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군 박격포 사정권 밖으로 군함 이동…반군과 기지 안전 문제 교섭
(서울=연합뉴스) 고일환 기자 = 러시아가 막대한 전략적 가치를 지닌 시리아 내 해군과 공군 기지 지키기에 나섰다.
10일(현지시간)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러시아는 시리아 서부 해안 도시 타르투스에 설치한 해군기지의 군함을 해상으로 이동시켰다.
유럽우주청(ESA) 등의 위성사진 분석 결과 이전까지 기지에 정박 중이었던 호위함과 잠수함 등이 현재 해안에서 8~10km 떨어진 위치에서 대기 중인 것으로 확인됐다.
이는 바샤르 알아사드 정권을 무너뜨린 시리아 반군의 공격 가능성에 대비한 결정으로 해석된다.
군함을 철수시킨 것이 아니라 박격포 사거리 밖으로만 이동시켰다는 것이다.
구(舊)소련 시절인 1971년에 설치된 이 해군기지는 러시아가 지중해에 진출할 수 있는 유일한 통로다.
만약 러시아가 시리아 기지에서 군함을 철수한다면 발트해의 칼리닌그라드가 가장 가까운 러시아 해군기지가 된다.
흑해와 지중해를 잇는 유일한 통로인 보스포루스 해협을 통한 철수는 튀르키예가 차단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이와 함께 러시아가 지난 2015년 시리아 북서부 흐메이밈에 설치한 공군기지에서도 철수 움직임이 없는 것으로 보인다.
위성사진 분석 결과 화물 항공기의 왕래가 확인됐지만, 급박한 철수 조짐은 아니라는 분석이다.
흐메이밈 기지는 러시아 입장에서 아프리카 지역과 관련한 핵심 자산으로 평가된다.
러시아의 주력 수송기인 전략 수송기 일류신(Il)-76은 비행 범위가 4천200km 수준이기 때문에 흐메이밈 기지를 사용해야 아프리카에 대한 접근이 훨씬 수월해진다는 것이다.
러시아 국영 TV 진행자인 안드레이 메드베데프는 최근 자신의 텔레그램 계정을 통해 "시리아 기지를 잃으면 아프리카도 잃게 된다"며 "중앙아프리카공화국이나 말리로 화물을 운송하는 사실상 불가능해질 것"이라고 우려했다.
한편 러시아는 시리아 기지를 유지하기 위해 알아사드 정권이 붕괴 후 정권을 잡은 반군과 교섭에 나선 것으로 알려졌다.
드미트리 페스코프 크렘린궁 대변인은 "군사기지의 안전을 확보하기 위해 관련 당사자와 연락 통로를 설치하는 등의 필요한 절차를 밟아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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