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울=연합뉴스) 나확진 기자 = "BTS(방탄소년단)의 입대 결정은 정말 잘한 결정이라고 생각합니다. 이번 결정이 BTS의 성장과 발전에 도움이 될 것입니다."
20일 서울 서초구 국립중앙도서관에서 개막한 제9회 한류국제학술대회를 위해 한국을 방문 중인 샘 리처드 미국 펜실베이니아 대학교수는 대회장 인근에서 연합뉴스와 가진 인터뷰에서 이같이 말했다.
사회학자인 리처드 교수는 2018년 자신의 대학강의에서 학생들에게 "방탄소년단(BTS)이 누구인지 모른다면 앞으로 세계에서 경쟁력이 없을 것"이라며 한류의 인기를 예상한 영상이 유튜브로 퍼지며 유명해진 바 있다.
그는 "만약 한국 정부가 그동안의 국가공헌이나 국위선양을 이유로 BTS에 병역 예외를 허용했다면, 결과적으로 BTS를 한류와 동일시하는 셈이 됐을 것"이라며 그것은 모든 한국적인 것을 포괄하는 한류의 정의에서 벗어나 한류의 폭을 좁히는 일이 됐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리처드 교수는 '의무의 공평한 부담'이라는 측면에서 BTS의 군입대 문제는 올림픽 메달리스트나 클래식 연주자와는 다른 사례로 봐야 한다고 주장했다.

올림픽 메달리스트 등은 이미 오랫동안 군 면제가 이뤄진 반면, BTS의 경우 이들을 위해 새로운 예외를 허용해야 하는 상황으로 차이가 있다는 것이다.
그는 "한국은 도덕관념 측면에서 공동체 지향성이 큰 나라"라고 분석했다. BTS의 이번 입대 결정 역시 공동체 지향적 도덕관을 따른 결과로 봤다.
개인에게 최고의 이익을 주는 결정을 택하기보다 다른 사람을 배려하는 결정을 택하는 것이 한국이 지향하는 도덕관이며, 이러한 도덕관이 위기 상황에서 강점으로 작용한다고도 했다.
예를 들어 신종코로나바이러스(코로나19)가 창궐하는 시기에도 개인주의적 도덕관 지향성이 큰 미국의 경우 사람들이 자신의 편리를 좇아 마스크를 착용하지 않았지만, 한국에서는 다른 이를 배려하는 마음에서 대부분 마스크를 착용했다는 것이다.
리처드 교수는 한류 콘텐츠가 전 세계적인 인기를 끈 원인의 하나로 성적이거나 폭력적인 부분에서 노골성을 추구하기보다 함축성을 좇은 것을 들었다.
성이나 폭력 묘사에서 불필요하게 사실적이고 노골적인 할리우드와 달리 함축적으로 접근한 것이 이슬람권을 포함해 세계인의 보편성에 부합했고 어느새 그것이 대세가 됐다는 해석이다.
하지만 그는 "지나친 자기복제는 한류의 영속성을 해칠 것"이라고 경고했다.
그는 "온라인 스트리밍 사이트 넷플릭스에 거의 하나 걸러 하나꼴로 한국 드라마가 걸리고 있지만, 내용이나 등장인물이 모두 '거기서 거기'인 상황이 벌어지고 있다"며 "대기업 등 이른바 중심부에서 재생산되는 콘텐츠 외에 문화 산업의 변방에서 독창적인 콘텐츠가 계속 만들어지고 그것이 중심부로 확산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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