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인의 고통에 공감하는 이유…뇌 신경회로 밝혔다
연합뉴스
입력 2025-03-11 10:08:52 수정 2025-03-11 10:08:52
IBS "자폐 스펙트럼 장애 등 신경정신질환 연구에 도움"


생쥐 행동과 전측 대상회피질 신경세포 활성[IBS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대전=연합뉴스) 박주영 기자 = 국내 연구진이 우리가 타인의 고통에 공감할 때 뇌에서는 어떤 과정이 일어나는지를 밝혔다.

기초과학연구원(IBS) 인지·사회성 연구단 금세훈 연구위원 연구팀은 타인의 고통을 인식하고 정서적으로 공유하는 뇌의 핵심 신경회로를 규명했다고 11일 밝혔다.

뇌 전두엽에 위치한 전측 대상회피질(ACC)은 신체적인 고통에 반응하고 통증 정보를 처리하는 영역으로, 고차원 의사결정이나 사회적 행동, 공감 등과 관련이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연구팀은 칼슘 농도를 측정해 신경세포 활성화 여부를 파악할 수 있는 '칼슘 이미징 기술'을 이용, 실험쥐의 뇌에서 타인의 고통을 목격할 때 활성화되는 특정 신경세포 집단을 확인했다.

그리고 이 신경세포 집단이 정서적 공감 처리에 중요한 역할을 한다는 사실을 실험적으로 입증했다.

고통을 경험해본 적이 없는 생쥐에게 다른 생쥐가 전기 자극을 받는 모습을 지켜보게 하자 고통을 목격하는 것만으로도 공포로 인해 움직임이 줄어드는 '공감적 동결 행동'(Empathic freezing·동물이 다른 개체의 고통이나 위협을 관찰할 때 나타내는 움직임 억제 반응)이 나타났다.

공포 공감 반응으로 인한 전측 대상회피질 신경세포 활성 [IBS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ACC에 삽입한 이미징 장치를 통해 실시간으로 신경세포의 활동을 측정한 결과 특정 뉴런 집단이 활성화되는 모습을 확인했다. 실험이 계속 반복돼도 활성화 패턴은 유지됐다.

제1저자인 최지예 선임연구원은 "이전에 고통을 경험한 적이 없는 생쥐를 관찰자로 설정, 과거의 기억과 연관된 반응을 나타낼 가능성을 배제했다"며 "감정을 공유하는 순수한 '감정 전염'(Emotional contagion)을 유도해 정서적 공감의 작동 원리를 찾았다"고 설명했다. 연구팀은 또 광유전학적 기법을 이용해 ACC에서 중뇌의 '수도관 주위 회색질'(PAG)로 연결되는 신경회로의 활성을 선택적으로 억제하는 실험을 진행했다. PAG는 두려움을 느낄 때 몸이 얼어붙는 등 고통을 신체 반응으로 전환하는 영역이다.

실험 결과 관찰자 생쥐가 타인의 고통을 목격했을 때 나타나는 공감적 동결 행동과 정서적 회피 행동이 현저히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ACC-PAG 신경회로가 타인의 고통을 인식하고 공감적 행동을 끌어내는 데 필수적임을 보여준다.

자폐 스펙트럼 장애, 반사회적 행동 장애 등 공감 능력 장애를 보이는 신경정신질환 연구에 기여할 것으로 기대된다.

금세훈 연구위원은 "타인의 고통을 공감하는 과정이 단순한 학습이 아닌, 뇌에서 특정 신경 회로를 통해 정서적으로 처리된다는 것을 실험적으로 입증한 최초의 연구"라며 "공감 반응이 형성되는 신경 기전을 이해함으로써 다양한 신경정신질환 연구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 연구 결과는 국제 학술지 '네이처 커뮤니케이션즈' (Nature Communications) 지난달 25일 자 온라인판에 실렸다.

타인의 고통에 공감하는 뇌 신경회로 규명한 IBS 연구팀왼쪽부터 금세훈·최지예 연구위원 [IBS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jyoung@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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