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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진상규명위원장 "투표지 부족, 헌정사 흑역사…선관위 감사 법제화"

연합뉴스입력
"선관위원장·상임위원, '우리는 몰랐다' 이러면 안 돼…해체 수준 개혁 필요" 조현욱, 일각 부정선거론엔 " 정당한 사실조차 왜곡하는 심리적 내전 상태"
조현욱 진상규명위원장 인터뷰 (서울=연합뉴스) 박동주 기자 = '투표용지 부족 사태 진상규명위원회'의 조현욱 진상규명위원장이 19일 서울 서초구 법률센터에서 연합뉴스 취재진과 인터뷰하고 있다. 2026.6.21 pdj6635@yna.co.kr
조현욱 진상규명위원장 인터뷰 (서울=연합뉴스) 박동주 기자 = '투표용지 부족 사태 진상규명위원회'의 조현욱 진상규명위원장이 19일 서울 서초구 법률센터에서 연합뉴스 취재진과 인터뷰하고 있다. 2026.6.21 pdj6635@yna.co.kr

(서울=연합뉴스) 박재하 오규진 기자 = 조현욱 중앙선거관리위 진상규명위원장은 6·3 지방선거 투표용지 부족 사태에 대해 "헌정사에 흑역사로 남을 사건"이라고 비판했다.

조 위원장은 지난 19일 진상규명위 활동 결과를 브리핑한 뒤 진행한 연합뉴스와의 인터뷰에서 "선관위원장은 국가 5부 요인 중 한 명이고 상임위원은 장관급이다. 이런 분들이 '우리는 몰랐다' 이렇게 해서는 안 되지 않나"면서 이같이 말했다.

그는 "사태가 예상보다 훨씬 심각했다"면서 "선관위가 외부 감시의 영역 밖에 있기 때문에 문제가 발생했다. 감사원의 직무감찰 범위에 선관위가 포함돼야 한다"고 조언했다.

또 이번 사태를 계기로 재점화된 부정 선거론에 대해서는 "사회적 불신이 너무 커서 정당한 사실조차 왜곡하는 심리적 내전 상태에 빠진 것 같다"고 진단하며 바통을 넘겨받은 국회를 향해 "이번 일을 정쟁의 도구로 삼지 말고 사회가 한 걸음 나아가는 계기로 만들어달라"고 당부했다.

한국여성변호사회 회장을 지낸 조 위원장은 선관위가 자체적으로 구성해 독립적으로 운영된 진상규명위를 이끌었다. 지난 19일까지 10일간의 위원회 활동을 이끈 그는 대한변호사협회(변협)의 추천으로 임명됐다.

다음은 조 위원장과의 일문일답.

-- 10일이라는 조사 기간 가장 주목했던 부분은 무엇이었나.

▲ 가장 먼저 팩트체크에 주력했다. 송파구 선관위 단체 채팅방 내용과 투표소에서 작성한 투표록 등 자료에서 드러난 지휘 체계 미작동과 보고 체계의 부재, 상황 인식의 안이함을 파악하는 데 집중했다. 투표소마다 어떤 특이사항이 있는지 투표록에 하나하나 줄 그어가면서 사실관계와 팩트 확인에 최선을 다했다.

-- 이번 사태를 한 마디로 규정한다면.

▲ 헌정사에 흑역사로 기록될 사건이다. 여기에는 여야가 있을 수 없고 진보·보수도 있을 수 없다. 일어나서는 안 될 일이 일어난 것이다.

-- 예상보다 문제가 심각했나.

▲ 훨씬 더 심각했다. 서울시선관위는 투표용지 부족을 인지하고도 중앙선관위에 전혀 보고하지 않았다. 결국 근처 투표소에서 투표지를 빌려오기도 하고 대기 중인 선거인에게 대기표도 나눠줬는데 최종적으로 12명이나 투표권을 행사하지 못했다. 이런 와중에 막상 투표소 현장에 선관위 직원은 없었고 지자체 공무원들이 '이게 뭐냐'고 행패 부리는 민원인들에 시달리는 등 총체적인 문제가 발생한 것이다. 다만 현장에 있던 말단 직원들에 대해서는 징계 권고를 하지 않았다. 이 사태에 책임을 져야 하는 간부들에 대해서만 수사 의뢰나 징계를 권고했다.

-- 선관위의 도덕적 해이나 방만·부실 운영도 도마 위에 올랐다.

▲ 선관위가 외부 감시의 영역에서 벗어나 있기 때문에 문제가 발생했다고 본다. 그래서 감사원의 직무감찰 범위에 선관위가 포함돼야 한다. 외부 감사관과 외부 인사로 꾸려진 감사위원회가 있기는 하지만 법제화가 안 돼 있어서 법제화를 할 필요가 있다는 의견도 냈다. 중앙선관위원장은 국가 5부 요인 중 한 명이고 상임위원은 장관급이다. 이런 분들이 '우리는 몰랐다' 이렇게 해서는 안 되지 않나.

-- 전국 단위 선거를 앞두고 휴직자가 늘어난다는 지적도 있었다.

▲ 조사해보니 올해 선관위 전체 직원 3천여명 중 약 6%가 휴직에 들어갔다. 선관위 직원 전원이 나서도 모든 투표소를 관리하기가 어려운데 이 중 180명이 빠지는 것이다. 다만 선관위의 휴직자 비율이 다른 행정기관과 비교해서 월등히 높다고 보기는 어렵다.

-- 일각에서 사전투표 제도 폐지 주장이 나오는데.

▲ 사전투표제를 폐지하면 선거 관리 과정 자체는 굉장히 편해질 수 있다. 하지만 불편하고 힘든 절차임에도 오로지 국민의 참정권 확대를 위해 시행하는 것이다. 사전투표와 본투표 간 날짜 간격을 좁히는 게 대안이 될 수는 있다. 본투표를 이틀에 걸쳐 실시하면 공휴일을 이틀이나 지정해야 해서 바람직하지 않다고 본다. 다만 제안했던 대로 대국민 공론의 장을 통해 합의점을 도출하는 것이 맞다.

-- 선관위를 해체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 선관위를 대대적으로 혁신해야 한다는 취지에서 '해체 수준의 개혁'이라고 표현한 것이다. 실제로 선관위를 해체하면 어떤 대안이 있나. 어느 기관이 선거 관리를 맡을 수 있겠나. 행정안전부 산하에 두거나 행정기관으로 두면 독립성 훼손 등의 논란이 더 커질 수 있다.

-- 이번 사태로 부정 선거론이 다시 확산하고 있다.

▲ 우리 사회의 큰 문제라고 본다. 사회적 불신이 너무 커서 정당한 사실조차 왜곡해서 무조건 불신하는 심리적 내전 상태에 있다고 느낀다.

-- 향후 국회 국정조사가 남았다. 바라는 점이 있다면.

▲ 이번 사태를 각자의 진영에 유리하게 왜곡해서 정쟁의 도구로 사용하지 말고 있는 팩트 그대로 다루기를 바란다. 진영논리에 따라 서로 헐뜯고 싸우기보다는 우리 사회가 한 걸음 더 나아가는 발전의 계기를 만들어야 한다.

-- 마지막으로 당부하고 싶은 것은.

▲ 선관위는 이번 사태에 대해 입이 10개라도 할 말이 없을 것이다. 선관위도 개혁을 요구하는 목소리를 겸허하게 받아들일 필요가 있다.

jaeha67@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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