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시 조정·달러 강세 겹악재에 치솟은 환율…1,500원 전망도

(서울=연합뉴스) 신호경 한지훈 민선희 기자 = 원/달러 환율이 국내외 증시 조정과 안전자산 선호 등 겹악재를 만나 5일 장중 1,450원에 육박했다.
대규모 대미 현금 투자 부담에 원화 약세 압력이 가중돼 환율이 중장기적으로 1,500원대에 이를 수 있다는 전망도 시장 일각에서 나온다.
이날 서울 외환시장에서 미국 달러화 대비 원화 환율은 오전 10시27분께 1,449.5원까지 올랐다. 장중 고가 기준으로 지난 4월 11일(1,457.2원) 이후 가장 높았다.
이날 새벽 2시 야간 거래를 이미 1,440.6원으로 마감한 상황이었다.
미국 기준금리 인하 기대가 한풀 꺾인 가운데 기술주를 중심으로 투매가 나오면서 국내외 증시가 가파른 조정을 겪고 있는 점이 이날 환율 상승의 주된 요인으로 지목됐다.
특히 유가증권시장에서 외국인 투자자는 오전 11시20분 현재 1조3천730억원 순매도를 기록 중이다.
이와 관련, 백석현 신한은행 이코노미스트는 "인공지능(AI) 테마 주식의 과대평가 우려 속에 미국 주가가 하락하고, 외국인이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 계기로 대폭 상승한 국내 대형주에서 대거 차익실현 물량을 쏟아낸 영향"이라고 진단했다.
2천억달러 대미 현금 투자 부담도 잠재적인 환율 상승 요인으로 꼽힌다.
이민혁 KB국민은행 연구원은 "외화자산 운용수익 상당 부분이 대미 투자에 쓰일 경우 외환보유액 복원력에 문제가 생길 수 있다"며 "대외 건전성 우려를 자극해 원화 가치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있다"고 내다봤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달러는 강세다.
주요 6개국 통화 대비 달러 가치를 나타내는 달러인덱스는 간밤 100.253까지 올랐다. 장중 고가 기준 지난 8월 1일(100.255) 이후 가장 높았다.
안전자산 선호 심리 강화 속에 이런 흐름이 쉽게 꺾이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백석현 이코노미스트는 "9월 중순 이후 달러가 대다수 통화 대비 상승하고 있다"며 "당분간 달러 강세가 생명력을 이어갈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이낙원 NH농협은행 FX파생전문위원도 "12월 미국 기준금리 인하가 불확실한 데다 단기 증시 과열에 따른 조정 우려도 있다"며 "달러인덱스가 102선까지 오를 수 있다"고 분석했다.
시장 일각에서는 환율 전망의 눈높이를 1,500원대까지 높이는 분위기다.
박형중 우리은행 이코노미스트는 "앞으로도 고환율이 유지될 전망으로 1,400원대 중후반까지 상승할 것"이라며 "수급 불균형이 가시화하면 1,500원까지도 상승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달러 강세 기조 여부, 대미 투자 자금 유출, 미국 통화정책 등이 향후 주요 변수"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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