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민들 "4대째 살아온 곳…우리 지붕에도 물 뿌려달라"
소방차 등 장비 10여대, 인력 50여명 투입
소방차 등 장비 10여대, 인력 50여명 투입

(안동=연합뉴스) 황수빈 기자 = 경북 의성에서 안동으로 번진 대형 산불에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된 하회마을 주민들도 바짝 긴장하고 있다.
25일 오후 6시께 경북 안동 하회마을.
산불이 직선거리로 8㎞(풍천면 어담2리)까지 근접하며 마을에는 긴장감이 감돌고 있다.
마을 곳곳에는 소방차들이 들어서 경광등을 반짝이고 있었다.
소방관들은 조금이라도 피해를 막고자 소방차에서 물을 끌어와 하회마을 건물 지붕과 담벼락에 뿌렸다.
마을 주민들은 걱정이 되는 듯 소방관들에게 "여기 지붕에도 뿌려달라"며 부탁하기도 했다.
이날 오후 4시 55분께 하회마을에는 대피령이 내려지면서 주민들도 분주히 움직였다.
권영길 하회마을 이장은 "거동이 불편하거나 차가 없으신 주민분들을 우선 대피시켰다"며 "차가 있는 분들은 스스로 대피했다"고 말했다.
일부 주민들은 상황을 지켜보겠다며 마을에 남아있는 상태다.
유지주(83) 어르신은 "4대째 살아온 곳이라 쉽게 못 떠나겠다"며 "자녀들이 산불 소식을 듣고 안부 전화를 했는데 걱정하지 말라고 일러뒀다"고 말했다.
유 어르신은 산불이 진행 중인 곳을 바라보며 "바람이 많이 부니까 불길이 날아올까 봐 염려된다"고 했다.

소방 당국은 이날 오후 5시부터 소방관·의용소방대 인력 56명과 소방차 등 장비 10대를 투입해 만일의 사태에 대비하고 있다.
하회마을에는 주민 150명가량이 거주하고 있다.

이 중 18명은 도농교류센터로 대피했고 나머지는 자차로 대피하거나 마을에 남아서 상황을 지켜보고 있다.
소방 당국 관계자는 "오늘밤에는 마을에 남아서 최대한 산불을 방어할 예정"이라며 "다만 바람이 지금처럼 계속 강하게 불면 장담을 못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hsb@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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