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엑스포츠뉴스 김현정 기자) 사과는 늦었지만, 반성은 진심이길 믿어본다.
최근 이지아가 과거부터 논란이었던 조부와 관련해 공식적으로 사과해 화제가 됐다.
이지아의 조부는 친일 인명사전에 친일 반민족 행위자로 등재된 김순흥(1910~1981)이다. 할아버지 김순흥과 관련한 논란은 2011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이지아의 집안과 40여 년간 인연을 맺어온 정대철 당시 민주당 상임고문은 인터뷰를 통해 "서울 사대문 내에 '99칸 집'(약 180평)이 단 두 채뿐이던 시절에 한 채가 故 윤보선 전 대통령의 사저였고 나머지 한 채가 바로 내자동에 위치한 이지아의 조부 故 김순흥 씨의 자택이었다. 지금으로 치면 준 재벌에 해당하는 엄청난 자산가였다"라고 밝힌 바 있다.
정 전 고문은 "이지아의 조부모 슬하 이지아의 부친을 포함한 11남매가 그 집에 함께 살았다. 남매들 중에는 나와 동창 또래의 이들도 있었다. 이지아 역시 출생 후 유아기를 그곳에서 보낸 것으로 안다"라며 이지아 집안이 단순히 경제적으로 넉넉하게 지내는 것을 넘어 인품과 덕망을 갖췄다고 설명했다.
또 "이지아의 부친은 오랜 세월 미국과 한국을 오가며 개인 사업을 했다. 이지아는 물론 가족들 전부 미국 생활을 오래했고 경제적으로 넉넉하게 지낸다. 이지아가 배우로 데뷔를 하고 난 후 어느 날, (이지아의 부친이) 내게 '형님, 저 이지아가 제 딸입니다'라고 말해서야 그의 딸이 배우가 된 사실을 알았다"고 말했다.
2011년 이지아가 몸담았던 소속사도 이러한 사실을 확인했다. 이에 따르면 김순흥은 종로에서 비단상을 해 큰돈을 모은 거부였으며, 1976년 서울예고에 평창동 부지를 기부하고 형편이 좋지 않던 고학생들을 지원하는 등 육영사업을 펼쳤다.
조부의 실명이 공개되자 친일파 의혹이 나왔다.
김순흥은 친일 인명사전에 게재된 인물로, 37년 국방헌금 1만 원 헌납을 시작으로 비행기 대금, 국방헌금 등에 헌납했다. 반일 운동에 대항해 조직된 친일 단체 '동민회'에서 활동했으며 공익을 위해 사재를 기부한 사람에게 일본 천황이 주는 감수포장을 받았다. 대한민국임시정부 당시 김구 선생이 작성한 친일파 숙청 명단에도 언급됐다.
그러자 이지아의 사촌이라고 주장한 A 씨는 "이지아 할아버지, 내 외할아버지가 갑자기 친일파로 몰리게 됐다. 돈은 원래 일제시대(일제강점기) 전부터 많이 있었고, 일제시대 때에는 일본 정부에 정치 자금을 강제로 추징당한 것뿐"이라며 "일제시대 때 세금 많이 내면 다 친일파가 되나 보다"라고 반박해 대중의 화를 돋웠다.
조부가 미담이 화제가 될 때와 달리 친일 행적에는 별다른 언급이 없던 이지아는 아버지의 사문서 위조 혐의가 알려짐에 따라 조부의 친일파 논란에 대한 입장까지 밝히게 됐다.
그는 "2011년 기사를 통해 처음으로 해당 사실을 접한 후, 정확한 사실 여부를 확인하기 위해 민족문제연구소를 여러 차례 방문하는 등 관련 자료를 확인하고 공부했다. 그 과정에서 조부의 헌납 기록을 확인하게 됐고, 당시의 시대적 배경을 고려하더라도 이러한 행위는 어떠한 이유로도 정당화될 수 없다고 생각한다. 이번 논란의 중심인 안양 소재의 땅이 일제강점기 동안 취득된 재산이라면, 반드시 국가에 환수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기자는 독립 유공자의 손녀임을 밝힌다. 이지아의 사과는 매우 늦었고 이 또한 가족의 새로운 논란 때문에 입을 연 것으로 보여 고운 시선으로 볼 수는 없다.
일각에서는 이지아 할아버지의 친일 행동은 비난받아 마땅하지만 이지아에게 연좌제를 적용하는 건 어불성설이라고 한다. 이지아에게 조부와 관련해 직접 자문을 했던 민족문제연구소 관계자는 “선대의 친일 행위에 대해 후손에게까지 멍에를 씌우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인터뷰하기도 했다.
틀린 말은 아니나 여전히 많은 독립운동가 후손들이 생활고를 겪는 등 고통을 받고 있다. 친일파 조부의 영향으로 상대적으로 편안한 삶이라는 혜택을 누린 이가 대중의 사랑을 받는 유명 연예인이 돼 TV 등에 모습을 비추는 일이 유쾌한 일은 아니다. (비록 이지아가 직접적인 죄를 저지르진 않았더라도) 10년 넘게 후손으로 부끄러움과 책임을 느낀다는 사과 없이 활동해 온 만큼 조부로 인해 받는 비판이 과하다고 할 수도 없다.
다만, 뒤늦은 용기이지만 다행인 건 이지아의 사과문에는 진정성이 묻어난다는 것이다.
그는 "조부에 대한 역사적 과오를 깊이 인식하며, 후손으로서 진심으로 사죄드린다. 앞으로도 역사의 진실을 마주하는 데에 겸허한 자세로 임하며, 책임감을 가지고 살아가겠다"고 다짐했다. 늦었지만 사과와 반성으로 전환점을 맞은 이지아가 보여줄 앞으로의 행보에 관심이 모이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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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현정 기자 khj3330@xports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