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 떠나려다 발 묶인 여행객들…곳곳서 불만에 한숨·분통
"갑작스러운 폭설도 아닌데 준비 안 했나", "차라리 결항됐으면"
"갑작스러운 폭설도 아닌데 준비 안 했나", "차라리 결항됐으면"
(영종도=연합뉴스) 최윤선 기자 = "오후 3시 30분 인천공항에 착륙했는데 오후 7시까지 비행기 안에서 대기해야 했습니다. 이번 폭설은 일주일 전부터 예보됐고 공항 측이 충분히 대비할 수 있었다고 봅니다."
27일 수도권을 중심으로 폭설이 내린 가운데 인천국제공항에서 출발하는 항공기 수십편이 결항하거나 지연돼 승객들이 큰 불편을 겪었다.
인천국제공항공사에 따르면 오후 5시 기준으로 이날 예정된 항공편 1천219편 가운데 71편이 기상 악화로 취소됐다. 국내선 4편, 국제선 67편이다. 지연된 항공편은 총 109편으로 집계됐다.
대학생 김모(25)씨가 예약한 일본 오사카행 이스타젯 ZE613편은 당초 오후 3시 5분 이륙해야 했으나 출발 시간이 오후 9시 30분으로 바뀌었다.
김씨는 "항공사에서 별다른 설명도, 보상도 없이 무작정 기다리라고 하는 건 무책임한 것 같다"며 "즐거워야 할 여행이 초반부터 틀어져서 짜증 난다"고 말했다.
중국인 유학생 리통(22)씨도 항공사 측의 대응에 분통을 터뜨렸다.
그는 "낮 12시 55분 비행기였는데 눈 때문에 리무진 버스가 밀리며 오전 11시 50분에야 공항에 도착했다"며 "직원들에게 제발 들여보내달라고 애원했으나 안 된다고 해 결국 티켓을 새로 구매했는데, 놓친 비행기가 지연돼 아직 인천에서 출발도 안 했다"고 말했다.
리씨는 24만원을 내고 새 항공권을 구매했다고 한다.
정상적으로 수속을 밟고 비행기에 탄 승객들도 비행기 안에서 장시간 대기해야 했다.
베트남 다낭행 베트남에어라인 VN431편에 탑승한 한 승객은 연합뉴스에 "오전 10시 10분 비행기였는데 9시간 넘게 비행기가 안 뜰뿐더러 밖으로 나가지도 못하게 한다"며 "차라리 결항됐으면 하는 마음"이라고 전했다.
중국 선전으로 가는 아시아나 OZ0371편을 예약한 다른 승객은 "3시간 넘게 '항공기 날개의 눈과 얼음을 제거한 뒤 출발 예정'이라는 안내방송이 나왔다"며 불만을 터뜨렸다. 이 항공편은 출발 예정 시간인 오전 9시 55분보다 3시간여 늦은 오후 1시에야 이륙했다.
인천공항에 착륙한 승객들이 비행기를 벗어나지 못하는 상황도 빚어졌다.
싱가포르발 싱가포르항공 SQ600편을 타고 한국에 입국한 시민 노모 씨는 착륙하고 3시간 30분 넘게 비행기 안에서 대기해야 했다며 "싱가포르 항공 측은 기내 방송을 통해 여러 차례 사과하며 인천공항 관제탑에 대응 방안을 문의하고 답변을 요청했으나 3시간 넘게 답변을 받지 못했다고 전했다"고 설명했다.
노씨는 "인천공항 측이 충분히 대비할 수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안일하게 대응했다"며 그로 인해 많은 승객이 피해를 봤다고 말했다.
엑스(X·옛 트위터)와 온라인 커뮤니티에도 항공편 결항이나 지연에 불만을 토로하는 글이 빗발치고 있다.
한 누리꾼은 "세 차례 지연됐다고 안내하더니 결국 결항돼서 짐 챙겨서 다시 집에 가고 있다"고 적었다.
다른 누리꾼들은 "아무 설명도 없이 지연됐다고 하더니 계속 기다리라고만 한다", "비행기 지연 탓에 연쇄적으로 발생할 문제로 머리가 지끈거린다"고 했다.
28일까지 눈이 이어질 것으로 예상되면서 항공기 결항이나 지연 사태가 더 늘어날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ysc@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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