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붙박이 선관위원이 기강잡아야"…'위원장+α' 상근직화 가능성

(서울=연합뉴스) 박수윤 최평천 기자 = 6·3 지방선거 투표용지 부족 사태의 진상을 규명할 국회 국정조사 특위가 23일 중앙선거관리위원회 기관 보고를 시작으로 본격적으로 가동되면서 선관위 개혁 방향에도 관심이 쏠리고 있다.
여야는 선관위가 사실상 감시와 견제의 사각지대에 방치돼 핵심 업무인 선거 관리에 구멍이 나는 상황이 반복되고 있다고 보고 관리 강화를 위해 위원장을 비롯한 선관위원의 상임위원 규모를 늘려야 한다는 데 21일 공감대를 형성한 모습이다.
이와 함께 감독 강화 필요성에도 이견이 없지만, 이를 위해 원포인트 개헌을 하는 문제를 두고는 근본적인 입장차가 있다.
나아가 일각에서 거론되는 사전투표제 폐지 방안 등에 대해서도 의견이 첨예하게 엇갈린다.
이와 별개로 국민의힘은 이번 사태의 원인 규명 과정에서 '여권 책임론'을 띄울 채비를 하고 있다. 이에 맞서 더불어민주당은 정치적인 공세는 단호하게 차단한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어 특위 활동 과정에서 여야 간 날 선 공방이 예상된다.

◇ 여야, 중앙선관위원장 상근화 등에는 한목소리
투표용지 부족 사태의 진상을 밝히고 제도 개선책을 강구하는 역할을 맡은 국조특위 여야 위원들은 선관위법을 개정해 현재 비상근인 중앙선거관리위원장을 상근화해야 한다는 데는 이견이 없는 모습이다.
현재 중앙선관위원장은 선관위원 중 1명을 호선으로 뽑는데 통상 대법관인 선관위원이 비상임으로 위원장을 맡았다.
이에 따라 실질적인 사무 업무는 사무총장 주도하고 선관위원장은 사후 보고를 받는데, 이로 인해 책임없는 운영이 이뤄지고 있다는 지적이 나왔다. 이번 투표용지 부족 사태의 핵심 원인으로 지목된 '투표용지 인쇄 매수 축소 지침'도 사무총장 전결로 결정된 바 있다.
나아가 여야는 위원장에 더해 다른 비상임 위원도 상근직으로 전환해야 한다고 보고 있다.
위원회에 상임위원을 늘려 위원회 책임을 강화하겠다는 취지에서다.
현재는 대통령이 9명 중 임명한 1명만 상임위원이며 위원장 포함한 나머지 8명은 비상임이다.
국조특위의 한 민주당 위원은 연합뉴스에 "위원장 상임제 전환은 선관위의 책임성을 높여주는 것"이라며 "상근화된 위원회가 내부 기강을 잡고, 운영 효율성을 높이기 위한 노력도 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국민의힘 소속 위원도 통화에서 "위원회와 사무처가 물과 기름처럼 동떨어져 위원회는 사무처 보고를 안 받으면 아무것도 모르는 허수아비 상태"라며 "상임제 전환을 포함해 다양한 방안을 논의할 것"이라고 했다.

◇ 세부 감독 시스템 방안 놓고는 이견…與 '원포인트 개헌론'에 국힘 반대
투표용지 부족 사태와 맞물려 선관위의 심각한 기강 해이 문제도 드러나면서 여야는 국조특위를 통해 선관위에 대한 외부 견제와 감시를 강화하는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보고 있다.
과거 특혜 채용 논란, 다수의 외유성 해외 출장 의혹, 전국 선거가 있을 때 휴직자 증가, 상당 비율의 수의계약 등 국민적 질타를 받는 상황이 반복되면서 자정을 기대하긴 어렵다는 게 그 이유다.
다만 구체적인 방향에 대해서는 여야 간 이견이 뚜렷하다.
우선 민주당은 감사원의 직무 감찰 대상에 선관위를 포함하기 위한 원포인트 개헌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는 입장이다.
지난해 헌법재판소가 선관위 직무감찰을 감사원의 감사 영역이 아니라고 판단했던 만큼 결국 개헌을 통해 외부 통제 근거를 마련해야 한다는 것이다.
선관위원을 9명(대통령 3명 임명·국회 3명 선출·대법원장 3명 지명)으로 구성하도록 한 내용도 개헌을 통해 수정할 수 있다.
한 민주당 특위 위원은 통화에서 "개헌으로 선관위를 개혁할 수 있는 부분이 분명히 있다"고 말했다.
앞서 이재명 대통령도 19일 선관위 개혁을 위한 원포인트 개헌 필요성을 언급한 바 있다.
그러나 국민의힘은 이에 대해 분명한 반대 입장을 밝히고 있다.
선관위 개혁 논의가 개헌으로 넘어가면 모든 이슈가 개헌으로 빨려 들어갈 수 있다는 게 그 이유다.
국민의힘은 한번 단계적 개헌의 문이 열리면, 그때부터는 여권이 수시로 헌법을 고치려고 시도할 수 있다는 의구심도 갖고 있다.
국민의힘 특위 위원은 연합뉴스에 "선관위 개혁은 국회에서 입법으로 할 여지가 많이 있다"면서 "진상 규명과 제도 개선이 우선이지, 개헌으로 건너뛰면 논점이 흐려져 선관위 개혁도 제대로 안 될 것"이라고 말했다.
여권 일각에서는 투·개표 관리를 행정안전부가 관장하고 실무를 지방자치단체에서 하는 방안도 아이디어 차원에서 거론된다.
그러나 이를 두고서는 민주당 내에도 이견이 있는 데다 국민의힘은 완강히 반대해 추진이 불투명할 전망이다.
대통령이 임명하는 행안부 장관과 정당에 소속된 지자체장이 투개표 업무를 맡는 것이 중립성을 침해할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민주당 한 특위 위원은 "경북의 경우 국민의힘 소속 지자체장이 투개표를 한다고 하면 민주당 후보가 믿을 수 있겠는가"라며 "선관위 업무 효율화도 중요하지만, 중립성을 어떻게 보장할지도 고민해야 한다"고 말했다.
국민의힘 특위 위원은 "행안부로 업무를 넘기고 헌법기관인 선관위를 없애려면 결국 개헌을 해야 한다. 개헌 블랙홀에 빠져선 안 된다"면서 "행안부가 선거 업무를 관장하는 건 고양이에게 생선을 맡기는 격으로, 선거 업무를 개선하려다 정치적 중립이 훼손돼선 안 된다"고 말했다.
이런 입장차로 일각에서는 선관위 전담 감독 기구 신설 방안 등도 언급되고 있다.

◇ 사전투표제 폐지 등도 이견…진상규명 특검 놓고도 공방
보수 야권 일각에서는 선관위 개혁과 맞물려 선거 제도 가운데 사전투표 제도를 폐지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부실 관리 논란이 있는 만큼 아예 없애고 본투표만 하자는 것이다.
이를 위해 국민의힘 박대출 의원은 사전투표를 폐지하고 본투표를 이틀로 늘리는 내용의 공직선거법 개정안도 낸 바 있다.
또 이번 지방선거에서 고배를 마신 국민의힘 김진태 강원지사, 김두겸 울산시장도 사전투표 폐지를 촉구했으며, 5선 중진 나경원 의원은 기자회견에서 관외 사전투표 폐지 및 본투표 직전 단 하루 관내 사전투표 실시를 주장하기도 했다.
이에 대해 민주당은 제1야당인 국민의힘이 소위 '아스팔트 극우'의 부정선거론에 편승하고 있다면서 비판하고 있다.
사전투표가 투표율 제고에 기여한 측면이 있고, 참정권을 폭넓게 보장하는 제도로 자리 잡은 상황에서 사전투표 폐지는 오히려 국민의 정치적 관심도만 떨어뜨릴 수 있다는 게 민주당의 시각이다.
한 민주당 특위 위원은 "사전투표를 폐지하는 것은 구더기 잡으려다 초가삼간을 태우는 일"이라며 "부정선거론에 기대는 주장"이라고 꼬집었다.
이와 관련, 국민의힘 내에선 사전투표의 완전 폐지가 아니라 제도를 다듬는 선에서 절충하자는 의견도 있다.
국조특위 한 의원은 연합뉴스에 "사전투표 부실 관리로 자꾸 부정 선거론자들에게 빌미를 주고 있으니 제도 개선은 필요하다. 전문가 태스크포스(TF)를 꾸려 공론화할 것"이라며 "유권자들이 사전투표보다 더 많이 투표에 참여하게 할 제도가 있다면 굳이 현 제도를 고수할 필요가 없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나아가 여야는 국조 이후 특검 수사를 하는 방안을 두고도 견해차가 크다.
국민의힘은 국정조사에 더해 특검 도입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며, 선관위뿐 아니라 행안부, 경찰 등 관련 기관의 대응 과정도 들여다봐야 한다는 방침이다.
국민의힘 소속 윤상현 특위 위원장은 연합뉴스에 "검경 합동수사본부가 일단 수사하고 있지만 특검도 당연히 가야 한다는 생각"이라고 말했다.
민주당은 필요하면 특검도 검토할 수는 있으나 우선순위가 아니라는 입장이다.
나아가 국민의힘이 국조가 가동되기 전에 특검을 먼저 거론하는 것은 대여 공세 차원이라고 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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