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간] 절대 실패하지 않는 무계획의 삶…'대충의 자세'
연합뉴스
입력 2025-05-27 08:00:04 수정 2025-05-27 08:00:04
고치고 다듬어도 살아남는 오역의 흔적…'오역하는 말들'


[웅진지식하우스 제공. 재판매 및 DB금지]

(서울=연합뉴스) 송광호 기자 = ▲ 대충의 자세 = 하완 지음.

잭슨 폴록은 물감을 흩뿌리는 방식의 '액션 페인팅'으로 주목받은 화가다. 그는 정확한 의미를 알지 못한 채 일단 그림을 그리기 시작했다고 한다. 의미를 생각하고 나서 그림을 그린 게 아니라 그리고 나서 의미가 생긴 것이다. 그의 '액션 페인팅'은 20세기 추상 미술의 정점 가운데 하나로 평가받는다. 일단 꼼꼼하게 모든 걸 계획해서 작업하는 게 아니라, 하다 보니 길이 보이는 것. 폴록의 그림은 그런 점에서 살면서 길을 찾아가는 삶의 여정과 닮았다.

전작 '하마터면 열심히 살 뻔했다'로 30만부 넘게 판매한 저자는 이번에 '대충 살자'는 담론을 들고 7년 만에 책을 냈다. 여기서 '대충 살자'는 건 완벽하진 않아도 큰 것은 얼추 끝낸다는 뜻이다. 폴록의 그림이 삶의 소소한 잔뼈가 아니라 척추를 그려낸 것처럼, 세밀한 곳까지 너무 완벽해지려 하지 말고, 얼추 중요한 것만 챙기면서 살아가자는 얘기다.

"내가 원하는 대충 살기는 균형감이다. 내가 보기에도, 남이 보기에도 적당한 정도를 아는 것. 너무 무리하지도, 너무 게으르지도 않은 절묘한 포지션을 유지하는 것."

때로는 무계획도 필요하다고 저자는 조언한다. '절대 실패하지 않는 계획은 무계획이다'라는 영화 '기생충'의 대사처럼 말이다. 저자의 말처럼 좀 더 가벼운 삶의 자세를 갖는다면, 일이 좀 더 술술 풀릴지도 모를 일이다.

웅진지식하우스. 256쪽.

[북다 제공. 재판매 및 DB금지]

▲ 오역하는 말들 = 황석희 지음.

영화 '데드풀', '콜 미 바이 유어 네임' 등을 번역한 유명 영화 번역가인 저자가 쓴 에세이. 번역하면서 겪은 에피소드와 일상을 살아가면서 느낀 소회를 적었다.

저자에 따르면 번역가들은 오역을 피하고자 노력하지만, 오역은 발생할 수밖에 없다. 마치 밀폐된 공간에서도 살아남는 하루살이처럼, 오역은 무수한 퇴고 과정을 거쳐도 살아남는다. 내용이 틀린 오역, 뉘앙스가 살짝 다른 오역, 말맛을 살리려다 너무 의미가 엇나간 오역 등 그 종류도 다양하다.

오역을 피하고자 원작자를 만나 대사 작업을 조율하기도 한다. 박찬욱 감독이 연출한 드라마 '동조자'나 '리틀 드러머 걸'을 번역할 때, 저자는 박 감독과 모든 대사를 논의했다고 한다. 드라마 '파친코'를 번역할 때는 메인 작가와 협의해 본문 내용에 없는 부분을 살짝 추가하기도 했다. 좀 더 자연스럽게 번역하기 위해서였다.

책은 이런 번역 이야기들뿐 아니라 우리 사회에 관한 이야기, 저자의 유년 시절 등 다양한 이야기를 소개한다. 가령, 저자는 책상 옆 창문으로 비스듬히 들어온 햇살을 보고, 초등학교 시절 피아노에 얽힌 추억을 떠올린다. 당시 피아노 학원에서 본 햇살과 너무 비슷했기 때문이다.

북다. 280쪽.

buff27@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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