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죽음에 관하여'·'원칙 없는 삶'
(서울=연합뉴스) 송광호 기자 = 미셸 에켐 세뇨르 드 몽테뉴(1533~1592)는 영주 가문에서 태어나 어린 시절부터 엘리트 코스를 거쳤다. 혹독한 교육 덕택에 그는 모국어 프랑스어보다 라틴어를 더 편하게 여겼다.
긴 공부 끝에 고등법원 법관이 됐지만 삶이 마냥 행복하진 않았다. 젊은 시절 영혼의 단짝이었던 친구 보에시가 페스트에 걸려 죽었고, 그로부터 5년 뒤에는 아버지가, 그 이듬해에는 동생이 죽었다. 불행은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그는 여섯 명의 자녀 중 다섯을 연이어 잃었다. 몽테뉴 자신도 낙마 사고로 죽을 뻔했다.
생의 덧없음을 깨달은 그는 법관을 그만두고 아버지에게 물려받은 성으로 돌아갔다. 그리고 둥근 성탑 건물에 서재를 만들어 그 안에 틀어박혔다. 그리고 걸작 에세이 '에쎄'를 써 내려갔다.
최근 출간된 '좋은 죽음에 관하여'는 '에쎄' 중 죽음에 관한 핵심적인 사상을 엄선해 뽑은 일종의 선집이다. 몽테뉴는 책에서 죽음을 말하지만 아이러니하게도 그것은 삶과 긴밀히 연결돼 있다. 그는 "우리는 끊임없이 죽음을 향해 나아가고 있다. 하지만 그 과정에서 삶을 발견한다"고 말한다.
저자는 '좋은 죽음'이란 단순히 죽음을 맞이하는 순간의 평온함만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 삶 전체를 관통하는 태도와 연결된다고 주장한다. 즉 그에게 '좋은 죽음'이란 삶의 마지막 순간까지 주체성을 잃지 않고, 자신에게 주어진 삶을 충실하게 살아낸 후 자연스럽게 맞이하는 죽음을 말한다.
"가장 고귀한 죽음은 자신의 침대에서 죽는 것이 아니라 삶의 전투에서 죽는 것이다."
아울러 몽테뉴는 죽음을 두려워하거나 회피하는 대신, 삶의 일부로 받아들이고 끊임없이 성찰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몽테뉴가 죽음과 삶의 관계에 대해 천착했다면, 미국의 현인이자 '월든'의 저자 헨리 데이비드 소로(1817~1862)는 삶의 구체성에 더 관심을 가졌다. 최근 출간된 '원칙 없는 삶'은 자유, 이기심, 우정 등 세속에서 느낄 수 있는 구체적인 것들을 다룬 에세이다.
특히 우정에 관한 대목이 눈길을 끈다. 저자는 우정의 유일한 위험은 우정이 언젠가는 끝날 수 있다는 것이라고 말한다. 소로는 우정이 "민감한 식물"이라고 설명하면서 "자신도 모르는 아주 사소한 결점에도 상처를 입을 수 있다"고 부연한다. 그는 우정에 금이 가지 않도록 솔직하게 행동하라고 조언한다.
"친구에게서 발견되는 결점이 눈에 잘 띄는 이유는 내게도 그러한 결점이 있기 때문임을 친구에게 알려줘라."
'좋은 죽음에 관하여'와 '원칙 없는 삶'은 아르테 출판사의 '에쎄' 시리즈로 나왔다. '에쎄'는 '시험하다', '경험하다' 등을 뜻하는 '에세이예'(Essayer)에서 유래한 단어로, 스스로에 대한 성찰을 통해 삶을 재정립하도록 유도하는 것을 목적으로 한 산문 시리즈다.
아르테 출판사는 3권 '행복해서 웃는 것이 아니라 웃어서 행복해진다'와 4권 '현명한 자는 많은 말을 하지 않는다'도 조만간 선보일 예정이다.
▲ 좋은 죽음에 관하여 = 몽테뉴 지음. 박효은 옮김.
▲ 원칙 없는 삶 = 헨리 데이비드 소로 지음. 박혜윤 옮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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