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문화재청, 광화문 월대 발굴 현장 사흘간 시민 공개
"일제, 철로 깔아 경복궁 상징이던 월대 훼손"
"일제, 철로 깔아 경복궁 상징이던 월대 훼손"

(서울=연합뉴스) 고은지 기자 = 일제가 광화문 월대와 삼군부·의정부 등 조선 시대 주요 시설물을 훼손하고 그 위에 깐 철로가 57년 만에 모습을 드러냈다.
서울시와 문화재청은 16일 광화문 월대와 주변부 발굴 조사 현장을 시민에게 공개했다. 월대는 궁궐 등 주요 건물 앞에 설치하는 넓은 기단 형식의 대(臺)로, 궁중의 큰 행사에서 사람이 모이는 장소로 쓰였다.
시와 문화재청은 2020년 10월 26일부터 지금은 사라진 월대와 주변부 발굴 조사를 시작했다. 조사 면적은 광화문 월대 영역 1천620㎡와 주변부 영역 1만4천600㎡다.

조선 후기 광화문 앞 월대를 중심으로 서편에는 삼군부, 동편에는 의정부가 있었다.
이번에 공개된 현장에서는 월대터와 그 중앙부에서 뻗어나가는 임금이 지나가는 길인 '어도'(御道)의 구조를 확인할 수 있었다.
또 서쪽으로는 삼군부의 행랑터(내행랑·외행랑), 동쪽으로는 의정부의 외행랑터로 추정되는 건물지가 보였다. 그동안 사료로만 추정한 건물의 위치가 이번 발굴 조사로 처음 확인됐다.

가장 관심을 끈 건 1917년 일제강점기 설치된 전차 철로였다.
광화문 월대의 동·서편에서 'Y'자형으로 만나 세종로 방향으로 연결되는 철로가 대중 앞에 선명하게 모습을 드러냈다. 철로는 월대와 어도가 있던 자리를 무참히 밟고 지나갔다.
전차 철로 아래 70㎝ 깊이에서 광화문 서편 삼군부와 동편 의정부의 외행랑터로 추정되는 건물지가 발굴된 점은 당시 일제는 월대와 함께 주변의 주요 시설물을 훼손하고 그 위에 철로를 설치했다는 것을 방증한다.
이 철로는 1966년 세종로 지하도가 생기면서 매몰됐다.
국립서울문화재연구소 양숙자 연구관은 "일제는 조선총독부 건물을 만들고 중심부에 살았던 일본인을 수송하기 위해 이곳에 철로를 신설했다"며 "이곳에 육조거리와 총독부가 위치한 만큼 일제가 조선을 근대화했다고 홍보하기 좋은 장소였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또 "철로는 경복궁의 상징적인 존재인 월대와 삼군부, 의정부 일부를 훼손했다"며 "이번에 월대를 발굴·복원하는 작업은 일제에 의해 훼손된 민족의 정기를 살린다는 의미도 있다"고 덧붙였다.
시민들은 월대를 깔아뭉갠 채 고스란히 남은 철로를 보고 착잡한 심경을 드러냈다.
서울 강서구에서 온 정은희(41) 씨는 "일제가 놨다는 전차 철로가 보고 싶어서 참가를 신청했다"며 "가슴 아픈 일이지만 이런 역사도 기억해야 하는 만큼 보존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등굣길에 공사 중인 것을 보고 궁금해서 신청했다는 조성연(27) 씨는 "일제가 우리나라를 지배하려고 일부러 문화재를 훼손했을 것으로 본다"고 안타까워했다.
철로는 추후 적합한 장소로 이전하는 방안 등을 검토 중이다.
문화재청 관계자는 "아직 구체적인 건 정해진 건 없다"며 "올해 10월께 복원 작업을 마무리하기 전까지 계획을 수립해 발표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월대 발굴조사 현장 공개는 이달 18일까지 사흘간 이뤄진다. 서울시 공공서비스예약(https://yeyak.seoul.go.kr)을 통해 사전 신청을 받고, 현장 설명회는 하루 3회씩 회당 30명 규모로 운영한다.

eun@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