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 '트럭 위 트랙터'도 불허…광화문 탄핵촉구 집회 참가자들 합류
탄핵 찬반 양측 곳곳 충돌…경찰, 밤샘 대치도 대비
탄핵 찬반 양측 곳곳 충돌…경찰, 밤샘 대치도 대비

(서울=연합뉴스) 이영섭 김준태 최원정 기자 = 전국농민회총연맹(전농)의 '트랙터 시위'가 경찰에 막히면서 25일 서울 서초구 남태령고개 일대에 극심한 혼란이 이어지고 있다.
전농이 윤석열 대통령 탄핵을 촉구하며 '트랙터 행진'을 시도하자 윤 대통령 지지자들이 '육탄 저지'하겠다며 몰려들면서 곳곳에서 충돌도 빚어졌다.
전농과 경찰은 이날 밤 9시 현재 7시간 넘게 대치하고 있다. 경찰은 '1박 2일'로 상황이 이어질 것으로 보고 있다.
경찰 비공식 추산 전농 집회 참가자들은 최대 1천명, 윤 대통령 지지자들은 200여명이 남태령 일대에 모여 신경전을 벌였다.
집회 현장 일대에는 트랙터를 실은 화물트럭 32대가 집결했다. 5t 이상 트럭마다 트랙터가 1∼2대씩 실려있었다. 일부 트랙터는 트럭에서 내려져 땅에 닿았다.
전농이 조직한 '전봉준 투쟁단'은 당초 트랙터 20대와 1t 트럭 50대를 동원해 남태령에서 광화문 방면으로 행진 시위를 벌일 예정이었다.
그러나 법원이 전날 트랙터의 서울 진입은 불허하고 트럭은 20대만 진입을 허용하자, 대형 트럭에 트랙터를 싣는 방식으로 시위 방식을 바꿨다.
경찰은 법원 결정대로 1t 트럭 20대만 행진할 수 있다는 방침이다. 방침에 따르면 대형 트럭의 이동은 허용되지 않는다.
전농 관계자는 "원래 계획대로라면 광화문으로 갔어야 했다"며 "경찰이 트랙터를 싣는 것마저 안 된다고 해서 집회가 오래 이어지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남태령 일대에는 탄핵 찬반 목소리가 뒤엉켰다.
윤석열 즉각 퇴진·사회대개혁 비상행동(비상행동)은 이날 저녁 광화문 집회를 마친 뒤 남태령으로 이동해 집회에 합류했다.
마이크를 잡은 하원오 전농 의장은 "바쁜 농사보다 더 바쁜 게 윤석열 파면"이라며 "정치 농사부터 제대로 해야 국민들이 산다"고 외쳤다.
남태령역 2번 출구에서 비상행동 참가자들이 나오자 태극기와 성조기를 든 윤 대통령 지지자 200여명은 "빨갱이 꺼져라" 등을 외치며 욕설했다.
일부 지지자들은 숟가락으로 프라이팬을 두드려 소음을 내며 긴장감을 조성하기도 했다.
보수 유튜버와 현장에 등장한 국민의힘 윤상현 의원은 지지자들에게 "경찰 관계자와 얘기해보니 저쪽(전농)이 먼저 집회 신고를 해서, 충돌 우려가 없을 때 저쪽이 끝난 다음에 (탄핵 반대 측) 집회를 하도록 하겠다는 입장"이라고 전했다.
경찰이 탄핵 찬반 양측을 버스 차벽 등으로 분리했지만, 산발적 충돌은 이어졌다. 욕설하거나 멱살을 잡다 경찰에 제지당하기도 했다.
일부 흥분한 시위대가 경찰 바리케이드를 밀어내는 모습도 보였다.

서울경찰청은 기동대 27개 부대 1천700여명을 투입했고, 경기남부청도 9개 부대를 배치해 일대 경비, 교통 관리 등에 나섰다.
경기남부청은 남태령고개로 들어서는 과천 남태령지하차도에 임시 검문소 1개를 설치해 트랙터를 실은 화물차에 경고 및 계도 조치도 이어갔다.
당초 전농은 남태령, 이수역, 흑석역, 한강대교, 삼각지로터리 등을 거쳐 광화문 동십자각까지 행진해 이날 저녁 7시 광화문 집회를 열 계획이었다.
dhlee@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