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 표면 지형 이름의 2%만 여성 이름…우주 명명 관행 편향적"
연합뉴스
입력 2023-11-20 19:41:18 수정 2023-11-20 19:41:18
영국 학자, 천문학회에 공개서한…"여성과 소외집단에 불이익"


다누리 발사 1주년…달 관측자료 추가 공개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한국항공우주연구원이 지난 8월 7일 다누리 1주년을 기념해 공개한 '달 크레이터' 촬영 사진. 다누리 고해상도 카메라로 촬영한 훔볼트 크레이터의 일부 확대한 모습이다. [연합뉴스 자료사진(과학기술정보통신부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연합뉴스) 김연숙 기자 = 행성 표면의 크레이터(충돌구), 산, 협곡, 사막, 화산과 같은 지형의 이름이 대부분 남성의 이름을 따 지어진 것으로 조사됐다. 여성 이름은 극소수에 그쳐 성 편향적이라는 지적이 제기됐다.

20일(현지시간) 인디펜던트 등 영국 언론에 따르면 애니 레녹스 영국 개방대학 박사 연구원은 천문학 저널에 공개서한을 보내 행성 표면 지형에 남성 편향적인 이름을 붙이는 문화는 본질적으로 여성과 소외 집단에 불이익을 준다고 주장했다.

레녹스 연구원은 국제천문연맹(IAU) 데이터베이스를 분석한 결과 이름 붙여진 달 크레이터 1천578개 중 32개(2%)만 여성의 이름을 가진 것으로 나타났다고 말했다.

또 화성 크레이터 280개 중 겨우 5개(1.87%)만 여성의 이름을 따 지은 것으로 조사됐다.

수성 크레이터는 달이나 화성보다는 사정 나았지만, 여성의 이름을 딴 크레이터는 전체 415개 중 49개(11.8%)에 그쳤다.

레녹스 연구원은 IAU에 '시스젠더(생물학적 성과 성 정체성이 일치하는 사람) 남성 편향적인' 정책을 바꿔야 한다고 촉구했다.

그는 이탈리아 천문학자 조반니 바티스타 리치올리가 1635년 자신이 발견한 달 크레이터에 유명한 과학자들의 이름을 붙이기 시작했고, 이런 전통은 오늘날에도 IAU에 의해 유지되고 있다고 그는 설명했다.

현재 IAU 내 실무그룹이나 태스크포스가 정해진 가이드라인에 따라 특정 지형의 이름을 제안 또는 승인한다. 주로 역사적 인물이나 신화 또는 문화적 주제를 기리는 식이다.

다누리 발사 1주년 기념 달 관측자료(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한국항공우주연구원이 지난 8월 7일 다누리 1주년을 기념해 공개한 '달 크레이터' 촬영 사진. 다누리 고해상도 카메라로 촬영한 아문센 분화구의 영구음영지역 확대한 모습이다. [연합뉴스 자료사진(과학기술정보통신부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photo@yna.co.kr

레녹스 연구원은 IAU의 지침이 결과적으로 과학계의 다양성과 포괄성에 영향을 미친다고 말했다.

그는 "안타깝게도, 현재의 관행은 역사적 불의를 구체화하고 명명법 내 다양성 부족에 기여하고 있다"며 "이는 오늘날 과학 시스템에서 어떻게 여성과 소외집단을 체계적으로 과소 대표, 과소 평가하는지를 보여주는 사례"라고 말했다.

금성의 경우 모든 크레이터의 이름이 여성에게서 왔지만, 레녹스 연구원은 그중 38%만 사회에 실질적으로 기여한 실제 여성의 이름을 땄고 나머지는 대부분 무의미하고 자의적인 이름이나 신화 속 여신의 이름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인지도를 강조하고 본질적으로 공로보다는 명성을 우선시하는, 유명인사로서 지위에 가중치를 두는 일이 분야를 막론하고 여성과 소외 집단에 불이익을 준다는 게 이 주장의 핵심"이라고 강조했다.

nomad@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댓글 0
인기순
최신순
불 타는 댓글 🔥

namu.news

ContáctenosOperado por umanle S.R.L.

REGLAS Y CONDICIONES DE USO Y POLÍTICA DE PRIVACIDAD

Hecho con <3 en Asunción, República del Paragua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