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쿠시마 사고 원전 폐로 등 뒷수습도 갈길 멀어…에너지 정책은 '원전 회귀'로

(도쿄=연합뉴스) 경수현 특파원 = 동일본대지진과 이로 인한 후쿠시마 제1원자력발전소 사고가 일어난 지 11일로 만 14년이 됐다.
2011년 3월 11일 일본 혼슈 동북부 지역 앞바다에서 발생한 규모 9.0 지진으로 도후쿠 지역에는 높이 10m를 넘는 쓰나미가 덮쳤고, 후쿠시마 제1원전에서는 지진과 쓰나미 여파로 원자로 3기에서 핵연료가 녹아내리면서 대량의 방사성 물질이 방출됐다.
니혼게이자이신문 등에 따르면 이달 1일 기준 동일본 대지진으로 인한 사망·실종자는 2만2천228명에 달한다.
여기에 원전 주변 지역의 주민 등 약 2만8천명은 아직도 정든 마을을 떠나 피난 생활을 이어가는 등 여전히 상처는 아물지 않고 있다.
당시 피해가 컸던 후쿠시마·이와테·미야기 등 3개 현의 인구는 올해 1월 기준 512만2천여명으로, 사고 전보다 57만5천명(10.1%)가량 준 상태다.
후쿠시마현 전체 면적의 2.2%인 309㎢는 여전히 거주할 수 없는 '귀환 곤란 구역'으로 남아있다.
무엇보다 사고 원전 폐로 등 뒷수습은 갈 길이 멀다.
일본 정부는 오는 2051년께 사고 원전 폐기를 완료한다는 계획을 세워놨지만 일본 학계에서는 현실적으로 어려울 것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실제 도쿄전력은 여러 차례 실패를 거쳐 작년 11월 2호기 원자로에서 약 0.7g의 핵연료 잔해(데브리)를 꺼내는 데 처음 성공했지만, 이는 애초 계획보다 3년가량 늦어진 것이다.
원전 사고 후 주변 주택, 농지 등을 대상으로 방사성 물질 제염 작업을 하면서 벗겨낸 흙(제염토)의 처분도 마찬가지로 속도를 내지 못하고 있다.
일본 정부는 제염토는 2045년 3월까지 후쿠시마현 밖에서 최종 처분한다는 원칙을 법률로 정해놨다.
또 방사성 물질 농도가 일정 수준 이하인 흙은 공공공사 등에 이용할 방침을 세워놨다.
그러나 도쿄 등 후쿠시마현 밖 지역에서 전개하려던 실증사업 상당수는 현지 주민 반대로 제대로 진행되지 못했다.
현재 후쿠시마 제1원전 주변의 중간 저장시설에 반입돼있는 제염토는 도쿄돔 11개를 채울 분량인 약 1천400만㎥에 달한다.
사고 뒷수습이 이처럼 지지부진한 가운데 사고 직후 모든 원전의 폐로를 내세우기도 했던 일본의 에너지 정책은 원전 회귀로 급전환됐다.
일본 정부는 지난달 개정한 에너지 기본계획에서 "가능한 한 원전 의존도를 저감한다"는 문구를 없앴다.
인공지능(AI) 보급에 따른 데이터센터 증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등 환경 변화도 정책 변화의 배경이다.
그러나 현지에서는 불안 섞인 시각도 적지 않다.
아사히신문은 이날 사설에서 "사고 현장이나 주변 지역과는 대조적으로 최근 수년간 급격히 진행된 것이 국가의 원전 정책"이라며 "원전의 근원적 문제는 지금도 변함이 없고 무엇보다 대형 사고의 피해는 비할 바가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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