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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명한 백자 위에 더한 이우환의 붓질…박영숙 개인전

연합뉴스입력
달항아리부터 이우환 협업작품까지…'형태가 행위를 만날 때'
박영숙 2022년 작 달항아리(서울=연합뉴스) 박의래 기자 = 20일 페이스갤러리에 전시 중인 박영숙의 달항아리. 달항아리 표면에 이우환의 붓질이 더해졌다. 2026.6.21. laecorp@yna.co.kr

(서울=연합뉴스) 박의래 기자 = 1980년대 초 인사동의 한 도자기 매장. 화가 이우환의 눈길이 매장 한쪽에 놓인 도자에 멈췄다. 그는 주인에게 도자기를 만든 사람이 누구냐고 물었다. 이 작품의 주인은 당시 취미로 흙을 빚던 주부이자 매장 주인의 아내인 박영숙이었다.

이우환은 그의 재능을 알아보고 본격적으로 도예의 길에 들어설 것을 권했고, 40여 년에 걸친 예술적 동행의 출발점이 됐다.

서울 한남동 페이스갤러리에서 열리고 있는 박영숙 개인전 '형태가 행위를 만날 때'(When Form Meets Gesture)는 그의 40여 년에 걸친 작업 세계를 아우르는 동시에 이우환과의 협업과 미학적 교류를 함께 조명한다.

박영숙 달항아리(서울=연합뉴스) 박의래 기자 = 페이스갤러리에서 열리고 있는 박영숙 개인전 '형태가 행위를 만날 때'에 전시 된 박영숙의 달항아리들. 2026.6.21. laecorp@yna.co.kr

전시는 이우환과의 협업 작품과 박영숙의 단독 작업으로 구성됐다.

박영숙의 달항아리는 조선시대 원형에 대한 깊은 연구를 바탕으로 하면서도 현대적 감각으로 확장한다.

조선시대 달항아리는 보통 높이가 45㎝ 내외지만, 박영숙의 작품은 70㎝가 넘는 대형이다.

또 기존 달항아리는 상·하부를 각각 만들어 접합한 뒤 경계를 매끈하게 다듬지만 박영숙의 달항아리는 접합부의 자국을 남겨 재료의 특성을 보여준다. 보통은 말려있는 주둥이도 펼쳐놓아 현대적 느낌을 살린다.

박영숙과 이우환의 협업 작품들(서울=연합뉴스) 박의래 기자 = 페이스갤러리에서 열리고 있는 박영숙 개인전 '형태가 행위를 만날 때'에 전시 된 박영숙의 도자 작품들. 박영숙의 도자에 이우환의 붓질이 더해졌다. 2026.6.21. laecorp@yna.co.kr

이런 박영숙의 달항아리를 비롯한 도자에 이우환의 붓질이 더해진다.

두 작가의 협업은 '만남'이라는 이우환 예술 작업의 핵심 개념을 도자라는 매체로 확장한 사례로 평가된다.

박영숙에게 도자는 흙과 불, 시간의 축적이 만들어낸 물질적 결과물이지만 이우환에게는 그 위에 남겨지는 최소한의 행위를 통해 공간과 관계를 드러내는 장이 된다.

박영숙이 빚어낸 백자의 유려한 곡면과 여백 위에 이우환의 절제된 붓질이 더해지면서 조형적 긴장과 깊이가 한층 부각된다.

페이스갤러리는 "두 거장의 미학은 서로를 압도하지 않고 비추며 작품은 새로운 존재 방식을 획득한다"며 "결국 형태가 행위를 만난다는 것은 완결과 개입, 도자와 회화, 전통과 현대가 하나의 울림으로 이어지는 순간을 의미한다"고 설명했다.

박영숙 2025년 작 '무제'(서울=연합뉴스) 박의래 기자 = 20일 페이스갤러리에 전시 중인 박영숙의 도자 작품. 표면에 이우환의 붓질이 더해졌다. 2026.6.21. laecorp@yna.co.kr

박영숙의 작품은 영국박물관과 리움미술관, 휴스턴 미술관, 필라델피아 미술관, 빅토리아 앤 알버트 미술관 등 세계 주요 기관에 소장돼 있다.

전시는 8월 14일까지.

laecorp@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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