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침략' 첫 인정 日총리 무라야마, 진일보한 역사 인식 평가


무라야마 전 총리는 종전 50주년을 맞아 각의(국무회의) 의결을 거쳐 발표한 이 담화에서 "국책을 그르쳐 우리나라의 식민지 지배와 침략으로 아시아 국가의 많은 국민에게 다대한 손해와 고통을 주었다"며 일본 총리로는 처음 과거 식민지 지배를 '침략'으로 공식 언급했다.
또 "의심할 수도 없는 이같은 역사의 사실을 겸허히 받아들여 거듭 통절(痛切)한 반성의 뜻과 마음으로부터 사과를 표명한다"고 했다.
무라야마 담화의 이런 내용은 당시까지 침략 전쟁이라는 사실조차 인정하기를 거부하던 일본 정부의 분위기를 고려하면 상당히 진일보한 것이었다.
당시 무리야마 총리는 보수성향의 정치인들이 반발하자 총리 사임까지 내비치면서 이를 강행한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그는 아시아 전쟁 피해자들에 대한 전후 처리 문제와 관련해서는 "배상 문제는 법적으로 해결됐으며 개인보상을 국가가 행할 생각은 추호도 없다"고 일축해 한계를 보였다.
무라야마 담화는 김대중 전 대통령과 오부치 게이조 전 총리가 1998년 10월8일 정상회담 뒤 발표한 `한ㆍ일 파트너십 공동선언'과 함께 과거사에 대해 비교적 일본의 솔직한 사죄가 담겼다는 평가를 현재까지 받고 있다.
오부치 전 총리는 공동선언 때 "일본이 과거 한 때 식민지 지배로 인해 한국민에게 다대한 손해와 고통을 안겨주었다는 역사적 사실을 겸허히 받아들이면서 이에 대한 통절한 반성과 마음으로부터의 사죄를 했다"고 밝혔다.
현재도 무라야마 담화는 일본 정부의 과거사에 대한 견해로 공식 인정되고 있다.
실제 고이즈미 준이치로 전 총리도 전후 60년 담화에서 각각 식민지 지배에 대해 사죄와 반성의 뜻을 표명했다.
다만 아베 신조 전 총리는 2015년 전후 70년 담화에서 "우리나라는 지난 대전에서의 행동에 대해 반복적으로 통절한 반성과 진심 어린 사죄의 마음을 표해 왔다"며 '과거형'으로 사죄하고 후대에 사죄를 계속하게 해서는 안 된다는 입장을 밝혔다.
아베 전 총리 이후 진행된 일본의 우경화는 최근 이시바 시게루 총리가 80년 담화를 포기한 이유이기도 하다.
이시바 총리는 올해 전후 80년을 맞아 내각 결의를 거친 총리 담화 발표를 검토하다가 당내 보수 세력의 반발 탓에 지난 10일 기자회견을 열고 '전후 80년 소감'을 발표했다.
극우 성향의 행보를 보여온 다카이치 사나에 자민당 총재도 "전후 70년 담화(아베 담화)는 실로 미래 지향적이고 최고였다"며 "그 이상 메시지는 필요하지 않다"고 이시바 총리의 전후 80년 의견 개진에 반대 의사를 밝힌 바 있다.
이시바 총리의 '전후 80년 소감'은 제국주의 시기 전쟁에 이르게 된 경위를 돌아보고 일본이 유념해야 할 교훈을 정리한 개인 명의의 메시지였다.
그는 당내 반발을 의식한 듯 기자회견에서도 "지난 (제2차 세계) 대전(大戰)의 반성과 교훈을 가슴 깊이 새길 것을 맹세했다"고 언급하기는 했으나, 기존 담화에 나왔던 표현인 식민지 지배에 대한 통절한 반성과 마음으로부터의 사죄를 거듭해 말하지는 않았다.
다만 질의응답 과정에서 "반성이라든가 사죄라든가 그런 기분을 포함해서 이것(기존 담화)을 계승한 것"이라며 새로운 내용을 추가한 것은 아니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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