 총선을 치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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