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준영 법무법인 율촌 수석전문위원

[※ 편집자 주 = 연합뉴스 우분투추진단이 국내 주요대학 아프리카 연구기관 등과 손잡고 '우분투 칼럼'을 게재합니다. 우분투 칼럼에는 인류 고향이자 '기회의 땅'인 아프리카를 오랜 기간 연구해온 여러 교수와 전문가가 참여합니다. 아프리카를 다양한 시선으로 바라보고 분석하는 우분투 칼럼에 독자 여러분의 많은 관심을 기대합니다. 우분투는 '당신이 있어 내가 있다'는 뜻의 아프리카 반투어로, 공동체 정신과 인간애를 나타냅니다.]
세상의 많은 일에는 '운'이 작용한다. 개인과 기업과 마찬가지로 국가와 대륙도 운이라는 것이 존재한다. 아프리카 대륙은 풍부한 자원이라는 운을 가지고 있지만 좋은 하천이라는 운이 없는 곳이다. 미국의 미시시피강, 유럽의 라인강, 중국의 장강같이 바다와 직접 연결되는 거대한 강이 아프리카에는 드물다. 관광자원으로는 훌륭한 웅장한 폭포들은 이동을 가로막는 거대한 장애물이기도 하다.
특정 지역의 발전에는 원활한 교통망의 존재가 핵심이다. 고대 그리스는 지중해에서 흑해에 이르는 광대한 해상교통망을 구축했다. 로마제국은 지금 사용해도 손색이 없을 정도로 잘 갖춰진 도로망으로 제국의 모든 곳을 연결했다. 끊임없이 분열하던 중국은 수나라 때 대운하를 건설하면서 남과 북을 통합할 수 있었고, 통일된 세력을 유지할 수 있었다. 300개의 세력으로 나뉘었던 독일은 철도를 통해 하나의 나라로 통합됐다. 사막을 가로지르는 캐러밴이 아프리카 내륙과 해안을 연결하였지만, 운송량의 한계로 인해 그 역할이 제한적이었다.
산업혁명 과정에서 등장한 철도는 인도를 비롯한 많은 곳을 바꿔놓았지만, 아프리카에서의 역할은 제한적이었다. 식민지 국가들은 내륙의 자원을 수탈하기 위한 목적으로만 철도를 건설했을 뿐 이를 서로 연결하는 데 관심이 없었다. 제2차 세계대전 이후 독립한 아프리카 국가들은 철도를 유지할 경제력을 갖추지 못했다.
유지관리가 제대로 이뤄지지 못하면서 기존 철도망의 상당 부분이 사라졌다. 철도를 이용한 여객 및 화물운송은 지중해 연안의 북아프리카와 대륙 남단의 남아프리카공화국이 전체 운송량의 80%를 차지할 정도로 편중돼 있다. 아프리카의 철도망은 1천㎢당 3㎞ 수준이다. 이는 유럽의 400㎞는 물론 남아공의 8㎞에 비해서도 한참 밑이다.
아프리카 철도의 궤간은 통일되어 있지 않아 상호운용성이 부족하다. 관리 역량도 뒤떨어져 70%만 제대로 운영되고 있다. 최근 중국과 미국이 경쟁적으로 아프리카 철도 투자를 확대하고 있지만 아직 철도가 중요한 운송수단으로 자리 잡기에는 갈 길이 멀다.

반면 아프리카의 항공산업은 급속히 발전하고 있다. 출발지와 도착지 양 끝에만 공항이 존재하면 빠르게 이동할 수 있는 비행기를 통한 이동은 아프리카에 제일 적합하기 때문이다.
1920∼30년대에 유럽 국가들에 의해 처음 아프리카에 도입된 항공 서비스는 1960년대 식민지에서 독립한 여러 국가가 경쟁적으로 국영항공사를 설립하면서 양적으로 성장했다. 하지만 2000년대 이전까지 아프리카 항공산업은 정치적 불안정, 빈약한 인프라 등으로 인해 큰 어려움을 겪었다. 안전기준 미충족으로 인해 유럽 취항이 금지되는 수모를 겪기도 했다.
하지만 2000년대 이후 항공 시장이 민간에 개방되고 투자가 증가하면서 아프리카 항공산업은 급속히 성장하기 시작했다. 빠르게 성장하는 인구와 무역에 힘입어 2000년대 초반과 비교하면 아프리카 국내 및 국제선 노선은 80% 이상 증가했다. 연평균 5% 내외의 지속적인 성장세를 기록하고 있다. 아프리카 대륙의 항공 교통량은 연평균 6.4%씩 성장해 2043년에는 현재의 세 배 이상 증가할 것으로 미국 보잉사는 예측한다. 이에 따라 아프리카 항공사들이 보유한 항공기 숫자도 2배 이상으로 증가할 것으로 전망된다.
한때 세계 평균보다 12배 이상 높은 사고율을 기록하면서 위험천만한 것으로 여겨지던 아프리카 항공산업의 안전성도 최근 급속히 개선돼 세계 평균 수준을 기록하고 있다. 우리나라에도 취항하고 있는 에티오피아 항공의 경우 140대의 항공기를 보유한 세계 30위권의 대형 항공사로 성장했다. 단일 항공시장의 형성, 중동 등 인접 국가들의 투자 확대, 국제기구의 지원 등이 결합하여 만들어낸 결과다.
낙후된 철도와 도로를 보면 아프리카의 발전은 멀다고 느끼기 쉽다. 하지만 우리 눈에 보이지 않는 하늘길을 통해 아프리카는 점차 긴밀하게 연결되고, 증가하는 중산층의 존재로 인해 지속해 발전하고 있다. 중간 과정을 뛰어넘는 도약적 발전의 가능성이 높은 곳이 아프리카라는 점을 성장하는 항공산업이 보여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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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준영 법무법인 율촌 수석전문위원
현 법무법인 율촌 수석전문위원, 세계 여러 나라 이야기와 국제 이슈를 다루는 유튜브 채널 '최준영 박사의 지구본연구소' 운영, 번역서 '두개의 인도', '세계화의 종말과 새로운 시작' 등 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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