웰컴트러스트 등 "G7 국가들 석달간 물량 20% 나눌 수 있어"
(런던=연합뉴스) 최윤정 특파원 = 네팔이 영국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백신 긴급지원을 호소하며 구르카 용병들을 내세웠다.
K.P. 샤르마 올리 네팔 총리는 4일(현지시간) BBC 인터뷰에서 양국의 역사적 관계와 구르카 용병들의 희생을 감안하면 네팔에 백신 지원은 영국의 의무라고 말했다.
그는 "구르카 용병들이 목숨을 걸고 오랜 세월 영국을 위해 봉사했다"며 "영국에서 복무하는 이들의 가족이 네팔에 있으니 이는 매우 깊은 관계다"라고 말했다.
네팔 구르카족 전사들은 '세계 최강의 용병'으로 꼽힌다. 영국은 영국-네팔 전쟁에서 활약한 이들의 용맹성을 높이 평가해 아예 별도 부대를 만들었다. 이후 이들은 제1, 2차 세계대전에서 활약했을 뿐 아니라 이라크, 아프가니스탄 등에서도 영국군의 이름으로 특수 임무를 수행했다. 또 싱가포르 경찰에서 근무하며 북미 정상회담에서 경호를 맡기도 했다.
인도와 이웃한 네팔은 코로나19 환자가 급증하면서 병상과 산소 부족에 시달리고 있다.
2월 초에는 하루 확진자가 100명 선이었지만 5월 초에는 9천명으로 뛰었다.
영국은 네팔에 산소호흡기와 보호장구 등을 지원했지만 올리 총리는 백신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현재 3천만명 인구 중 2차 접종까지 완료한 비율이 3%가 안된다.
올리 총리는 코로나19 사태 초기에 구아바 잎 등으로 가글해서 바이러스를 씻어내면 된다고 말하는 등 상황을 가볍게 대했다가 비난을 받았다.
한편, 영국의 보건의료 지원재단인 웰컴 트러스트와 영국 유니세프 대표들은 존슨 총리에게 보낸 공개 서한에서 영국이 "역사적 지도력"을 보이면서 다른 나라와 백신을 공유할 때라고 말했다고 BBC가 보도했다.
이들은 다른 나라 사람들이 백신을 맞지 않으면 영국에서 힘들게 얻은 자유는 금세 사라질 것이라고 말했다.
이들은 다음 주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에서 결정이 "21세기를 규정할 것"이라면서 이 위기가 종결되도록 도전에 맞서라고 말했다.
현재 영국은 다른 나라에 기부할 물량은 없다는 입장이지만 유니세프는 영국 등 G7 국가들이 앞으로 3개월간 국내 수급에 차질 없이 확보 물량의 20%를 나눌 수 있다고 말했다.
인도에서 백신 수출이 중단된 이후 아프리카 18개국에선 물량이 아예 바닥난 상태다.
이런 가운데 미국, 캐나다 등은 청소년 등 위험이 낮은 집단에까지 백신 접종을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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