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한국의 정 느꼈어요"…오사카 엑스포서 한국에 쏠린 시선
연합뉴스
입력 2025-05-14 11:00:06 수정 2025-05-14 14:32:41
한 달 만에 17만명 입장…'진심을 잇는 미래' 주제로 공감
초대형 LED 눈길에 AI·한산모시 전통·현대 조화…"동시대 한국의 모습에 초점"


오사카 엑스포, 한국에 쏠린 시선(오사카=연합뉴스) 차대운 기자 = 13일 일본 오사카에서 개최 중인 '2025 오사카 간사이 엑스포' 한국관 앞에서 관람객들이 줄을 지어 입장을 기다리고 있다. 한국관은 다른 나라 국가관과 달리 전면을 대형 LED 미디어파사드 화면으로 덮은 것이 특징이다. 2025.5.13 cha@yna.co.kr

(오사카=연합뉴스) 차대운 기자 = "한국이 K-팝이나 IT 기술 등이 훌륭하다고 평가되는데 그런 것을 전시에서 내세우기보다는 정을 더 많이 나눌 수 있는 자연스럽고 온화한 느낌을 줘서 굉장히 좋았습니다."

한국이 오사카 엑스포의 일일 주인공이 된 '한국의 날'을 맞은 지난 13일 '2025 오사카 간사이 엑스포' 한국관에서 만난 일본 관람객 소가 신야씨는 박람회장에 입장하자마자 맨 먼저 한국관을 찾았다면서 '진심을 잇는 미래'를 주제로 꾸며진 한국관을 막 돌아본 소감을 이렇게 말했다.

오사카 엑스포를 상징하는 거대한 성채 같은 원형 목조 건축물인 '그랜드 링' 안에 들어서면 건물 전면을 가로 27m, 세로 10m의 대형 발광다이오드(LED) 미디어파사드로 완전히 덮은 한국관이 모습을 드러냈다.

디스플레이 산업 강국이라는 한국의 정체성을 드러내는 요소이기도 한 미디어파사드 화면을 통해서는 제주 성산일출봉 같은 전국의 관광 명소, 한국의 전통 문양에서부터 상상 속 미래 한국의 모습에 이르는 다양한 이미지가 변화무쌍하게 표출되면서 지나는 관람객들의 시선을 사로잡고 있었다.

한국관 운영을 책임지는 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코트라)에 따르면 오사카 엑스포가 개막한 지난 4월 13일부터 이달 11일까지 약 한 달간 한국관 전시관 입장객 수는 17만명에 달하는 것으로 집계됐다.

각국이 아직 따로 정확한 국가관 입장 통계를 발표하지는 않고 있지만 한국관은 주최국인 일본을 제외하면 미국관, 이탈리아관과 더불어 최상위 인기관 중 하나라고 한다.

오사카 엑스포 한국관 입장 대기하는 관람객들(오사카=연합뉴스) 차대운 기자 = 13일 일본 오사카에서 개최 중인 '2025 오사카 간사이 엑스포' 한국관에서 관람객들이 줄을 지어 입장을 기다리고 있다. 2025.5.14 cha@yna.co.kr

관람객들이 입장 대기를 위해 줄을 서 기다려야 하는 건물 입구 앞 홀의 천정은 한국의 장인정신을 상징하는 하얀 한산모시로 만든 사각 모듈 형태의 구조물로 가득 채워 홀 안을 부드러운 햇빛으로 채울 수 있도록 설계됐다.

막상 한국관 내부로 들어섰을 때는 익숙했던 한국적인 것과는 다소 거리가 느껴지는 신선한 전시물들이 관람객들을 기다리고 있었다.

현장에서 만난 고주원 총감독은 "전통적으로 한국적인 것으로 여겨지는 요소를 삭제하고 동시대적인 기술, 문화에 초점을 뒀다"며 "사람들이 이미 아는 전형적인 이미지를 내세울 것인가 아니면 지금 현재 한국이 무엇인지 스스로 규정하고 정립할 것인지를 고민했다"고 설명했다.

이번 오사카 엑스포는 '생명이 빛나는 미래 사회 다자인'이라는 큰 주제로 열린다. 각 국가관은 '생명 구원'(Saving lives), '삶의 역량 강화'(Empowering Lives), '삶의 연결'(Connecting Lives)이라는 세 가지 소주제 중 하나를 골라 각자의 콘텐츠를 채워야 한다.

한국은 이 중 '삶의 연결'이라는 소주제를 골랐다. 그러고 나서 다시 '소리와 빛을 모아 하나 되어', '황폐해진 도시에서 생명의 회복으로', '같은 시간 속의 선율'이라는 세 개의 전시관이 한국관 안에서 이어지도록 구성했다.

한국관에 들어선 관람객들은 가장 먼저 들어서는 '소리와 빛을 모아 하나 되어' 전시관에 들어선다. 춤추는 다채로운 빛줄기와 소리가 어우러진 공감각적인 체험의 장이다.

"소리와 빛을 모아 하나 되어"(오사카=연합뉴스) 차대운 기자 = 13일 일본 오사카에서 개최 중인 '2025 오사카 간사이 엑스포' 한국관에서 '소리와 빛을 모아 하나 되어' 전시관 공연이 진행되고 있다. 2025.5.14 cha@yna.co.kr

관람객들은 여기 들어오기 전 전시관 입구에서 각자 부스에 서서 각자 자신에게 소중한 가치를 한두 마디 단어로 짧게 녹음한다.

각자의 언어로 녹음한 소리는 인공지능(AI) 프로그램을 통해 양방언 음악감독이 작곡한 음악과 섞여 전시 때마다 새로운 음악을 생성해낸다.

이렇게 생성된 음악에 맞춰 천정과 벽면에 설치된 132개의 조명이 일사불란하게 연동돼 찬란한 빛을 뿜어내며 움직이면서 10여분에 걸친 공연마다 관람객들은 각각의 새로운 체험을 할 수 있게 된다.

관람객들은 다음에는 '황폐해진 도시에서 생명의 회복으로' 전시관으로 향하게 된다. 현대 문명을 상징하는 콘크리트 더미 속에서 관람객이 불어넣는 숨결로 새로운 생명이 피어난다는 개념을 형상화했다.

"황폐해진 도시에서 생명의 회복으로"(오사카=연합뉴스) 차대운 기자 = 13일 일본 오사카에서 개최 중인 '2025 오사카 간사이 엑스포' 한국관에 설치된 '황폐해진 도시에서 생명의 회복으로' 전시관. 2025.5.14 cha@yna.co.kr

관람객들은 황폐화한 도시의 상징인 콘크리트 더미 위에 놓인 파이프에 숨을 불어넣는다. 그러면 여기에 이어진 천장에 설치된 수소전기차의 엔진에서 산소와 수소가 결합해 물방울이 만들어져 비눗방울 형태로 아래로 서서히 떨어진다는 스토리를 담았다.

마지막 전시장인 '같은 시간 속의 선율'은 오래전 세상을 떠난 할아버지가 남긴 악보를 손녀가 우연히 발견해 노래를 끝까지 완성해 우리 시대의 소중한 가치가 미래 세대로 계속 이어진다는 내용을 K-팝의 선율과 춤이 있는 영상물에 담았다.

많은 관람객이 보편적으로 쉽게 공감할 수 있는 스토리를 다룬 마지막 전시관에서 특히 큰 감동을 한다고 전시관 관계자들은 귀띔했다.

한국관에서 현장 안내를 돕고 있는 서포터즈로 일하는 일본인 스미모토 나오씨는 "출구에서 나오는 어떤 서양 분이 3관 영상을 보고 눈물을 흘리면서 나와 다시 입구로까지 와 너무 좋았다고 얘기해준 게 기억이 남아 있다"며 "할아버지와 손녀가 같이 나오는 장면을 보고 자기의 추억이 생각났다고 했다"고 전했다.

강경성 코트라 사장은 "오사카 간사이 세계 엑스포는 한국의 우수한 산업, 기술, 문화를 전 세계에 알리는 중요한 자리"라며 "글로벌 선진국으로 도약한 한국의 달라진 위상을 보여주는 자리"라고 말했다.

"같은 시간 속의 선율"(오사카=연합뉴스) 차대운 기자 = 13일 일본 오사카에서 개최 중인 '2025 오사카 간사이 엑스포' 한국관에서 '같은 시간 속의 선율" 전시관 영상물이 상영되고 있다. 2025.5.14 cha@yna.co.kr

cha@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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