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달새 킨텍스 게임 행사 테러 예고만 4회째
(서울=연합뉴스) 김주환 기자 = 연말을 맞아 오프라인 행사로 바쁜 국내 게임업계가 급증하는 허위 테러 예고 게시물 때문에 골머리를 앓고 있다.
27일 게임 업계에 따르면 오프라인 게임 행사가 자주 열리는 경기 고양시 킨텍스(KINTEX) 전시장을 겨냥한 온라인상의 테러 예고 게시물은 최근 한 달 새 4건이나 됐다.
지난달 31일 열린 중국 게임사 호요버스의 게임 이용자 행사 '웰컴 호요랜드' 첫날 한 10대 남성이 '킨텍스 행사장 대기 인원 가방에 폭탄이 숨겨져 있다'는 내용의 게시글을 올린 것이 시작이었다.
이 남성은 부모와 함께 경찰서를 찾아와 "대기 줄이 너무 길어 화가 나 허위 글을 올렸다"는 취지로 자수했다.
마지막 날인 이달 3일에도 온라인 커뮤니티 '디시인사이드'에 비슷한 폭파 협박 게시물이 올라와 경찰이 수사에 나섰다.
다행히 폭발물은 발견되지 않았지만, 경찰과 군·소방당국 등이 출동해 현장을 수색하느라 관람객들이 현장에서 대피하는 소동이 벌어졌다.
그로부터 사흘 뒤인 지난 6일에는 애니메이션·게임 행사인 '코믹월드' 행사 수요를 조사하는 트위터 게시물에 '사제총기' 사용과 '칼부림'을 예고하는 댓글이 달려 경찰이 수사에 나섰다.
지난 22일에는 넥슨이 인기 게임 '던전앤파이터' 이용자를 대상으로 개최한 '2024 던파 페스티벌'에 폭탄 테러 예고 게시물이 올라와 관객들이 대피하는 소동이 일어났다.
당초 오후 7시 시작 예정이었던 행사는 경찰과 군 당국이 현장을 수색하느라 10시로 미뤄졌고, 이용자들은 큰 불편을 겪어야 했다.
갑작스러운 소식에 '던전앤파이터' 개발사 네오플의 윤명진 대표도 늦은 밤 현장을 방문해 "절대로 그냥 넘어가지 않고, 할 수 있는 일을 제대로 진행하겠다"며 엄정 대응을 시사했다.
넥슨은 이달 말 경기 광명시에서 '마비노기' 오프라인 행사, 다음 달 초에는 킨텍스에서 '메이플스토리' 행사까지 앞두고 있다.
온라인 커뮤니티에서는 이들 행사에서도 또다시 비슷한 사태가 발생하는 것 아니냐는 불안감 섞인 반응도 나오고 있다.
넥슨 관계자는 "수사 진행 상황을 면밀히 지켜보고 있다"며 "폭파 협박 게시물을 올린 인물이 특정될 경우 손해배상청구 소송을 진행하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넥슨은 폭파 협박 게시물을 올린 인물이 특정될 경우 민사소송을 진행하는 방안도 검토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특정 게임이나 유저층에 불만을 품은 이용자가 허위로 올린 글에 게임 업계도 경찰·소방당국도 연이어 큰 피해를 보고 있지만, 근본적인 해결책은 마땅찮은 상황이다.
형사 처벌도 중요하지만, 피해에 따른 민사적인 대응까지 더한 '일벌백계'가 필요하다는 반응도 나온다.
게임이용자협회장을 맡고 있는 이철우 변호사는 "행사 지연으로 발생한 피해에 대해서는 게임사뿐 아니라 대행사나 전시장 운영사도 위자료나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있다"며 "온라인 커뮤니티의 표현 자체를 규제하기는 어렵지만, 테러 협박에 대해서는 적극적인 대응을 통해 사회적 경각심을 높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jujuk@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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