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엑스포츠뉴스 나승우 기자) 세계 최고의 배신자를 떠나보내는 리버풀 팬들이 넓은 아량을 보여줬다. 마지막 경기에서 야유가 아닌 따뜻한 박수로 보냈다.
영국 인디펜던트는 26일(한국시간) "트렌트 알렉산더 아놀드는 안필드에서 열린 리버풀에서의 마지막 경기에서 박수를 받았다. 알렉산더 아놀드는 시즌이 끝나면 어린 시절부터 몸담았던 리버풀을 떠날 예정이다"라고 보도했다.
아르네 슬롯 감독이 이끄는 리버풀은 이날 영국 리버풀에 위치한 안필드에서 크리스털 팰리스와 2024-2025시즌 프리미어리그 최종전을 치러 1-1로 비겼다. 이미 우승을 확정했던 리버풀은 팰리스전을 통해 이번 시즌 마지막 홈 경기를 치렀고, 경기 후 우승 세리머니를 펼쳤다.
또한 이번 시즌을 끝으로 팀을 떠나는 알렉산더 아놀드를 위한 고별식도 진행했다. 이 고별식에서 안필드를 가득 메운 리버풀 팬들은 알렉산더 아놀드에게 야유가 아닌 박수를 보내며 그를 떠나보냈다.

1998년생 풀백 알렉산더 아놀드는 리버풀 유스 시스템이 배출한 월드 클래스 라이트백이다. 6살 때부터 지금까지 오직 리버풀 한 팀에서만 뛴 알렉산더 아놀드는 2016년 1군에서 데뷔한 이후프리미어리그 우승 2회,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 우승 1회를 포함해 지금까지 트로피를 9개 거머쥐었다.
오른발에서 나오는 날카로운 킥력을 바탕으로 프로축구선수협회(PFA) 올해의 팀만 3번(2018-19, 2019-20, 2021-22시즌)이나 선정되면서 프리미어리그 최고의 라이트백 중 한 명으로 등극했다.
이번 시즌도 팀의 주전 선수로 활약 중인 알렉산더 아놀드는 42경기에서 4골 8도움을 기록해 리버풀의 프리미어리그 우승에 일조했다.
무려 20년을 함께하며 리버풀의 전성기에 일조한 알렉산더 아놀드는 리버풀을 떠나기로 결정했다. 오는 6월 30일에 만료되는 계약 기간을 연장하지 않기로 합의했고, 스페인 명문 레알 마드리드로 갈 것이 유력하다.
문제는 이별 방식이다. 레알 마드리드 합류가 유력해진 때부터 경기력이 급락했으며 무엇보다 이적료 한 푼 안겨주지 않고 떠난다는 것에 분노하는 팬들이 많았다. 일부 팬들은 알렉산더 아놀드의 유니폼을 불태우면서까지 분노를 표출했고, 경기장에서 알렉산더 아놀드가 공을 잡을 때마다 야유가 울려퍼졌다.

절정은 지난 12일 홈에서 열린 아스널전이었다. 당시 리버풀 팬들은 알렉산더 아놀드가 공을 잡을 때마다 엄청난 야유를 보넀다.
야유가 어찌나 심했는지 지난해까지 리버풀을 이끌었던 위르겐 클롭 현 레드불 글로벌 책임자가 "그 장면을 보고 TV를 껐다. 팬들이 어떻게 생각해야 하는지, 생각하고 있는 게 잘못됐다고 말하고 싶지 않다. 화내지 말라고, 실망하지 말라고 하는 게 아니다. 알렉산더 아놀드가 해왔던 걸 잊지 말라고 말하는 것"이라고 안타까워할 정도였다.
리버풀 팬들은 알렉산더 아놀드의 마지막 경기에서는 다른 모습을 보여줬다. 이날 후반 시작과 함께 코너 브래들리와 교체돼 그라운드를 밟은 알렉산더 아놀드에게 뜨거운 박수를 보내며 환대했다.
경기 후 우승 메달을 목에 걸고 우승 트로피를 들어올렸을 때는 더 큰 박수갈채가 나왔다. 팀을 떠나는 배신자에게 넓은 아량을 보여준 것이다.

알렉산더 아놀드도 눈물을 훔쳤다.
우승 세리머니 후 마이크를 잡은 그는 "이렇게 사랑받은 적은 없었다. 몇 주 전 일어난 일 때문에 안필드에 나서는 게 어떤 기분일지 전혀 예상할 수 없었다. 다시 한 번 팀에서 뛰고 싶었고, 감독이 믿어줬다"면서 "그런 환대를 받았다는 건 그 무엇보다 큰 의미가 있다. 여기서 수백 경기를 뛰었지만 오늘처럼 사랑과 관심을 받은 적은 없었다"고 말했다.
이어 "팬들이 언젠가 내가 팀을 위해 해온 모든 노고와 헌신을 알아주길 진심으로 바란다. 단 하루도, 단 한 순간도 팀을 생각하지 않은 적이 없다. 6살부터 지금 26살까지 20년은 정말 긴 시간이지만 그 모든 순간을 사랑했다. 이 팀의 일원이 될 수 있었던 건 내게 큰 영광이자 특권이었다"며 유니폼 가슴에 박힌 엠블럼에 입을 맞췄다.
사진=연합뉴스
나승우 기자 winright95@xports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