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크라 北포로 "필요한 집과 가족 이루며…한국 꼭 가고 싶다"(종합2보)
연합뉴스
입력 2025-03-04 18:36:01 수정 2025-03-04 18:50:20
與유용원, 北포로 면담 육성파일 공개…"강제송환 안되도록 총력 다해야"
"우크라, 韓과 포로 송환 교감 있는 걸로 알아…'추가 포로 없다' 대답"
"포로들, 난방 없이 담요만 덮은 채 생활…'술 없습니까' 묻기도"


북한군 포로 육성 공개하는 유용원 의원(서울=연합뉴스) 김주성 기자 = 우크라이나군에 생포된 북한군 포로를 면담한 국민의힘 유용원 의원이 4일 서울 여의도 국회 소통관에서 북한군 포로의 육성 파일을 공개하며 면담 결과를 설명하고 있다. 2025.3.4 utzza@yna.co.kr

(서울=연합뉴스) 안채원 김치연 조다운 기자 = 우크라이나군에 생포된 북한군 포로 리모씨가 "한국으로 꼭 가고 싶다"며 귀순 의사를 밝혔다고 국민의힘 유용원 의원이 4일 전했다.

유 의원은 이날 국회 기자회견에서 자신이 우크라이나에서 면담한 북한군 포로 두 명의 사진과 육성 녹음 파일을 공개하며 이같이 밝혔다.

유 의원이 만난 포로 두 명은 앞서 조선일보와의 인터뷰에 응했던 이들로, 당시 포로 리 씨는 귀순 의향에 대해 "80% 결심했다"고 밝힌 바 있다.

리 씨는 유 의원에게 귀순 의사를 밝히면서 "앞으로 우리 부모님들과 만나기 위해서 꼭 가고 싶어요"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한국에 가면 내가 수술을 다시 받을 수 있을까요"라고 물었다고 한다. 이 포로는 턱에 총상을 입어 발음이 정확하지 않을 정도로 심하게 다쳤다고 유 의원은 전했다.

리 씨는 그러면서 "한국에 가게 되면 내가 바라는 권리대로 그렇게 할(살) 수 있을까요"라며 "필요한 집이라든지 가족도 이루며…"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내가 포로니까 가정을 이루기에 너무 힘들지 않을까요"라고 묻기도 했다.

유 의원이 만난 또 다른 포로 백 모 씨는 귀순 의향을 묻는 말에 "결심이 생기려고 하는 것 같기도 하다"며 "좀 더 생각해봐야 할 것 같다"고 답했다.

앞서 백 씨는 조선일보 인터뷰에서 귀순 의향을 묻는 말에 "고향으로 가지 못할 경우에는 그것도 생각해서…"라고 말했다.

유 의원은 기자들과 만나 "(백 씨가 귀순에) 절반 정도 마음이 기운 것 같다"며 "북한에 갈까 말까를 고민하는 부분에서는 가족에 대해 이야기하더라"고 전했다.

백 씨는 북한군이 우크라이나 군에 포로로 붙잡히게 될 경우 자폭을 선택하느냐는 물음에 "목격도 많이 했고, 나 역시 부상을 당해서 쓰러질 당시 자폭용 수류탄을 가지고 있었다"고 말했다.

그는 "(군에서) 그렇게 하라고 교육하는 건 없고, 자기 생각에 싸우다 적에게 잡히면 그 자체가 조국에 대한 배반이니까 스스로 그렇게 생각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리 씨는 북한군의 피해 정도와 관련해서 "전투 상황을 놓고 보면 피해가 엄청 크다"며 "우리가 전투할 당시 (투입된) 마지막 전투단이었다. 선행한 전투단들이 모두 희생되고 부상을 입어 마지막으로 참전했다"고 밝혔다.

북한군 포로와 면담하는 유용원 의원(서울=연합뉴스) 우크라이나군에 생포된 북한군 포로를 면담한 국민의힘 유용원 의원이 4일 면담 당시 찍은 사진을 공개했다. 2025.3.4 [유용원 의원실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utzza@yna.co.kr

유 의원은 지난달 23일부터 26일까지 우크라이나 의회와 '얄타 유럽전략(YES) 특별회의' 공식 초청장을 받아 우크라이나를 방문했고, 같은 달 25일 북한군 포로 리 씨와 백 씨를 총 1시간 10여분 간 면담했다.

면담은 유 의원이 직접 우크라이나 당국에 요청해 이뤄졌고, 우크라이나 당국으로부터는 추가로 잡힌 북한군 포로는 없다는 단호한 대답을 들었다고 한다.

유 의원은 "우크라이나에서 포로로 잡혀 있는 북한군 병사들이 북한으로 강제 송환되는 불상사가 일어나지 않도록 외교당국에서는 총력을 다해달라"며 "귀순 의지를 표명한 북한군에 대한 우리의 송환 의지가 패싱되지 않도록 정부에서는 더 신속하고 각별한 조치를 취해달라"고 촉구했다.

유 의원은 "우리 당국에서 비공식적으로 (포로 송환 관련) 우크라이나 당국과 교감을 가진 것으로 안다"고 설명했다.

한편, 유 의원은 채널A 인터뷰에서 "(포로들은) 형무소 4인실을 한 명씩 쓰고 있는데 겨울이지만 난방이 안 돼서 담요만 덮고 생활해야 한다"며 "온수도 안 나온다고 하더라"고 전했다.

또 라면과 초코파이, 담배 등을 사 간 유 의원은 리 씨가 면담이 끝날 무렵 "혹시 술은 없습니까"라고 물었다는 일화도 소개했다.

유 의원은 리 씨가 면담 과정에서 '부모님과 만나기 위해 한국에 가고 싶다'고 밝힌 것과 관련해서는 "남한에 가면 살 수 있고, (나중에) 북한에 있는 부모님을 데려올 수 있다는 판단을 한 게 아닌가 싶다"고 설명했다.

북한군 포로들이 잡히면 대부분 수류탄 자폭을 한다는 백 씨 증언에 대해서는 "'잡히면 조국에 대한 배반'이라는 식의 가스라이팅이 된 것"이라며 "우크라이나 특수군 고위 관계자가 '북한군은 두려움을 모르는 것 같더라'고 말했다"고 했다.

chaewon@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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