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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장님 전문 배우' 박근형의 변신…연극 '세일즈맨의 죽음'

연합뉴스입력
노쇠한 세일즈맨 윌리 연기…내달 7일까지 국립극장서 공연
[쇼앤텔플레이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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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연합뉴스) 최주성 기자 = "단물만 먹고 버리실 겁니까? 사람이 무슨 과일나무입니까?"

'회장님 전문 배우' 박근형이 30년을 헌신한 회사에서 밀려나는 노쇠한 세일즈맨으로 변신했다. 7년 만에 오른 연극 무대였지만 박근형은 흡인력 있는 목소리로 3시간 넘게 스토리를 이끌었다.

21일 서울 중구 국립극장 달오름극장에서 개막한 연극 '세일즈맨의 죽음'은 박근형을 위한 무대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1963년 KBS 공채 탤런트로 데뷔한 박근형은 올해 연기 인생 60주년을 맞이했다. 중앙대학교 연극영화과를 졸업하고 국립극단 단원으로 활동했지만 주된 활동 무대는 영화와 TV 드라마였다.

'세일즈맨의 죽음'은 재벌가 회장, 정치인 등 무게감 있는 배역을 주로 맡으며 '회장님 전문 배우'라는 별명을 얻은 박근형이 변신을 시도한 또 하나의 도전작이다.

그는 SBS 드라마 '모래시계(1995)'부터 영화 '삼진그룹 영어토익반(2020)'까지 다수의 작품에 회장으로 출연해 강렬한 인상을 남긴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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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일즈맨의 죽음'은 박근형의 연기 인생 60주년을 기념하는 작품이기도 하다. 2016년 '아버지' 이후 7년 만에 연극 무대에 올랐다는 점에서 각별하다.

이 작품은 미국 대공황기를 배경 삼아 직장을 잃은 세일즈맨 윌리의 비극적인 말년을 그린다. 윌리는 자신의 기대대로 성장하지 못하고 방황하는 큰아들 비프와도 갈등하며 점차 기력을 잃어간다.

'세일즈맨의 죽음'은 극작가 아서 밀러의 작품을 원작으로 1949년 브로드웨이에서 초연한 뒤 퓰리처상, 토니상, 뉴욕 연극비평가상을 모두 받으며 작품성을 인정받았다.

극에서 윌리는 수시로 행복했던 과거를 떠올리며 현실에서 도피하는 인물로 그려진다. 뛰어난 세일즈맨으로 일하며 화목했던 가정을 꾸렸던 그는 직업을 잃고 가족과도 갈등하기 시작하면서 현실을 부정하기에 이른다.

박근형은 비프와의 갈등이 심화하면서 점차 상상과 현실을 구분하지 못하게 되는 윌리의 모습을 실감 나게 연기한다.

아들에게 존경과 사랑을 받던 아버지의 모습과 현실에서 아들에게 모진 말을 내뱉는 모습이 선명하게 대비된다.

갈등이 극에 달하는 2막에서는 다른 배우들과 훌륭한 합을 선보이며 관객이 느끼는 슬픔을 극한까지 몰고 간다.

극 중 박근형은 결국 자신에 대한 기대를 버려달라고 울부짖는 비프를 바라보며 "이제야 아들의 진심을 알게 됐다"고 기뻐한다.

비프를 연기한 성태준과 이형훈이 쏟아내는 에너지는 아버지의 깊은 외로움을 표현한 박근형의 섬세한 감정연기와 맞물려 안타까움을 자아낸다.

화목했던 부자가 서로를 원망하고 저주하는 비극에서 박근형은 관객들에게 쉽게 잊을 수 없는 먹먹함을 안긴다.

연극은 다음 달 7일까지 국립극장 달오름극장에서 만날 수 있다.

cjs@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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