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엑스포츠뉴스 김정현 기자) 한 팀에서는 우승하지 못했지만, 서로 다른 팀에서 두 선수가 같이 우승의 기쁨을 누렸다.
손흥민과 해리 케인, 두 선수의 이야기다.
안지 포스테코글루 감독이 이끄는 토트넘 홋스퍼가 22일(한국시간) 스페인 빌바오에 있는 산마메스에서 열린 같은 프리미어리그 팀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와의 2024-2025시즌 유럽축구연맹(UEFA) 유로파리그 결승전에서 브레넌 존슨의 결승 골로 1-0으로 승리해 우승을 차지했다.
손흥민은 이날 후반에 교체로 출전해 자신의 커리어 첫 트로피를 들어 올렸다. 지난 2015년 토트넘 입단 이후 10년 만에 들어 올린 트로피다.

지난 2018-2019시즌 UEFA 챔피언스리그 결승에 진출했던 손흥민은 당시 리버풀에게 패하면서 눈물을 흘렸다. 첫 유럽대항전 우승 도전에 실패한 뒤, 손흥민은 2020-2021시즌 카라바오컵 결승에서 또다시 좌절을 겪었다. 당시 조세 무리뉴 감독이 결승전 이틀 전 충격적으로 경질되는 혼란스러운 상황이었다. 결국 맨체스터 시티에게 0-1로 패했고 손흥민은 또다시 눈물을 흘렸다.
손흥민은 무관의 설움을 이겨내고 토트넘 10년 차에 드디어 우승에 성공하는 기쁨을 누렸다. 특히 지난 2023년 여름부터 그는 토트넘에서 아시아인 최초의 주장으로 임명되며 선수단을 이끌어왔기에 의미가 더욱 컸다.
손흥민이 우승을 차지하자, 절친인 케인도 축하를 전했다. 그는 자신의 인스타그램을 통해 토트넘 경기를 지켜보고 있는 걸 알렸다. 토트넘의 우승이 확정되자, 그는 "축하해 토트넘"이라고 전했다.

케인은 손흥민과 토트넘에서 두 번의 우승 도전에 모두 함께 했던 절친이다. 두 선수는 이른바 '손케듀오'로 불리며 프리미어리그 역대 최다골 합작(47골), 그리고 단일 시즌 최다골(14골) 신기록을 작성하며 최강의 공격 듀오로 불렸다.
손케 듀오로 맹활약했던 2020-2021시즌, 케인은 무려 득점왕과 도움왕을 동시에 차지하기도 했다.
이후 케인은 이적을 추진했다. 2021-2022시즌 우승을 위해 맨시티 이적을 추진했던 그는 다니엘 레비 회장의 협상 거부로 이적이 좌절됐다. 하지만 그는 포기하지 않았다.

2023-2024시즌을 앞두고 케인은 독일 분데스리가 명문 팀 바이에른 뮌헨으로 이적에 성공했다. 우승을 위해 떠난 팀에서 그는 김민재와 함께 분데스리가 우승에 도전했다.
그러나 케인에게 우승 운이 따르지 않았다. 당시 바이엘 레버쿠젠(독일)이 무려 무패 우승을 달성하면서 뮌헨이 3위로 밀려났다. 챔피언스리그도 4강에 머물렀다. 리그 12연패에 도전하던 뮌헨이 무너진 순간이었다. 케인은 이어 지난해 6월 독일에서 열린 UEFA 2024 유럽축구선수권대회에서도 잉글랜드 대표팀이 결승에서 스페인에 무너지면서 또 준우승을 했다.
뮌헨은 감독을 교체해 우승 트로피 탈환에 나섰다. 뱅상 콤파니 감독을 선임하면서 화끈한 공격 축구를 지향한 뮌헨은 올 시즌 분데스리가 우승을 차지했다. 케인도 정말 길고 길었던 무관의 한을 깬 시즌이 됐다.

손흥민과 케인 모두 커리어 내내 메이저 대회 트로피가 없어 우승과 인연이 없는 듯싶었다. 하지만 각자의 클럽에서 같은 시즌에 트로피를 들어 올리며 무관의 한을 깨게 됐다.
손흥민은 이날 유로파리그 우승 뒤 인터뷰에서 케인 언급을 빼놓지 않았다.
그는 "해리가 우승한 것을 정말 기뻐했다"며 "그리고 이제 우리 둘 다 우승했어, 해리!"라며 전 동료에게도 따뜻한 메시지를 남겼다.
'유관력'을 얻은 둘은 이제 2관왕, 3관왕을 노린다. 케인은 오는 8월 DFB(독일축구연맹) 포칼 우승팀과 DFL(독일축구리그) 슈퍼컵을 치르며 두 번째 트로피에 도전한다. 다음 시즌 분데스리가 2연패,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 제패에도 도전한다.
손흥민 역시 오는 8월 UEFA 슈퍼컵을 통해 두 번째 우승을 노린다. 6월1일 프랑스 파리 생제르맹(PSG)와 인터 밀란이 벌이는 UEFA 챔피언스리그 우승팀과의 단판 승부다.
사진=연합뉴스, UEFA, ESPN
김정현 기자 sbjhk8031@xports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