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울=연합뉴스) 노재현 기자 = 철도는 18세기 산업혁명에서 큰 역할을 했다.
증기기관 철도가 발명되면서 마차를 이용할 때보다 사람과 물자를 훨씬 빠르게 이동시킬 수 있었다.
이후 기술 발전으로 전기를 동력으로 하는 전철, 땅속에서 운행하는 지하철 등이 등장했고 많은 국가에서 주요 교통수단으로 경제 발전을 뒷받침했다.
그러나 빈곤국이 많은 아프리카에서는 아직 철도 인프라가 충분하지 않다.
아프리카금융공사(AFC) 보고서를 보면 아프리카 대륙에서 철도망의 총길이는 약 8만7천㎞다.
세계 최대 인구 보유국 인도와 비교하면 아프리카 철도망의 밀도가 낮다는 사실을 확인할 수 있다.
인도는 면적이 아프리카의 11% 수준이지만 철도망은 6만8천여㎞로 아프리카의 75%를 웃돈다.
또 AFC에 따르면 아프리카에서 리비아, 니제르, 차드, 소말리아 등 13개국은 철도가 없다.
이들 국가 중 절반가량은 바다와 접하지 않은 내륙국이다.
다만 이집트, 알제리, 남아프리카공화국 등 몇몇 국가에서는 상대적으로 철도가 발달했다.
특히 대륙 북동쪽 이슬람 국가 이집트는 아프리카에서 드물게 지하철을 탈 수 있는 국가다.
이집트 수도 카이로에서 1987년 아프리카 최초로 도심을 이동하는 지하철이 생겼다.
카이로 내 지하철은 현재 3개 노선에 총길이는 100㎞가 넘는다.
매일 이집트 서민 수백만 명이 지하철을 이용한다.
기자는 2017년 말부터 3년간 카이로에 머물면서 지하철을 여러 번 탔는데 서울 지하철 풍경과 크게 다르지 않다는 생각이 들었다.
많은 이집트인이 지하철에서 휴대전화를 보느라 여념이 없었고 무표정한 승객들이 곳곳에서 눈에 띄었다.
물건을 파는 사람을 본 적도 있다.
우리나라 기업 현대로템은 카이로를 누비는 지하철 전동차를 납품하고 있다.
북아프리카의 다른 국가 알제리에도 지하철이 있다.
2011년 11월 알제리 수도 알제에서 지하철 운영이 시작됐다.
알제 내 지하철은 1982년 착공됐지만 내전에 따른 공사 중단 등 우여곡절 끝에 28년여 만에 개통됐다.

모로코는 2018년 아프리카에서 최초로 고속철도를 도입했다.
모로코산 테제베(TGV) '알보라크'가 지브롤터 해협의 항구 탕헤르에서 수도 라바트, 경제 중심지 카사블랑카까지 운행하는 데 최고 시속이 320㎞일 정도로 빠르다.
아울러 한국 기업이 만든 전동차가 모로코를 달리게 된다.
올해 2월 현대로템은 모로코 철도청과 약 2조2천억원 규모의 2층 전동차 공급 계약을 체결했다고 발표했다.
에티오피아 수도 아디스아바바에는 2015년 교통난 해소를 위해 개통한 경전철이 있다.
사하라 이남 아프리카 도시에서 처음으로 생긴 현대식 경전철이다.

아프리카 남부의 경우 남아공의 철도망이 촘촘한 편이다.
철도의 총연장이 2만㎞가 넘는다.
요하네스버그, 케이프타운, 더반 등 주요 도시에서 트램이 운행된다.
아프리카 중부에서는 2019년 중국의 지원을 받은 횡단 철도가 처음으로 개통됐다.
탄자니아 다르에스살람과 대서양 연안 앙골라 로비토를 연결하는 것으로 총연장이 4천㎞가 넘는다.
중국은 2023년 잠비아 중부와 탄자니아 다르에스살람 항구를 연결하는 '탄자니아-잠비아 철도'(TAZARA·타자라) 운영을 위한 계약도 체결했다.
미국도 아프리카에서 광물 확보를 염두에 두고 철도 사업에서 중국과 경쟁하는 모양새다.
미국은 로비토를 콩고민주공화국(민주콩고), 잠비아와 철도로 연결하는 프로젝트 '로비토 회랑'에 유럽 국가들과 함께 투자하고 있다.
지난해 발표된 이 프로젝트는 철도 1천300㎞를 재건하는 사업이다.
2024년 12월 조 바이든 당시 미국 대통령이 앙골라를 방문했을 때 로비토 회랑의 중심지 로비토를 찾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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