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 "정리 도와주고 마음도 함께 치료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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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연합뉴스) 손형주 기자 = 최근 저장강박증 앓고 있는 가구에서 잇따라 화재가 발생해 주민이 숨지는 일이 발생했다.
2일 경찰 등에 따르면 지난달 26일 오후 4시 20분께 부산 북구 구포동의 한 원룸 건물 3층 한 호실에서 불이 났다.
타는 냄새를 맡은 임대인이 문을 열고 들어가 보니 불은 꺼졌지만 50대 여성 A씨가 침대 옆에서 숨져 있었다.
방에는 1t 트럭을 가득 채울 만큼의 쓰레기로 가득했다.
경찰은 저장강박증을 앓고 있던 A씨가 실내에서 흡연하다 주변으로 불이 옮겨붙은 것으로 보고 있다.
같은 날 부산 해운대구의 한 오피스텔에서도 불이 나 40대 여성이 숨졌다.
저장강박증세를 가진 이 여성은 관할 지자체의 관리를 받아온 것으로 전해졌다.
경찰은 온도조절 램프에서 시작된 불이 쓰레기 등으로 옮겨붙은 것으로 보고 화재 원인 조사를 하고 있다.
같은 날 인천에서도 비슷한 화재가 있었다.
오후 8시 40분께 미추홀구 주안동의 한 주택에서 불이 나 남편인 70대 남성 C씨가 숨지고 아내가 병원으로 옮겨졌다.
주민들은 해당 가구가 저장강박증을 앓고 있었는데 남편이 몸이 불편해 화재에도 대피하지 못한 것이라고 증언했다.
저장 강박은 쓰지 않는 물건도 버리지 않고 모두 집에 모아 두는 강박장애의 일종이다.
노인층이 젊은 층보다 3배가량 많은 것으로 알려졌지만, 최근에는 경제적 불안과 사회적 고립 등으로 젊은 층에서도 적지 않게 나타난다.
지자체들은 악취, 화재 위험 등으로 인해 앞다퉈 저장 강박 가구에 대해 집 청소 및 심리치료 등 지원에 나서고 있지만 역부족인 상황이다.
청소나 주거환경개선사업을 하려면 거주자 동의가 필요한데 대부분 쉽게 동의하지 않기 때문이다.
동의받아 주거환경개선사업을 벌이더라도 다시 증상이 재발하는 경우가 빈번하다.
김명찬 인제대학교 상담심리치료학과 교수는 "저장 강박은 무기력함과 외로움, 사회생활을 할 수 없을 정도의 불안이나 공포 때문인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이어 "단순히 물건을 치워주고 정리 정돈을 돕는 것은 일시적일 수 있지만 본질적인 해결책이 될 수 없다"며 "시간이 많이 필요하겠지만, 정서 문제를 치유하도록 유도하는 종합적인 대응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handbrother@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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