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포츠뉴스 김환 기자) 알렉스 퍼거슨 전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감독은 오언 하그리브스를 자신의 커리어 최악의 영입으로 꼽았다.

한때 잉글랜드가 기대하는 재능 넘치는 미드필더였으나, 맨유 시절에는 잦은 부상으로 많은 경기를 소화하지 못한 탓에 '유리몸'이라는 불명예스러운 별명을 얻었던 하그리브스는 지금까지도 맨유 역사에 남을 최악의 영입 중 하나로 꼽히고 있다.

영국 일간지 '더 선'이 퍼거슨 경이 하그리브스 영입이 자신의 실수였다고 적은 자서전의 내용을 다시 펼쳤다.

'더 선'은 16일(한국시간) "알렉스 퍼거슨 경이 잉글랜드의 월드컵 영웅을 역대 가장 실망스러운 영입 중 한 명으로 선택했다"며 "맨유 시절 축구 천재들과 자신의 전술에 어울리는 선수들을 영입했던 퍼거슨은 몇 가지 실패작들도 만들어냈다. 그는 챔피언스리그에서 두 번이나 우승을 차지한 하그리브스가 이 카테고리에 포함된다고 밝혔다"고 보도했다.

'더 선'에 따르면 퍼거슨 경은 자서전에서 하그리브스를 영입할 당시 자신은 하그리브스를 영입하기 전부터 그 선수를 의심했지만, 결국 구단의 선택에 동의해 하그리브스를 영입했다고 밝혔다.



그는 "우리는 하그리브스를 영입하기 위해 입찰을 시작했다. 하지만 그의 선수 커리어를 살펴보니 약간 의심이 들었고, 그에 대해 강한 인상을 받지 못했다"며 "베를린에서 열린 월드컵 결승전에서 하그리브스의 에이전트를 만났다. 그는 좋은 사람이었고, 변호사이기도 했다. 나는 그에게 하그리브스를 맨유에서 성장시킬 수 있다고 말했다"고 회상했다.

잉글랜드 출신이지만 독일의 명문 바이에른 뮌헨 유스에서 뛰다 같은 팀에서 프로에 데뷔한 하그리브스는 뮌헨 시절 인상적인 활약으로 2001년 20세의 나이에 잉글랜드 대표팀에 발탁돼 국가대표 데뷔전까지 치르는 등 어린 시절부터 잉글랜드가 주목하는 차세대 미드필더였다.

여러 포지션과 역할을 수행할 수 있고, 높은 활동량과 헌신적인 수비 가담 능력을 바탕으로 궂은 일을 수행하는 하그리브스는 잉글랜드에 많지 않았던 유형의 선수였다. 그는 뮌헨에서 네 번의 리그 우승과 세 번의 독일축구연맹(DFB) 포칼 우승, 그리고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 우승까지 차지하며 착실하게 커리어를 쌓아가고 있었다.

하그리브스가 맨유로 이적한 계기는 2006년 월드컵이었다. 당시 잉글랜드 국가대표로 월드컵에 참가해 보여준 뛰어난 활약 덕에 킨을 대체할 선수를 물색하던 맨유의 레이더에 포착됐다. 당시 맨유는 하그리브스를 영입하기 위해 2007년 기준 꽤나 값비싼 이적료였던 1700만 파운드(약 314억원)를 뮌헨에 지불했다.



그러나 하그리브스의 맨유 커리어는 실패로 돌아갔다. 하그리브스는 2007-08시즌을 제외하면 지속적으로 부상에 시달렸으며, 부상으로 인해 4년의 계약 기간 중 무려 3년을 경기장 바깥에서 보냈다. 맨유는 계약이 끝난 하그리브스를 가차없이 방출했다.

한때 잉글랜드 최고의 미드필더로 각광받았던 선수의 몰락이었다. 

다만 2007-2008 UEFA 챔피언스리그 결승 첼시와 단판 승부에선 맹활약하면서 맨유의 우승 주역이 됐다. 당시 퍼거슨 감독이 하그리브스의 선발 출전을 결심하면서 박지성이 밀리고 밀려 후보 명단에서도 아예 빠졌다는 분석이 나왔다.

퍼거슨 경은 당시의 하그리브스를 돌아보며 "결국 재앙으로 끝났다. 오언은 스스로 자신감이 없었다"며 "내가 보기에 그는 신체적 어려움을 극복할 만큼의 의지를 보여주지 않았다. 그가 훈련에서 쉬운 걸 선택하는 모습을 봤다. 그는 내 커리어 동안 가장 실망스러운 영입 중 한 명이었다"고 했다.

맨유를 떠난 하그리브스는 맨유의 라이벌인 맨체스터 시티에 입단했지만, 이후에도 부상을 극복하지 못하고 그저 그런 선수로 지내다 은퇴했다.


사진=더 선 / 연합뉴스

김환 기자 hwankim14@xports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