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덕환 "김혜자 선생님이 세포까지 깨워줘, 절로 눈물이"
연합뉴스
입력 2025-05-26 16:42:28 수정 2025-05-26 16:42:28
드라마 '천국보다 아름다운' 목사 역…김혜자와 모자 호흡
'전원일기' 이후 첫 재회…"연기 칭찬보다 잘 어울린단 말 좋았죠"


배우 류덕환[씨엘엔컴퍼니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연합뉴스) 오명언 기자 = 어린 시절 미아가 되어 다섯살에 숨을 거둔 한 불쌍한 영혼. 그는 길을 잃으면 교회 앞에서 기다리라는 부모의 말을 기억하고, 죽고 나서도 천국에서 교회 앞을 전전하다가 목사가 됐다.

너무 일찍 생을 마감한 탓에 30대 어른의 모습을 하고도 앳된 얼굴인데, 자신도 모르게 내비치는 유치하고 예민한 모습이 영락없는 다섯살 아이 같다.

JTBC 드라마 '천국보다 아름다운' 속 목사는 이렇듯 짠하고 귀여우면서도 정체를 알 수 없는 수수께끼 같은 매력으로 시청자들의 관심을 끌었다. 배우 류덕환은 처음부터 이 배역의 캐스팅 1순위로 올라 있었다고 한다.

26일 드라마 종영을 맞아 서울 강남구 한 카페에서 만난 류덕환은 "감독님께 처음 연락받고서, 오디션인 줄 알고 찾아갔는데 그 첫마디가 아직도 기억난다"며 이렇게 말했다.

"감독님이 저를 보자마자 '너무 반가워요. 그래서 (이 작품) '할 거예요. 말 거예요?'라고 물어보시더군요. '이걸 제가 정할 수 있는 건가요?'라고 답했고, 그렇게 바로 캐스팅됐던 것 같아요.(웃음)"

배우 류덕환[씨엘엔컴퍼니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류덕환은 이렇게 단번에 캐스팅된 이유가 궁금해서 훗날 김석윤 감독에게 직접 물어봤다고 한다.

그는 "감독님이 처음부터 목사는 무조건 류덕환이어야 한다고 생각하셨다고 한다"며 "이 캐릭터를 연기할 배우가 김혜자 선생님이 잊고 있던 인연이기를 바랐다고 하셨다"고 떠올렸다.

"국민 배우라 늘 바쁘셨던 선생님은 연세가 드시면서 과거 기억을 많이 잊으셨을 것 같은데, 저는 항상 선생님을 바라보고 있었죠. 그런 선생님 앞에 제가 다시 나타난다면 참 근사한 만남이 될 것 같아 동감했죠."

다섯살 때 연극 무대에서 처음 데뷔해 아역 배우로 다양한 작품에서 활약한 류덕환은 1996년 드라마 '전원일기'에서 김혜자와 첫 인연을 맺었다. 김혜자는 김회장(최불암 분)의 부인 이은심으로, 류덕환은 이웃 사이인 이일용과 혜숙의 아들이자 복길의 남동생 이순길로 출연했다.

그로부터 한참의 세월이 흘러 두 사람은 '천국보다 아름다운'에서 천국의 목사와 교인으로 다시 만났다. 류덕환은 일에 열의가 넘치지만 다혈질인 목사를, 김혜자는 천국에서 자꾸 사고를 치는 바람에 경고가 누적돼 지옥에 갈 위기에 처한 이해숙을 연기했다.

JTBC 드라마 '천국보다 아름다운'[JTBC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류덕환은 "오랜만에 다시 만난 선생님은 제가 대본을 보며 혼자 공부하고 준비했던 감정을 현장에서 눈빛만으로 바꿔버릴 정도로 강렬한 에너지가 있으셨다"며 "제가 느끼지 못했던 세포를 깨워주시는 듯했다"고 돌아봤다.

그는 "예를 들면 선생님께 '제 엄마 맞느냐'고 물어보는 장면에서 저는 눈물을 흘릴 생각이 없었는데, 선생님과 눈을 마주치고 있다 보니 저도 모르게 훅 빨려 들어가듯이 감정이 몰려와 눈물이 뚝뚝 떨어졌다"고 말했다.

"배우들은 현장에 나름 연구해온 연기를 준비해오잖아요. 그런데 이렇게 가끔 상대 배우 때문에 제가 준비했던 걸 못 하는 경우가 생겨요. 예전에 영화 '천하장사 마돈나'에서 김윤석 선배님과 연기하면서도 한번 경험했던 감정인데, 이번에도 상대 배우의 연기로 인해 제 리액션(반응)이 완전히 바뀌어버렸던 것 같아요."

초반부 시도 때도 없이 말싸움하며 티격태격하는 케미(호흡)로 웃음을 자아낸 김혜자와 류덕환은 극 중반을 넘어가면서 모자처럼 애틋한 사이를 보여줬다.

JTBC 드라마 '천국보다 아름다운'[JTBC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김혜자는 어린 나이에 생을 마감해 먹어본 것도 별로 없는 목사에게 온갖 음식을 손수 해먹이고, 목사는 그런 해숙을 친엄마처럼 따르기 시작한다.

류덕환은 "시청자 반응 중에 '케미 좋다'는 말이 가장 기분 좋게 느껴졌다. 연기 잘한다는 말보다 잘 어울렸다는 말이 더 듣기 좋았다"며 "초반에는 다들 친해 보여 소외감을 느끼기도 했는데 선생님이 제게 장난도 많이 치면서 분위기를 풀어주셔서 금방 편해진 것 같다"고 말했다.

"한번은 선생님께서 덕환이 좀 불러오라고 하셔서 갔는데, 이것 좀 보라고 하시면서 주머니에서 손가락 하트를 만들어 꺼내시는 거예요. 그런 분이세요. 선생님은.(웃음)"

배우 류덕환[씨엘엔컴퍼니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영화 '웰컴 투 동막골',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이별', 드라마 '신의 퀴즈', '아무도 모른다' 등에 출연한 데뷔 33년 차 배우 류덕환은 2020년부터 4년 동안 배우로서 공백기를 보냈다.

류덕환은 "아내와 연애를 길게 하고 결혼했는데, 부족한 나를 선택해주고 결혼도 해준 아내를 위해 해줄 수 있는 게 뭐가 있을까 고민하다가 술을 끊고, 시간을 쏟자고 결심했다"고 웃음 지었다.

그러면서 "출퇴근할 수 있는 일을 찾다가 카페를 차려 2년 정도 여유로운 신혼 생활을 즐겼던 것 같다"고 덧붙였다.

공백기 동안 연기와 배우라는 직업에 관해 진지하게 고민해보는 시간을 가졌다는 그는 "이제는 확신을 갖고 배우로서 더 활발하게 활동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사람은 각자 잘하는 걸 할 때 가장 만족감을 느끼고 더 성장해가는 모습을 느낄 수 있는 것 같아요. 배우일 때 제일 응원을 많이 받는 것 같고, 그런 응원을 들을 때 즐거우니 더 잘해야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coup@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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