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권자 1억명이 대법관 등 881명 선택…투표율 13%안팎 저조
셰인바움 "완벽한 성공"…일각선 부정선거 의혹, '투표 보이콧' 집회도
셰인바움 "완벽한 성공"…일각선 부정선거 의혹, '투표 보이콧' 집회도

(멕시코시티·서울=연합뉴스) 이재림 특파원 황철환 기자 = 멕시코에서 법관을 국민이 직접 선출하는 특별선거 투표가 1일(현지시간) 마무리됐다.
이날 오전 8시부터 오후 6시까지 10시간 동안 진행된 선거에서 유권자들은 대법관 9명을 포함해 모두 881명의 연방판사를 직접 뽑기 위해 각 후보에게 부여된 번호를 투표용지에 직접 써넣은 뒤 투표함에 넣었다.
멕시코 선거관리위원회(INE)에서 공식적으로 확정한 후보자 규모는 3천396명이다.
일부 지역에서 유권자들은 추가로 각 지방을 관할하는 사법부 구성원을 함께 뽑았다.
멕시코 판사 직선제는 로페스 오브라도르 전 정부에서 적극적으로 주도해 도입한 정책이다.
AFP통신은 사법부 내 모든 법관을 국민이 직접 선거로 뽑는 나라는 멕시코가 처음이라고 보도했다. 미국의 경우 일부 주에서 유권자들이 판사를 직접 선출하고 있다.
멕시코 선관위는 전체적인 개표 완료까지 열흘 안팎 걸릴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공식적인 최종 결과는 오는 15일께 나올 것으로 일간 엘파이스는 내다봤다.

다만, 투표율은 일각의 우려대로 상당히 저조했던 것으로 나타났다.
EFE 통신에 따르면 과달루페 타데이 멕시코 선관위원장은 성명을 통해 "공증인 앞에서 무작위로 고른 투표소를 샘플 삼아 전문가들이 평가한 결과 (이날 선거의) 시민 참여율은 12.57∼13.32%로 추산됐다"고 말했다.
전체 유권자 규모는 1억53만7천828명(멕시코 선거관리위원회 집계 기준)인데 이중 10명 중 1명 정도만 투표에 참여했다는 이야기다.
엘우니베르살과 레포르마 등 현지 언론은 홍보가 부족하고 국민의 관심도도 낮은 편이라고 경고해 왔다. 이날 열린 투표소의 개수도 대선이나 총선(17만여개)의 절반 수준인 8만4천여개에 그쳤다.
최종 투표율이 20%가 될 것이라고 장담했던 클라우디아 셰인바움 멕시코 대통령은 예상보다 낮은 투표율에도 "완벽한 성공"이라고 자찬하는 모습을 보였다.
그는 소셜미디어에 올린 영상 메시지를 통해 "사상 처음으로 거의 1천300만명의 멕시코 여성과 남성이 새 각료와 치안판사, 법관을 선택할 권리를 행사했다"고 강조했다.
지난해 퇴임 후 공개 행보를 삼가던 안드레스 마누엘 로페스 오브라도르 전 대통령 역시 치아파스주(州) 팔렌케에서 투표하고서 "자유 민주주의 국가에 살고 있어서 매우 행복하다"고 말했다.

일각에선 부정선거 의혹도 제기됐다.
선출돼야 할 직위가 많다 보니 유권자 1명이 최소 6장에서 최대 13장까지 투표용지를 받았는데, 일부 유권자는 일종의 '커닝(치팅) 용지'를 가지고 투표소로 온 것으로 나타났다.
종이를 주름지게 여러 겹으로 접은 형태가 악기와 닮았다며 현지에서 '아코디언'이라고 부르는 이 용지에는 주로 친(親)여당 성향 판사 후보의 이름이 적혀 있다고 한다.
멕시코 선관위에서는 미리 관련 동향을 접하고 투표소에 지참하지 못하도록 조처했다고 설명했으나, 이날 일부 현장에서는 여전히 아코디언을 들고 투표하는 모습이 확인됐다고 일간 레포르마는 보도했다.
치아파스와 쿨리아칸 등지에서는 투표용지가 대거 사라져, 검찰이 수사에 나섰다.
멕시코시티에서는 판사 선거에 반대하는 이들이 '투표 보이콧'을 선언하며 정부를 규탄하는 거리 행진을 하기도 했다.
앞서 멕시코에서는 의회 의결을 거쳐 모든 법관을 국민 투표로 선출하는 판사 직선제 도입, 대법관 정원 감축(11명→9명), 대법관 임기 단축(15→12년), 대법관 종신 연금 폐지, 법관 보수의 대통령 급여 상한선 초과 금지 등을 골자로 하는 개헌이 이뤄졌다.
이후 멕시코 상원은 무작위 제비뽑기 방식으로 올해 선거를 치를 대상 법원을 선정했다. 나머지 지역의 법관은 2027년 선거에서 선출한다.
walde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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