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든 크로스' 기대가 출구조사 큰 격차에 실망감으로

(서울=연합뉴스) 안채원 이은정 김정진 기자 = 제21대 대통령 선거에서 패한 김문수 후보가 4일 패배 승복 선언을 하는 1분 남짓 동안 서울 여의도 국민의힘 중앙당사에는 무거운 침묵만이 흘렀다.
본투표가 진행된 전날 하루 동안 자택에서 대기했던 김 후보는 패배가 확실시되자 이날 오전 1시 35분께 당사에 모습을 드러냈다.
당사에 도열해있던 김용태 비상대책위원장과 나경원·안철수·황우여·양향자 공동선대위원장, 윤재옥 총괄선대본부장, 정희용 총괄부본부장, 손학규 전 바른미래당 대표 등은 말없이 김 후보를 맞았다.
"김문수 대통령"을 외치는 목소리도 들렸으나 김 후보는 별다른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
빨간색 넥타이를 맨 정장 차림의 김 후보는 연단에 서서 한 차례 고개를 숙여 인사한 뒤, 양복 상의 안쪽 주머니에서 미리 준비한 승복 선언문을 꺼냈다.
선언문 낭독을 마친 김 후보는 당 사무처 직원이 위로와 격려의 의미를 담아 준비한 꽃다발을 건네려 하자 손을 내밀어 사양했다. 이후 김 후보는 도열해있던 선대위 관계자들과 차례로 악수하며 인사를 나눴다.
김 후보는 당사에 있던 기자들과도 일일이 악수를 한 뒤 자리를 떠났다.
당사를 휘감은 무거운 적막감은 지상파 3사의 출구조사가 발표된 전날 오후 8시부터 이어졌다.
출구조사 결과 공개 전까지 국회도서관 강당에 마련된 국민의힘 개표 상황실은 비교적 차분한 분위기였다.
김 비대위원장, 윤 총괄선대본부장 등 빨간 유세복을 입은 선대위 주요 당직자는 투표 종료 30분 전부터 속속 상황실에 입장했다.
굳은 표정으로 휴대전화를 바라보며 분주하게 움직이는가 하면 웃는 얼굴로 서로 악수를 하기도 했다.
김 비대위원장과 나경원·안철수·양향자·김기현·이정현 등 공동선대위원장들이 첫 줄에 착석했다. 김 후보를 지지 선언한 손학규 전 대표도 양복 차림으로 첫 줄에 앉았다.
출구조사 발표 시각이 점차 다가올수록 이들은 무표정한 얼굴로 TV 모니터 화면을 바라봤다.
오후 8시 정각 김 후보가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후보에 오차범위를 넘는 12.4%포인트 차로 뒤진다는 출구조사가 나오자 개표 상황실에는 무거운 침묵이 감돌았다.
최근 들어 여론 조사상 두 후보 간 격차가 좁혀지고 있다고 본 국민의힘은 전날까지 '골든 크로스'·'역전' 등을 외치며 지지를 호소했지만, 끝내 기대에 어긋나는 결과를 받아 들자 실망감을 감추지 못하는 모습이었다.

지역별 출구조사 발표가 이어지자 참석자 대부분은 심각한 얼굴로 화면을 주시했다. 결과를 납득하기 어렵다는 듯 고개를 젓거나 옅은 한숨을 내뱉는 모습도 보였다.
출구조사 결과 발표 방송이 시작된 지 10분 만에 공동선대위원장 등 주요 당직자들은 자리를 뜨기 시작했다.
나경원 공동선대위원장은 KBS 인터뷰에서 "오차 범위 내에서 다소 열세나 저희가 다소 앞서는 것으로 나올 줄 알았는데 상당히 많은 차이가 나오는 것은 굉장히 아쉽다"며 "다소 충격적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고 말했다.
나 위원장은 "당내 다소 혼란으로 인해 저희가 뒤늦게 선거를 시작했고, 선거 막판에 터진 각종 이재명 후보의 본질을 알려주는 악재가 제대로 알려지지 못한 게 아쉽다"며 "사전투표율이 매우 높았던 데에는 그런 악재가 반영되지 않고 진행돼 그것도 아쉽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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