딸 손 잡고, 공항 출국 앞두고 뜀박질…"사전투표소 있어 다행"

(서울·영종도=연합뉴스) 사건팀 = 제21대 대통령선거 사전투표 둘째 날인 30일 시민들은 오후 6시 마감 직전까지 발걸음을 재촉하며 소중한 한표를 행사했다.
오후 6시까지 대기표를 받으면 그 이후에도 투표가 가능한 만큼 유권자들은 투표할 권리를 놓치지 않기 위해 마감 1∼2분 전까지 투표소로 내달렸다.
이러한 열기가 모여 최종 사전투표율은 34.74%로 역대 두 번째를 기록했다.
투표 종료 2분 전인 오후 5시 58분께 송정민(51)씨는 두 딸과 함께 서울 강남구 대치2동주민센터에 뛰어 들어와 가쁜 숨을 몰아쉬었다.
송씨는 "딸이 생애 첫 투표인데 꼭 하나의 표로 자기 생각을 표현하기를 바랐다"며 "차가 막혀서 내리자마자 뛰었는데 운 좋게 투표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본투표 당일 일정이 있다는 한 여성은 일행에게 "오늘 투표를 못 하면 기회가 없다"고 말하며 바쁘게 투표소에 들어섰다.
'투표용지 반출' 논란이 불거졌던 서울 서대문구 옛 신촌동 주민센터 사전투표소는 마감 시간이 되자 즉각 대기줄을 폐쇄했다.
간발의 차이로 늦은 한 중년 여성은 "투표소 주소를 잘못 알려줬다"며 선거사무원을 밀치고 소란을 피우기도 했다. 선거사무원은 "경찰을 부르겠다"며 원칙대로 막아섰다.

사전투표소가 마련된 인천국제공항도 마감을 앞두고 분주해졌다. 종료 시각이 다가오자 공항에는 종료 20분 전, 10분 전을 알리는 방송이 울려 퍼졌다.
사전투표소에는 캐리어를 끌고 다니는 여행객부터 유니폼을 입은 항공사, 공항 직원들의 발걸음이 이어졌다. 마감 직전에는 대부분이 뛰어오느라 숨을 헐떡였다.
마지막으로 투표소에 들어선 승무원 이모(33)씨는 "말레이시아로 출국해야 하는데 공항버스 시간과 맞지 않아서 동네에서 못하고 왔다"며 "공항에도 투표소가 있어서 다행이라고 생각했는데 6시 마감이라고 해서 급하게 뛰었다"고 했다.
일본 여행을 다녀왔다는 한씨 세 자매는 여행을 기념해 공항에서 투표를 꼭 해야겠다고 생각했다고 전했다.
큰 언니 한모(56)씨는 "대통령 선거를 공항에서 하면 기억에 엄청 남을 것 같다고 생각했다"며 "오후 5시 50분에 짐을 찾고 엄청 뛰어왔다"고 말했다.
스페인 바르셀로나에서 7박 9일 여행을 마친 뒤 이날 귀국했다는 김모(57)씨는 "입국하고 투표소까지 뛰어오느라 땀이 난다"며 "요즘 많이 시끄러웠는데 새로운 마음으로 새로운 시대가 밝았으면 좋겠다"고 말하며 웃었다.

마감 직전까지 긴 줄이 늘어선 곳도 있었다. 혜화동 주민센터에는 사전투표 종료를 1시간 앞둔 오후 5시께에도 건물 밖까지 구불구불 줄이 늘어섰다.
일부 시민은 '헉'하는 소리를 내며 발걸음을 돌리기도 했다.
대학생 임소진(21)씨는 "5시 수업이 끝나고 바로 오는데 '잘하면 오늘 못하겠다'는 생각도 들었다"며 "본투표 날이 남아있지만, 오늘 무사히 투표를 마쳐서 마음이 조금 더 편안해졌다"고 활짝 웃었다

투표 후 금요일 저녁을 즐기려는 시민들도 보였다.
반포2동열리문화센터 투표소 인근은 대규모 아파트 단지와 고속터미널상가·백화점 등 상업시설이 함께 있는 지역인만큼 아파트 주민과 인근에서 저녁 약속을 잡은 시민들이 방문하는 모습이었다.
'치맥'을 즐기기 전 투표장을 찾았다는 직장인 송인아(25)씨는 "버스가 생각보다 밀려 조마조마하며 왔다"며 "선관위 관리 소홀 등 뉴스에서 말이 많지만 본투표 당일엔 못 할 것 같아 서둘렀다"고 말했다.
(이영섭 장보인 김준태 이율립 최원정 최윤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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