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악관 회담 후폭풍 수습 나서…'즉각 휴전' 요구엔 "안보보장 선행돼야"
트럼프측 '우크라 정권교체' 거론…美재무 "광물협정, 현재로선 논의 안해"
트럼프측 '우크라 정권교체' 거론…美재무 "광물협정, 현재로선 논의 안해"

(서울=연합뉴스) 황철환 기자 =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이 광물협정 서명 의향을 밝히면서 파국으로 끝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의 백악관 정상회담의 후폭풍을 수습하려 안간힘을 쓰고 있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또한 트럼프 대통령을 다시 만나 '진짜 문제'를 풀어가고 싶다는 속내도 내비쳤다.
그의 이런 발언은 트럼프 대통령 측은 우크라이나가 전쟁 지속을 원한다면 광물협정은 의미가 없다며 '정권교체' 카드까지 거론하면서 젤렌스키를 상대로 한 압박 수위를 끌어올리고 있는 가운데 나온 것이다.
2일(현지시간) 로이터 통신 등에 따르면 젤렌스키 대통령은 이날 영국 런던에서 열린 긴급 유럽 정상회의에 참석한 뒤 진행한 기자회견에서 "우리는 광물협정에 서명할 준비가 됐고, 미국 역시 준비가 됐다고 믿는다"고 말했다.
그는 "미국과 우리의 관계가 계속될 것이라고 생각한다"며, 트럼프 대통령과의 불화에 대해서도 "관계 회복 측면에 대해서라면 난 우리 관계가 계속될 것으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지난달 28일 트럼프 대통령과의 정상회담에서 벌어진 설전이 여과 없이 전 세계로 생중계된 데 대해선 "그런 논의가 완전히 공개되는 것이 옳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나는 그것이 파트너로서 우리에게 긍정적이거나 추가적인 뭔가를 가져다준다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어 다시 초청이 이뤄진다면 '진짜 문제' 해결을 위해 트럼프 대통령을 만날 의향이 있다면서 "대화를 지속할 준비가 돼 있다"고 강조했다.
다만 그는 트럼프 행정부 일부 인사들이 요구한 '사과'에는 선을 그었다고 블룸버그 통신은 전했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자신에게는 조국과 국민을 위해 행동할 권리가 있다고 강조하면서 러시아의 침략으로 3년 넘게 우크라이나가 겪어 온 고통에 이해심을 보여줄 것을 협력국들에 촉구했다.
그는 또한 러시아와의 즉각적 휴전에 합의하라는 미국측 요구에 대해서도 "모두에게 실패가 될 것"이라며 거부 입장을 고수하면서, 확고한 전후 안보보장이 선행돼야 한다는 입장도 재확인했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전쟁을 끝맺지 못하고 안보보장도 없다면 누구도 휴전을 통제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이어 이 문제를 놓고 트럼프 대통령과 설전을 벌인데 대해선 "우리는 동등한 대화를 나눌 자격이 있다"고 말했다.
아울러, 미국이 우크라이나 원조를 중단할 것으로 믿지는 않는다면서도, 일어날 수 있는 모든 난관을 염두에 두고 준비를 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지난달 28일 미국 백악관에서 트럼프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하고 미국과의 광물협정에 서명할 예정이었으나, 양측 사이에 거친 설전이 벌어지면서 백악관을 쫓겨나듯 떠나야 했다. 광물협정 체결 역시 무산됐다.
당시 트럼프 대통령은 자신의 종전구상을 받아들이지 않는 젤렌스키 대통령이 미국이 제공한 원조에 감사하지 않고 무례한 태도를 보인다고 몰아붙였다. 또한 젤렌스키 대통령이 세계 3차 대전을 놓고 도박을 벌이고 있다고도 맹비난했다.

아울러 "당신이 합의하거나 (그렇지 않으면) 우리는 빠질 것이다. 우리가 빠지면 당신은 (홀로) 끝까지 싸우게 될 것"이라며 미국이 우크라이나 대한 원조를 중단할 가능성을 시사했다.
한편 트럼프 대통령의 측근들은 젤렌스키 대통령이 전쟁에 대한 입장을 바꾸지 않는다면 자리에서 물러나야 할 것이라고 말하며 압박 수위를 끌어올리는 한편 우크라이나와 체결하려 했던 광물 협정에 대해서도 선을 그었다.

마이크 왈츠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은 이날 CNN 방송 인터뷰에서 "우리는 미국과 협상할 수 있고, 결국 러시아와 협상을 해 전쟁을 끝낼 수 있는 지도자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공화당 소속인 마이크 존슨 연방 하원의장은 NBC와의 인터뷰에서 "뭔가 변화가 필요하다. 그(젤렌스키)가 정신을 차리고 감사하는 마음으로 협상 테이블로 돌아오거나, 그 일을 할 다른 누군가가 우크라이나를 이끌어야 한다"고 말했다.
스콧 베센트 재무장관은 CBS 뉴스 인터뷰에서 현재로선 우크라이나와의 광물협정을 재추진하는 방안이 논의되지 않고 있다면서 "그(젤렌스키)가 싸움을 계속하길 원한다면 무의미해질 경제협정이 무슨 소용이 있겠느냐"고 말했다.
그는 "젤렌스키 대통령이 해야만 했던 건 들어와서 이 경제협정에 서명하는 것이었고, 다시 한번 우크라이나와 미국 국민 간에 이견이 없다는 점을 보여주는 것이었다"며 "그는 그걸 날려버리는 쪽을 선택했다"고 비난했다.
hwangch@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