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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연합뉴스) 김주환 기자 = 위메이드[112040]가 2025년을 여는 첫 한국산 대형 신작으로 다중접속역할수행게임(MMORPG) '레전드 오브 이미르'를 내놨다.
'이미르'는 위메이드의 대표작 '미르' 시리즈의 무대를 무협풍 세계관에서 북유럽 신화로 옮긴 게임으로, 2023년 국내 게임쇼 지스타에서 핵심 차기작으로 소개됐다.
모두가 예상했듯, '이미르'는 게임플레이 대부분이 단순한 자동 전투에 기반을 두고 있는 전형적인 한국형 모바일 MMORPG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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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고퀄리티 그래픽 볼거리…블록체인으로 게임 경제 혁신
제작진이 공언한 '이미르'의 강점은 언리얼 엔진 5를 활용해 만들어진 화려한 볼거리다.
게임에는 딥 러닝 슈퍼샘플링(DLSS)이나 엔비디아 리플렉스, 레이트레이싱 같은 최신 그래픽 표현 기술이 탑재됐다.
PC 버전에서 큰 화면으로 플레이할 경우 북유럽 특유의 건조하면서도 산뜻한 자연환경이 눈앞에서 생생히 펼쳐진다.
물론 트리플A급 콘솔 게임에는 못 미치는 수준이지만, 모바일 기기에서도 플레이가 가능한 점을 고려하면 상당한 수준이다.
기존의 MMORPG에서 찾아보기 힘든 탐험·수집 요소를 적극적으로 도입한 점도 인상적이다.
맵에 있는 '뷰포인트'와 상호작용해 경치를 감상하고 업적을 획득하거나, 점프로 갈 수 있는 곳에 숨겨진 보물상자를 찾아 아이템을 얻는 등 자잘한 재미 요소가 곳곳에 숨어있다.
장르 특성상 그리 중요하지는 않지만, 게임 스토리와 각종 고유명사에서는 북유럽 신화에 대한 제작진의 깊은 탐구가 엿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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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메이드의 강점인 블록체인 기술력은 '이미르' 국내 버전에도 실험적으로 도입됐다.
게임 속 최상위 등급 아이템은 고유 번호와 함께 거래 내역, 생성 날짜 등 정보가 기록된 대체불가아이템(NFI)으로 만들어지고, 블록체인 기반의 데이터베이스(DB)를 통해 모든 이용자에게 투명하게 공개된다.
또 장비 생산과 거래에 필요한 화폐인 '주화'의 최대 발행량을 제한해 게임 내 아이템의 가치를 보전한다.
그동안 나온 블록체인 게임은 어떻게든 게임 아이템이나 캐릭터를 대체불가토큰(NFT)으로 만들어 가상화폐로 환전하는 시스템 마련에 골몰했는데, '이미르'는 블록체인을 도입하면서도 국내 규제에 저촉되는 환전 요소를 배제하고 투명성에 초점을 맞추는 새로운 접근 방법을 보여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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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혁신보단 안전한 길 택해…매운맛으로 돌아온 바늘구멍 BM
그렇지만 '이미르'가 보여준 차별성은 딱 앞서 언급한 내용 정도에서 머문다.
'이미르'는 리니지라이크(리니지류) MMORPG에 고액을 투자하는 게이머들의 입맛에 하나부터 열까지 철저히 맞춘 게임이다.
자동 전투, 뽑기형 확률 아이템, 아이템 컬렉션, 유료 화폐 거래소, 필드 PvP 등 리니지류 MMORPG에서 기대할 수 있는 모든 요소는 '이미르'에서 찾아볼 수 있다.
제작진은 '이미르' 쇼케이스에서 게임에 후판정 요소를 도입했다면서 '수동 조작'의 재미를 강조했지만, 이는 전형적인 마케팅 문구다.
캐릭터의 회피·이동용 스킬은 재사용 대기시간(쿨타임)이 수십 초나 되지만 적의 공격 속도는 빠르고 회피 불가한 공격을 날리기에 후판정 도입은 사실상 의미가 없는 수준이다.
레벨 20 언저리에 도달하면 갑자기 보스의 난도가 수직으로 상승하는 '절벽 구간'에 다다르는데, 게임에 전혀 결제하지 않았다면 자동 전투로는 정면돌파하기 어려워 수동 전투를 택하게 된다.
하지만 그 수동 전투마저 굉장히 깊이가 얕기에 정교한 컨트롤로 극복하는 것이 아닌, 체력을 눈곱만큼 채워주는 물약에 의존해 보스 주위를 빙빙 돌다가 스킬 쿨타임이 차면 다시 공격하는 지루한 과정의 반복일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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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늘구멍 수준의 확률형 아이템 기반 BM(수익모델)도 여전하다.
'이미르'의 확률형 강화 요소는 크게 '발키리'와 '디시르' 뽑기로 나뉘는데 사실상 꽝에 해당하는 일반·고급 등급이 나올 확률은 98.5%에 육박한다.
바로 위의 희귀 등급은 1.3%에 불과하고 영웅 등급은 0.16%, 전설 등급은 0.01% 수준 극악의 확률이다.
전설 등급의 경우 1천200회 뽑기를 하면 확정적으로 하나를 얻을 수 있는 '천장' 시스템이 도입돼 있는데, 천장을 한 번 치려면 약 400만원이 든다.
전설 등급 위의 신화 등급은 그 0.01% 확률을 뚫고 나온 중복 전설 발키리·디시르를 4개 모아 '합성'해야 일정 확률로 얻을 수 있다.
물론 '이미르' 같은 게임의 핵심 소비층은 애초에 비디오 게임에 새로운 경험이나 혁신을 기대하지 않는 이들이기에 이런 단점이 큰 문제는 되지 않을 것이다.
또 오픈 초기가 지난 후 본격적으로 이용자 간 서열과 대립 구도가 형성되고 나면 나름의 재미 요소도 생겨날 것으로 보인다.
강한 BM(수익모델) 위에 그래픽과 블록체인 기술을 차별점으로 가져간 '이미르'는 올해를 기점으로 본격 반등을 꾀하는 위메이드의 수익성 향상에 기여할 전망이다.
jujuk@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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