젠슨 황 '독무대'였던 컴퓨텍스…'원팀'으로 똘똘 뭉친 대만
연합뉴스
입력 2025-05-23 12:03:44 수정 2025-05-23 15:53:53
'컴퓨텍스 2025' 나흘 일정 마치고 폐막…황 CEO에 이목 집중
"대만 업체들만의 축제"…SK하이닉스·마이크론은 체면 지켜


컴퓨텍스 2025 행사장에 나타난 젠슨 황 엔비디아 CEO(타이베이=연합뉴스) 강태우 기자 =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가 20일 대만 컴퓨텍스가 열리는 타이베이 난강 전시관에서 취재진과 방문객들에게 둘러싸여 있다. 2025.5.23 buring@yna.co.kr

(타이베이=연합뉴스) 강태우 기자 = "젠슨 황으로 시작해 젠슨 황으로 끝났다."

대만 타이베이 난강 전시관에서 열린 아시아 최대 규모의 정보기술(IT) 전시회 '컴퓨텍스 2025'가 나흘간의 대장정을 마치고 23일 막을 내린다.

예전과 달라진 대만 IT 업계의 위상을 여실히 느낄 수 있었던 행사였지만,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의 단독 무대일 정도로 모든 이목이 그에게 쏠렸다.

올해 컴퓨텍스는 황 CEO가 350여개의 현지 파트너와 대만을 인공지능(AI) 중심지로 만들겠다는 원대한 구상에, 기업과 정부까지 합세해 '팀 타이완'으로 똘똘 뭉치는 자리였다.

'컴퓨텍스 2025'가 열린 타이베이 난강 전시관(타이베이=연합뉴스) 강태우 기자 = 20일 개막한 대만 타이베이 난강 전시관에서 방문객들이 주요 업체들의 부스에서 줄을 서고 있다. 2025.5.20 burning@yna.co.kr

◇ 美 정부도 겨냥한 젠슨 황의 자신감…"내가 제일 잘나가"

황 CEO는 올해 1월 미국에서 열린 'CES 2025'에서도 주인공이었지만 대만에서의 주목도는 특히 남달랐다.

그는 컴퓨텍스 개막 전 TSMC, 미디어텍, 콴타 등의 고위급 관계자들과 가진 '조(兆) 달러 디너'(17일)를 시작으로 기조연설(19일), 부스 투어(20일), 글로벌 미디어 간담회(21일)까지 진행하는 등 살인적인 스케줄을 소화했다.

지난해와 달리 미중 갈등, 트럼프 2기 집권 속에 치러진 올해 행사에서 황 CEO의 메시지는 명확했다.

그는 "대만과 엔비디아가 AI 세계의 중심이 되겠다"와 "중국은 미국에도 중요한 시장"이라는 점을 분명히 했다.

황 CEO는 기조연설에서 대만을 '고향'으로 지칭하며 AI 주권을 회복하겠다는 의지를 피력했고, 간담회에서는 "(미국의) 수출 통제는 실패했다. (중국 시장을 통해) 미국은 세수도 늘리고 일자리도 만들고 산업도 유지할 수 있다"는 작심 발언도 서슴지 않았다.

글로벌 미디어 간담회 하루 전에 열린 투자자 및 금융관계자 대상의 '파이낸셜 애널리스트 미팅'에서도 중국의 전략적 중요성과 대만의 공급망 및 파트너십을 강조한 것으로 전해졌다.

컴퓨텍스 폭스콘 전시장을 찾은 젠슨 황 엔비디아 CEO(타이베이=연합뉴스)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가 20일 대만 컴퓨텍스 행사장 내 폭스콘 전시 부스를 찾아 "대만을 끌어 올리자!"(Bring up Taiwan!)고 외치고 있다. 2025.5.23 [독자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이와 함께 황 CEO는 협력업체들의 전시 부스를 돌며 '원팀' 사인을 남겼고, 영 리우 폭스콘 CEO와 함께 "대만을 끌어 올리자!"(Bring up Taiwan!)고 외치는 모습도 포착되는 등 대만 파트너사들과의 결속을 과시했다.

약 30년간 이어진 대만과 엔비디아의 끈끈한 관계와 '국민 영웅' 대접을 받는 대만계 미국인 황 CEO의 인기는 피부로도 느껴졌다.

그가 부스 투어를 위해 전시관에 깜짝 등장하자 그를 보기 위해 100미터 이상의 줄이 만들어졌고 "젠슨!"을 환호하기도 했다. 또 부스에 있던 한 직원은 황 CEO에게 사인을 받으며 눈물을 흘리기도 했다.

황 CEO의 영향력은 행사장 밖에서도 나타났다. 백화점 지하 식품코너에서 젠슨 황의 이미지를 사용해 'AI 대부도 반한 맛'으로 제품을 홍보하거나 그를 연상시키는 모델을 사용한 광고도 눈에 띄었다.

젠슨 황 엔비디아 CEO를 활용한 광고판(타이베이=연합뉴스) 강태우 기자 = 타이베이 시내에 나타난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의 이미지 활용 광고. 2025.5.23 buring@yna.co.kr

◇ 대만, 엔비디아 업고 '기세등등'… 非 대만업체는 어디에?

당초 컴퓨터 제조·조립 회사들의 부품을 전시하던 행사였던 컴퓨텍스는 최근 몇 년 사이 AI 기술과 설루션을 소개하는 자리로 격상됐다. 여기에는 황 CEO의 공이 컸다는 게 대체적인 시각이다.

전시장 메인 자리를 꿰찬 MSI, 폭스콘, 에이수스, 기가바이트, 에이서 등의 대만 대표 기업 중 노트북, PC와 같은 세트(완제품)를 소개한 업체도 있었지만 대부분 AI 설루션을 전면에 내세웠다.

동시에 엔비디아 회사 로고도 함께 배치하며 동맹 관계임을 강조했다.

데스크톱, 키보드 등 PC와 부품을 메인으로 한 업체들은 대부분 외곽으로 밀려나 있었는데 그조차도 거의 대만 회사들이었다.

업계 관계자는 "사실상 컴퓨텍스는 그들(대만)만의 리그로, 전시에 참가한 다른 국가 업체들은 소외당하는 느낌이 없지 않아 있다"며 "황 CEO가 없다면 향후 컴퓨텍스 흥행은 장담하기 어려워 보인다"고 말했다.

SK하이닉스-마이크론 HBM 전시(타이베이=연합뉴스) 강태우 기자 = 컴퓨텍스 2025에 전시된 SK하이닉스(왼쪽), 마이크론의 고대역폭 메모리 HBM3E·HBM4. 2025.5.23 buring@yna.co.kr

그나마 엔비디아 공급망에 포함된 SK하이닉스와 미국 마이크론이 체면을 지킨 모습이었다.

두 회사는 엔비디아에 AI 칩의 핵심 메모리인 고대역폭 메모리(HBM)를 공급하고 있다.

앞서 황 CEO는 SK하이닉스 부스를 직접 찾아 전시된 HBM에 사인을 남긴 뒤 "HBM4(6세대)를 잘 지원해달라"는 말을 전했다.

또 마이크론은 엔비디아 별도 전시장이 꾸려진 그랜드 하이라이 호텔에 부스를 마련하고 HBM4 실물 모형 등 다양한 포트폴리오를 공개했다.

다만 황 CEO가 진행한 간담회·미팅, 기조연설에서 한국 기업은 거의 등장하지 않았다. 초미의 관심사였던 삼성전자의 HBM 공급 여부도 언급하지 않았다.

파이낸셜 미팅에 참석한 투자 관계자는 "이번에 삼성 HBM 퀄리피케이션(검증) 관련 질문이나 언급이 없었던 것은 2∼3달 전 샘플 테스트를 시작해서 아직 결과를 기다리는 중이기 때문으로 추정된다"고 말했다.

한편 올해 컴퓨텍스 행사에는 전 세계 34개국 약 1천400개 기업이 참가해 4천800개의 부스를 꾸렸다.

'컴퓨텍스 2025'가 열린 대만 타이베이 난강 전시관(타이베이=연합뉴스) 강태우 기자 = '컴퓨텍스 2025'가 열리는 타이베이 난강 전시관 모습. 2025.5.23 buring@yna.co.kr

burning@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
댓글 0
인기순
최신순
불 타는 댓글 🔥

namu.news

ContáctenosOperado por umanle S.R.L.

REGLAS Y CONDICIONES DE USO Y POLÍTICA DE PRIVACIDAD

Hecho con <3 en Asunción, República del Paragua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